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집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인장 Sep 23. 2020

똠얌 새우와 갑오징어  그리고 파인애플 및 채소들

소비꾼의 집밥 17

작년 이맘때쯤 태국을 다녀왔다.
올해는 이렇게 갇혀있어 가슴 아프지만, 우연히 찾아낸 똠얌 분말의 존재는 위안이 된다.
언젠가 아름다운 똠얌이 되는 꿈을 꾸었을 똠얌 분말을 아주 조금 탈취해보기로 했다.



중국요리 중 자주 시켜 먹을 일 없는 해물 특밥 같은 걸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갑오징어, 파인애플, 새우, 청경채가 있으므로 얼추 거기에 맞는 놈들로 구성해본다.

메인사진은 무조건 잡지 사진 같은 놈이 하는 거다.


저번에 갑오징어를 4마리 배송받아서 냉동실에 넣어놨었다.

뭐해먹지 생각하다 두 마리만 꺼내 해물 볶음을 해 먹기로 했다. (땡처리 느낌이다.)

마침 파인애플도 있고 똠얌 분말도 있겠다, 어디서 본 듯 못 본 음식을 해 먹기로 했다.

맛은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볶아놓고 스리랏차에 찍어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본다.


재료

집에 있는 야채 아무거나

마늘

갑오징어

집에 있는 해산물 아무거나

파인애플



양념재료

똠얌 분말(아마도 인스턴트)

올리고당

미향

현미식초

레몬이나 라임주스

후추

클로브를 넣었는데 안 넣는 게 좋다.

(씹으면 치과 맛남)

전분물


스리라차 보단 스리랏차라고 쓰는 걸 선호한다.

왠지 힘이나.




칼질을 할 땐 젓가락으로 집기 편하게 길게 모양을 맞췄다.

양념은 전부 섞어 잘 재워준다.

갑오징어도 대충 썰지만 채소보다 긴 사이즈로 잘라줘야 익었을 때 크기가 비슷해진다.


칼이 잘들어야 좋다. 해산물만 따로 재워둔다.


양념에 산이 있으면 약간 영향을 미친다.

기름에 채소를 볶다가 양념째로 들이부어 익힌다.

물이 살짝 생기고 갑오징어가 다 익으면 전분물을 부어 농도를 맞추고, 청경채를 넣는다.

후추를 뿌리면 끝.


젓가락을 촥 하고 넣어 여러 개를 집어 먹을 수 있다.

조리과정 중요사항


매번 하는 말이지만 재료의 크기는 어떻게 만들 것 인가에 따라 결정한다.

조리 시간 또한 크기를 결정하는 기준이지만, 먹을 때 순서를 정해주기 위해서 크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오늘은 갑오징어와 채소들의 크기를 맞추면서 다양하게 먹을 수 있게 조절했다.

볶음요리의 경우 빠른 불 사용을 요구하므로 먹는 방식에 더 영향을 받는다.


오징어에 칼집은 안쪽에 넣어줘야 한다. 바깥쪽이 아니라 내장에 닿아있는 부위에 칼집을 넣어줘야 좋다.

양념이 있는 요리라면 더욱 넣어주는 게 좋다. 양념을 많이 끌고 올라오기 때문에 조리하는 사람이 원하는 맛을 느끼게 조절해줄 수 있다. 이는 표면을 거칠게 만드는 대부분의 조리법의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수축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분물을 넣을 땐 끓고 있을 때 넣어야 한다. 끓지 않았을 때 전분 물을 넣으면 농도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계속 섞어주면서 넣어줘야 뭉치지 않는다.


다른 재료는 없더라도 파인애플 같은 과일은 꼭 넣어주는 편이 좋다. 저기서 오징어나 새우가 빠지면 야채볶음이고, 채소가 빠지면 그냥 부루쥬아지만, 파인애플이 있고 없고는 음식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목도리가 열 일한다.

예상 질문 미리 대답하기


파인애플 참 좋아한다.

마지막 남은 파인애플이었다. 가슴이 아프다.



그래 보인다. 많이 속상한가?

새로 사면 된다.



오징어에 산이 영향을 미친다는 게 무슨 말인가?

세비체라는 라티노 음식이나, 시메사바라는 일본음식처럼 산을 이용해 단백질을 변성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겉에 남아있는 냄새도 잘 씻겨 내려간다. 여러모로 볶기 전에 무쳐두면 좋다.



전분의 역할이 무엇인가?

국물로 먹어야 할 음식이 있고, 재료를 집었을 때 소스가 끌려와야 간이 맞는 요리가 있다. 나는 이번에 재료에 소스가 많이 묻어 올라오길 바랬고, 그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 사용했다.

먹다 보면 채수가 나와 묽어지기도 한다.



음식을 만드는 일지를 올리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었나?

뭐긴 뭐야 당연히 먹는 거지.



해산물 먹는 돼지를 본 적 있나?

너 내가 무슨 말인지 눈치 못 챌 것 같지? 다 알고 있어 요 녀석아



한 장 남아서 올리는 사진

결국 밥이랑 먹는다. 스리라차에 찍어 자극을 업그레이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름나물 돼지안심 국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