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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Oct 31. 2020

모닝 소고기 패티 버거

소비꾼의 집밥 028

모닝빵은 귀엽기 짝이 없다.
그런데 거기에 와퍼만큼의 소고기를 넣는다.
그럼 이렇게 된다.



햄버거는 안 먹으면 죽겠다 싶게 먹고 싶었던 적은 없다.

한 끼 때울까 싶어 주문하는 상상을 하면 그제야 진한 기름 냄새와 짭조롬한 감자튀김, 소고기 패티의 살짝 뻑뻑하고 묵직한 소고기 감칠맛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잔뜩 베어물고 콜라로 입을 씻어낸다. 이러니까 살이 찌지 싶다가도 남은 햄버거의 양을 확인하곤 안 먹고 오래 살아서 뭐해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미국산 소는 어떻게 유통을 하는 건가 싶게 가격이 저렴하다.

원래는 볼로네제 파스타를 해 먹으려고 사다 둔 소고기와 토마토소스, 그리고 시금치를 이용해서

모닝빵으로 햄버거를 만들기로 했다.

햄버거 번으로 만들어도 좋지만, 왠지 그걸 다 먹으면 살찔 것 같으니까.



농담이고(진담이다.)

수제버거는 먹으면 내가 버거를 먹는 건지 뭘 먹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크고 먹기 불편하다.

그럼 수제버거의 장점을 가진 버거를 만들면 되니까, 만들기로 했다.




이 두께의 소고기라니, 부자가 된 느낌이다.



조리시간 40분





재료

모닝빵

시금치

치즈

토마토소스

소고기 간 것

후추


튀김용 감자

감자

전분







토마토소스는 이 날 만든 걸 사용한다.

없으면 안 넣어도 될 것 같다.

https://brunch.co.kr/@sobeggun/66


소고기 패티는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업장에선 보통 소기름을 섞어서 패티를 만든다.

그래야 고기가 씹을 때 패티의 맛과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매장 별로 추구하는 맛에 따라 돈육을 섞어서 쓰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패티를 준비한다.

개인적으론 소 지방 간 것을 섞어둔 패티를 좋아한다.


감자 껍질을 다 까놓고 생각해보니, 갑자기 해쉬브라운이 떠올랐다.

짭짤하고 얇고 바삭한 감자튀김을 상상하다가 채 썰 생각에 너무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라, 맥X날드의 해쉬 브라운 버거가 생각나서 전을 부치기로 했다. 갈아서 만든 감자전 말고 채쳐서 만든 감자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내고 그것을 만들까 했지만, 넓고 얇게 썰기로 마음을 먹었다.

채 치는 게 귀찮아서가 아니라.



감자를 물에 담궈놓고, 패티를 만든다. 패티를 물에 담궈선 안된다.


감자를 꼭 물에 담가둘 필요는 없다. 감자를 물에 담가두는 이유는 전분 양의 조절을 위해서다.

전분 양의 조절이 되질 않으면 감자를 튀기거나 구울 때 색깔이 고르게 나오질 않는다.

그게 또 감자의 품종에 따라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그런 건 아니다.

그래서 요리사들은 조리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감자의 품종을 구분해 사용한다.  

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활자중독일 거라고 추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읽을거리를 더 남겨본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utriand&logNo=221575057480&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감자에 물을 잘 빼고 키친타월로 잘 닦아 수분을 최대한 조절해준다.

전분가루를 섞어도 이게 붙을까 싶을 정도로 물기를 털어낸다.

그리고 전분가루에 뒤적뒤적해서 기름 코팅이 잘 된 프라이팬에 약불로 구워준다.

소금을 치면서 전 부치듯이 구워주면 된다.

뒤집는 게 힘들다.

아무래도 기름을 많이 쓰다 보니 철퍼덕하기 십상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친구, 해쉬브라운의 장점과 슈 스트링 프라이의 장점을 둘 다 가지고 있다.

감자칩 같으면서 삶은 감자 같다.


옆에선 패티를 굽기 전에 빵을 살짝 구워줬다.

그리고 기름을 두르고 패티를 구웠다.

익힘 정도를 맞추는 법은 잘 모르겠다.

스테이크보단 빨리 익는다.


겉은 엄청나게 바삭하고 안엔 엄청나게 쫀득하다.


그리고 시금치, 토마토소스, 마요네즈 등 원하는 대로 조립하면 끝.

베이컨이 없는 게 아쉬웠다.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큰 줄 아는 모닝빵 같다.



조리과정 중요사항


사 먹자. 햄버거는 싸게 잘하는 집이 진짜 많다.


나는 쟈니로켓에서 베이컨 추가한 루트 66 버거에 밀크셰이크를 같이 시켜서 거기다 감자튀김 찍어 먹는 게 좋고, 경리단길에 소기름 냄새 엄청난 스낵 버거에서 패티랑 치즈만 들어간 놈으로 더블 추가해서 먹는 걸 좋아한다. 꼭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


간이다. 내게 햄버거는 짜야한다. 아보카도도 넣고 이래저래 건강해 보이는 거 많이 넣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중요사항이 딱히 없다. 먹고 싶은 빵에 먹고 싶은 재료를 넣어서 먹으면 그게 햄버거지 않을까.

딱히 뭐라고 정의하고 싶지 않다. 단지 나는 햄버거를 먹을 땐 혈관 막히는 맛이 나야 흡족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만들어 먹은 사람들이 쟁취할 수 있는 것을 동영상으로 남겨본다.



흡족하다. 재드래곤 부럽지 않다.

사실은 부럽다.




몇 개를 만들든 순삭이다.


예상 질문 미리 대답하기



감자를 얇게 채 치는 게 그렇게 귀찮았나?


그것도 그건데 감자튀김은 무조건 딥 프라잉(Deep-Frying) 해야 하잖나.

다 먹고 주방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을 딥 글루미(Deep-Gloomy) 하게 만든다.

행복하게 먹고 바로 우울해지면 재료비만 아깝다.

근데 저거 진짜 맛있다. 안 해봐서 그런다.



감자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몇 년 전 까진 업장에서도 감자를 골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엔 유통시장이 많이 바뀌어서 품종을 골라서 개량해서 키우시는 분들이 직접 브랜딩도 하고 판매도 하신다.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감자나 우유, 쌀 같이 서민들이 소비를 많이 하는 품종이 개량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것도 조금 더 정보를 찾아보면 재미있는 정보가 많다. 식산업 시장이 대량 생산 위주로 확장되어 온 이유, 신토불이와 다른 나라의 재료 같은 문제도 근현대사와 관련이 되어 있는 게 많아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치즈가 엄청나게 올라간 느낌이다.


내 예상보다 패티가 더 많이 작아졌다. 치즈 한 장을 올렸는데 그게 패티를 완전히 감쌌다.

귀엽다.



혈관 막히는 느낌은 확실히 들 것 같다.


다른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기름!! 단밲질!!! 살!!! 이런 느낌이다.

시금치는 죄책감을 덜어줄 뿐이다.



추천할만한 올릴 재료가 있을까?


베이컨, 토마토, 볶은 양파, 양파튀김, 피클, 계란 프라이, 홀렌다이즈, 수란, 파인애플 등 너무 많다.

감자 구워서 구운 스팸이랑 같이 꽂아둬도 엄청 맛있을 것 같다.



모닝빵이라 부담은 안될 것 같다.


햄최몇에 4개라고 대답할 수 있다.

이거 먹고 배부르면 자존심 상한다.



한 번은 해 먹어 볼 만하지 않겠나


만족감이 분명히 있다. 특히 쪼매난 게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큰 것처럼 높게 서 있는 게 너무 귀엽다.

키우고 싶다.



햄버거를?


응.




지가 제일 큰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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