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집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인장 Sep 26. 2020

애호박과 돼지안심

소비꾼의 집밥 19

장조림이랑 히레카츠 말곤 돼지 안심을 먹을 방법이 없는 걸까? 
돼지 안심을 사용한 요리를 집에서 고급스럽게 먹어보고 싶었다.
자작하게 깔린 국물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메인 요리라면 어떤 게 있을까?


돼지고기 애호박 찜과 훈연 향이 나는 가락국수 육수, 그리고 차슈를 응용해보기로 했다. 

국물은 떠먹기보단 음식의 촉촉함을 잃지 않게 해 주면서 향을 추가해주는 방식으로 선택했다.

만드는데 30분도 안 걸린다.


마트에서 돼지 안심을 보면 "장조림 용"이라고 적혀있다.
역할에 대한 가이드를 보고 있으면 왠지 역할을 제한하는 느낌이 들어 뽈난다.
 이 친구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고 증명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소의 안심에 비해 차별받는 느낌에 빈정 상하는 마음이 들어 날름 사 왔다.

왠지 모르게 돼지가 차별받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튀겨 먹는 게 제일인 돼지안심이지만 튀김을 하는 게 너무 귀찮다는 마음에 현실과 타협해서 만들었다. 

덕분에 고기 국수와 마찬가지로 엄청 쉽고 간편하게 만들면서 되게 있어 보이는 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료가 진짜 별거 없는데 음식은 있어 보이게 나온다.


재료

염지용 재료

흑설탕

펜넬 시드(없어도 됨)

웰계수 잎(없어도 됨)

소금

돼지 안심(있어야 됨)

부가 재료

실파나 쪽파

애호박이나 감자 나 당근

청양고추기름

청양고추

식용유

비름나물

전에 만듦


육수 재료

참치액 혹은 쯔유

혹은 가쓰오부시 육수





고기를 염지 한다. 30분 정도 하고 말렸다. 

참치액을 탄 물에 삶는다. 

기름을 발라 토치로 구워줬다.


내부온도를 66도 정도로 맞췄다. 온도계가 고장난게 아니라면 말이다.


호박을 찜기에 넣고 소금을 살짝 뿌려 쪘다.

삶아도 되지만 찌는 게 더 맛있다.


요즘 많이 싸졌다. 한때 5천 원이었던 호박.


고기 삶은 물을 육수로 그대로 쓰면 된다. 

실파도 송송송 썬다. 

다 쪄진 애호박과 함께 담으면 끝이다. 

이렇게 쉬워도 되냐 싶게 쉽다. 


참 쉽다. 그래서 같이 먹으려면 뭐라도 하나 더 해야 한다. 


고기를 다섯 등분하면 티 안 나게 한점 더 먹을 수 있다.


조리과정 중요사항


딱히 없다. 안심을 굳이 뻑뻑하게 과조리 해서 먹지 말자 정도? 오버 쿡을 뭐라고 해야 하는 질 모르겠다. 

정 마음이 쓰인다면 돼지 간을 사 먹자. 과조리하면 맛이 똑같다.



호두 만들 때 남은 흑설탕으로 소스를 만들어 살짝 뿌려줬다. 

지금 생각해보니 표면에 설탕을 뿌려서 토치로 녹여줬어도 맛있었을 것 같다.



수비드 머신이 있다면 사용하면 좋다. 나는 그런 부루쥬아들의 도구는 가지고 있지 않다. 

있다면 육수 내는 과정 조리하는 과정 전부 한 번에 끝난다. 

설거지 없이 말이다. 좋겠다.



전에 말했듯이 청양고추기름은 뽑아놓으면 계속 쓸 수 있다. 고급스러워 보이게 해 준다.


치아가 건강하지 못한 분들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부드럽기 짝이 없다. 




새로 산 테이블 위치가 좋아 사진이 참 잘 나온다.


예상 질문 미리 대답하기


사진을 점점 잘 찍는 것 같다.

고맙다. 근데  왜 셀카는 안 느는 거냐?



원래 기술로도 안 되는 게 있다. 고추기름을 쓰면 맛이 느껴지나?

향이라고 표현하기엔 분명한 맛이 느껴진다. 설령 향만 존재하더라도 음식의 맛을 확실히 다르게 느끼게 한다.

그런데 뭐가 기술로 안된다는 거냐?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했던 음식인가?

아니다. 이게 메뉴로 올라갈 거라고 생각해보면, broth를 펜넬이나 시트러스 향으로 만들고 

애호박 대신 다양한 야채를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서 바닥에 깔아놓고 어쩌고 저쩌고 했을 것 같다.

알겠나? 개선이 필요하다 이 말이다. 이건 그냥 집밥이다. 알겠나? 



항상 오묘하게 모르지만 알 것 같은 맛 일 것 같은 모양새다.

아는 음식의 응용이라서 그렇다. 뭐 가끔 비빔밥 같은 거 먹다가 떠오르기도 하고, 전어 무침 먹다가 해보고 싶은 게 생기기도 하고 그런다. 요리사들은 대부분 그렇다. 이상한 짓 하는 게 재미있다.

그러고 보니 고사리를 쓰면 참 좋을 뻔했다. 

 


소 안심과 돼지 안심을 비교하면서 차별당하는 돼지에게 연민을 느낀 것 같다. 

동족의 정 같은 거냐?

이번엔 확실히 이해했다. 말이 심하지 않았나?


ps.


생각해보니 돼지 안심은 물에 삶아도 소 안심은 못 삶겠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부드럽기 짝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똠얌 새우와 갑오징어  그리고 파인애플 및 채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