소비꾼의 집밥 13
어렸을 때 희한할 정도로 좋아했다. 핫케이크 시럽을.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달큼한 향과 천천히 흘러내리는 시럽을 빵에 흠뻑 적셔 먹으면 바닐라 향이 어우러져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선지 가끔이라도 팬케이크는 해 먹게 된다.
초등학교 5학년 기술가정 시간에 핫케이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반에서 오직 나만이 기름을 닦아내고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생길 때 뒤집으면 예쁘게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때 아마 요리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다른 애들이 잘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제대로 뒤집는 애들도 없었다.
어떻게 그걸 기억하냐고? 살면서 처음 겪어본 특출 난 부분인데 나는 좀 기억해두자. 근데 쟤는 왜 저러냐고? 프라이팬을 이상한 걸 써서 그렇다. 나 원래 핫케익 무지 잘 부친다.
노브랜드에서 핫케이크 가루를 만들 정도면 모르긴 몰라도 판매량이 받쳐준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말인즉슨 한국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전을 부쳐먹는 횟수만큼이나 핫케이크를 드셨다는 말이 된다.
(근데 노브랜드 팬케이크 가루 진짜 맛없다. 바닐라 향도 안 나고 별로다.)
웬만하면 다들 팬케이크 나만큼 부친다. 살면서 팬케이크 부심 부리는 사람 정말 많이 만나봤다. 그중에 제일 맛있는 팬케이크는 호주에서 일본인 셰프가 부쳐준 팬케이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양인이 아니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쉽게 빠르게 맛있게 빵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핫케이크 시럽이 제일 잘 어울리는 음식이 아닌가. 핫케이크를 만들 때 설레는 순간은 세 번 있는데, 가루 봉투를 뜯었을 때, 반죽을 뒤집을 때, 그리고 시럽을 뿌릴 때다. 너무 좋아.
핫케이크를 만들 때 중요한 것은 농도, 코팅이 잘 된 팬, 그리고 불 조절이 아닐까? 사실은 시럽이다.
묽은 듯 된듯한 농도, 기름기 없이 안 달라붙는 팬, 은은하게 공기방울이 올라오도록 해줄 불 크기.
버터를 살짝 올려주면 녹으면서 좀 더 풍성하고 촉촉한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우유를 같이 먹으면 달큼한 팬케이크의 향이 전부 입안에서 느껴진다.
팬케이크의 달달하고 고소한 향은 대부분의 과일과 잘 어울린다. 물론 팥이랑도 잘 어울린다.
수분기 있는 과일들이 팬케이크랑 같이 골고루 씹히면서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딸기나 바나나 같은 것도 다르지 않고, 생크림도 잘 어울린다. 시트 대신 사용해서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기도 하고, 티라미수에 핑거 케이크 대신 사용해도 괜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