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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Oct 30. 2020

닭 찜닭

소비꾼의 집밥 027

세상에 닭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적어도 한국에선 화폐를 대체할 유일한 유기체일지도 모른다. 


찜닭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간장을 넣고 찐 음식은 갈비찜이 아니면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다.

기왕이면 고춧가루나 고추장이 들어간 게 좋다. 

교육효과인지까진 모르지만 빨간 맛을 더 좋아한다.

간장이 묻은 닭이라고 하면 교촌치킨만 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오늘 요리는 갈비맛 찜닭이다. 물론 약간의 크러쉬드 레드페퍼가 들어갔다.

얼얼한 맛이 느껴지질 않으면 음식이 심심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나의 찜요리는 압력솥이 해결해주시겠다.


동물성 지방이 만들어내는 윤기를 좋아한다.

조리시간 55분


재료

대파

양파

마늘

당근

크러쉬드 레드페퍼

흑설탕

후추

간장

당면 (뜨거운 물에 불리기)

쌀떡



닭을 한번 삶아서 쓰지 않는 것에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영계를 굳이 삶아서 써야 하나 싶은 의문이 있다. 


난 그렇게 비린내에 민감한 사람도 아니라서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우유에 담가 두거나 흐르는 물에 잘 씻어내는 편이다. 



오늘의 요리도 압력솥이 웬만하면 해결해주기 때문에 할게 딱히 없다. 

압력솥에서 조리가 끝나면 국물 양만 조절해주는 정도로 졸여주면 된다. 


다른것들을 정리하는 동안 재워두었다. 고기가 더 맛있어졌을거라고 믿어본다.


손질해놓은 닭에 미리 염지 하듯 간을 해준다. 흑설탕과 크러쉬드 레드페퍼, 간장 후추를 사용했다. 

자극적이면 좋겠어서 많은 후추를 첨가했다. 편 썰어 둔 마늘도 지금 넣어두면 좋을 것 같다. 


넓은 팬에 구우면 예쁘게 색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다.

한식에서도 간장이 베이스인 음식을 할 땐 경우에 따라 야채를 구워서 사용한다. 

여러 번 설명했지만 당근의 카로틴, 양파의 당,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구운 야채를 넣는 것을 좋아한다. 

풍미를 더 느낄 수 있다.


물에 삶아진 것보다 오묘하게 풍성해진 맛을 내는 당근 및 채소를 즐기게 된다.


압력솥을 사용하는 경우 떡은 뚜껑을 열고 졸일 때 넣어주면 좋고, 당면은 마무리하기 1-2분 전쯤에 넣어주면 좋다.


일반 냄비에 끓이는 경우도 마찬가지. 센 불에 콸콸 끓이는 것보다 보글보글하는 상태로 오래 끓여주는 편이 좋다. 

압력솥이 없다면 쿠킹타임을 두 시간 정도 잡는다.


간을 보고, 간장이나 설탕, 올리고당 등으로 간을 맞추기도 한다. 

참기름을 살짝 넣어줘도 좋지만, 나는 넣지 않는다.


흔히 볼 수 있는 닭찜을 완성할 수 있다.



순식간에 해치웠던 기억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조리과정 중요사항 


간장 베이스 양념을 안 좋아하는 이유는 맛이 복합적이지 않다 보니 금방 질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러쉬드 레드페퍼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번엔 후추를 심하게 많이 넣어주었더니 느낌이 아주 좋았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얼얼한 맛이 기분 좋다. 통후추를 두껍게 갈아서 넣었다.



Marinated(마리네이드)라는 작업을 해두게 되면 고기의 연육이나 간, 풍미 등을 더 올려서 음식을 할 수 있다.

그게 뭐냐고? 염지 비슷한 것 있다. 한식에서 양념을 조물조물해두시라고 말하는 그거다. 

재운다에 가까우려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양념이 적을수록 닭껍질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고추장이 들어간 것보단 간장이 낫고, 간장보단 소금이 낫다. 그 말인즉슨 이 음식은 닭껍질의 고소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쌀떡이 좋다. 쌀떡을 넣어야 한다. 굉장히 플랫한 음식의 맛을 중간에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당면하고는 역할이 다르다.



국물에 밥 비벼 먹으면 죽음이다.




사진을 보면 그때가 좋았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예상 질문 미리 대답하기



닭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소리는 왜 한 건가


나는 상상력이 뛰어나다. 갑자기 어렸을 때 과학상상화 최우수상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의 리즈시절이었다.



밀떡은 안 되는 건가?


개인적으로 쌀떡이 더 좋았던 첫 번째 이유는 일단 우리 집에 쌀떡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로 간장 양념을 느끼기에 쫠깃쫠깃한 쌀떡이 더 밸런스 있다. 



크러쉬드 레드페퍼여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지난번에 한번 설명한 적 있지만, 크러쉬드 레드 페퍼와 페퍼론치노, 베트남 건고추 등은 매운맛이 느껴지는 타이밍과 위치가 다르다. 하여 그 상태를 조절함에 있어 적합한 재료를 사용하는 게 맞다. 아무것도 없으면 고춧가루나 청양고추 넣자. 나라면 청양고추를 넣겠다. 다른 음식이 되겠지만 말이다.



구운 야채는 확실히 다른가?


요즘 유튜브에서 꽤 많은 팬덤을 가진 요리 유튜버들이 고기를 먹으면서 구운 야채를 곁들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예전보다 이게 더 맛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간장 양념의 경우 음식의 맛이 단조롭게 느껴지는 구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가급적 더 많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국물이 소비꾼 스타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포스팅한 음식들을 보면 알겠지만, 난 국물이 많은 찜요리나 졸임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Glazed라는 기법을 사용하거나, 일본의 타레소스나 데리야끼처럼 윤기 나고 자작하게 졸이는 것을 좋아한다. 

갈비찜을 해먹을 때도 마지막에 강한 불로 끓여주면서 당을 첨가해주면 윤기가 좔좔 흐르는 단짠의 맛을 느낄 수 있고, 졸아든 간장의 농축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양념을 좋아하지만 이번 음식은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인가


간 보니까 지금이 제일 맛있던데? 


다음에 하게 된다면 당근을 더 많이 넣을 거다.
뭐든 다 많이 넣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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