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집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인장 Nov 03. 2020

돼지 목살 고추장찌개

소비꾼의 집밥 029

여기에 돼지 목살 한덩어리가 있다.
쌈도 싸 먹고 싶은데, 찌개도 먹고 싶다. 
선택은 한가지다.


놀러 가면 빼먹지 않고 해 먹었던 고추장찌개가 집으로 돌아왔다.

고추장찌개다. 고추장이 있는 집이라면 해 먹어 봤을 법한 음식이다.

고추장이 없는 한국 집은 드물다. 쌀은 없는데 고추장은 있던 친구의 집을 떠올려 본다.


고추장이 들어간 찌개의 맛을 잡는 것은 특별히 어렵다. 

찌개를 끓이면 기대하는 시원함이나 개운함과는 거리가 먼 고추장의 텁텁함과 단맛은 한정된 재료로 뭔가를 해내야 하는 캠핑이나 여행 등의 상황이 아니라면 여러모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그럼에도 해먹은 이유를 설명하자면, 잘 자다가 눈을 딱 떴는데 갑자기 잘 익은 애호박과 감자를 뭉개어서 밥에 비벼서 고기와 함께 듬뿍 먹는다면 행복해질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놀러 가서나 만났던 고추장찌개는 나의 집으로 찾아왔다. (아련)




조리시간 50분

재료

양파

감자

대파

애호박

청양고추

마늘

두부

돼지 목살

고추장

설탕

간장











고추장찌개는 재료가 많이 필요한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여행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기도 하다. 

잔반과 굽고 남은 고기를 잔뜩 넣고 끓여먹는다. 그 기억에 고기와 야채를 구워서 사용했다. 

또한 건져 먹을 재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단지 기대하는 것은 돼지고기의 단맛과 뭉그러진 감자, 애호박, 잔뜩 불어있는 두부의 특별함이다.





뭉근하게 끓인 두부를 기대한다.




애호박 가격이 엄청나게 떨어졌다. 오천 원의 몸값을 자랑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지금 5천 원에 애호박 구매하면 박스단위로 살 수 있다.


감자는 두껍게 썰어줬다. 포실포실한 감자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면적을 넓게 썰었다.




두껍게 썰은 돼지고기 목살을 쎄게 구워 그대로 끓였다.



콰아아악 하고 끓여준다. 

조미용 양념들을 넣고 콰아아ㅏ아악 하고 끓여준다.

그러다가 보글보글하게 끓여주면 된다.



콰아아아 아ㅏ악이 중요하다.



고기는 다 익었을 때쯤 꺼내서 썰어 주었다. 

사실 다 안 익어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찌개 안으로 들어갈 거다.

한번 굳혔다 썰면 좋지만 성격이 급하므로 바로 썰었더니 좀 두껍게 썰렸다.





으으으음~~ 너무 맛있어하는 맛이다.




조리과정 중요사항 


국물요리를 할 때 기준이 있다면, 육수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았을 때 조미를 하는 것을 첫 번째로 한다.

처음부터 같이 넣고 끓여야 맛 좋은 것이 있는가 하면, 고추장의 경우 농도를 만들기 때문에 나중에 넣어주는 편이 조리과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좋아 보이는 목살이 눈에 띄어서 목살을 샀지만, 항정이나 앞다리도 좋고 삼겹도 좋다. 

고기의 종류는 개의치 않는다.



처음부터 고기를 썰어서 익혀도 좋다.  

최근 유행하는 돼지 곰탕의 슬라이스 고기 모양을 상상하면서 통으로 된 고기를 사용했지만, 식지 않은 고기를 써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루정도 참을 수 있는 초연함을 가지게 되면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꺼낸김에 하는 이야기지만, 오래 걸리는 음식을 포스팅하지 않는 것엔 다 이유가 있다.




사진이 옆으로 되어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예상 질문 미리 대답하기



돼지고기를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다.


엄청 좋아한다.

전엔 소고기 사주면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돼지고기 집에 갈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친구같이 느껴진다. 친구들을 자주 보기 힘들다 보니 특별하지 않은 메뉴를 결정을 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이 매우 특별해진다. 

골라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돼지고기의 품종이 많이 브랜드화되었다. 

다른 이야기지만 옛날에나 돼지고기가 서민의 친구였지, 요즘엔 소고기 값 비슷하다. 



찌개를 좋아하는 것 같다.


막 퍼먹는 음식을 좋아한다. 칼질하는 음식점에서만 일했지만 나는 정신없이 퍼먹을 수 있는 음식이 좋다. 

내가 칼질하는 음식점에서 일하는 것을 그만두고자 했던 이유 중에 하나기도 하다. 빈 그릇을 보는 게 그렇게 좋다. 



한식 전공은 아닌데 한식을 자주 해 먹는다.


중학교 때부터 집에서 밥을 해 먹었다. 

양식 베이스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습관이 들어있는지 벌써 18년 정도 되었다.

20주년엔 뭔가 재밌는 것을 해야겠다. 신선로를 해 먹을까.



돼지로써 한식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하자면, 특정 양념을 가지고 많은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식에서 갖은양념이라고 하는 것의 공통점과 고추장 양념이 가진 공통분모 등을 생각해보면 떠올릴 수 있는 맛의 공통된 기준들이 있다. 



돼지로써 요리사가 되려면 조리사 자격증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걸 왜 돼지한테 물어보는지 모르겠지만, 요리사에게 자격증은 필요하다. 

(자격증 시험가서 이렇게 찌개 끓이면 떨어진다.)

개업허가를 받을 때도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도 그런진 잘 모르겠다. 

조리원리나 위생법을 접할 일은 조리계열 커리큘럼을 수료하지 않는 이상 자격증을 따는 것이 유일하다.

(요즘엔 백종원씨가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면 되지 않냐 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공부하는 김에 자격증 따면 되지 않을까?


작은 허들을 넘는 경험을 지속해서 쌓아나가는 것은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떤 경험으로 남길 지는 본인이 선택할 몫이라는 이야기다.

모두가 똑같이 어떤 기준의 점수를 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얻어가는 것은 다르다.

경험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본인 몫이다. 

단, 누군가 자격증이 필요없다고 말했을 때의 해석은 이것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우선순위를 잘 확인하자.



결론은 목살을 넣고 끓인 고추장찌개가 무지하게 맛있었단 말이다.


내가 해야 할 말이다.



지방의 배치가 매우 흡족하다. 쌍추가 요즘엔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닝 소고기 패티 버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