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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Nov 04. 2020

중국풍 돼지고기 조림

소비꾼의 집밥 030

중국에 있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음식이다.
두 번째로 마음에 드는 것은 식재료였고, 
세 번째로 마음에 드는 것은 음식점이었다.  


돼지고기의 비계와 껍데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은 구워서 김치랑 먹는 것이다. 

해외에서 지내다 보면 고기를 구워 먹는다 는 개념이 한국에 비해 비교적 흐릿하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구워먹는다는 행운은 자주 찾아오지 않아 매우 아쉽다. (괜히 해외에서 코리안 바베큐가 핫한게 아니다.)


그런 내가 중국에서 머무르면서 껍데기와 지방을 느끼고 싶을 때 가장 자주 먹었던 것은 홍샤오로우(홍소육)라는 음식이다. 뭐라고 부르는 진 모르지만 중국엔 식판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꽤 여러 곳 있는데, 반찬을 퍼서 가져가면 계산을 하고 먹는다.(반찬이 정말 다양하다.) 그때마다 식판에 담겨있던 반찬이 바로 홍소육이다.

돼지의 풍미가 강하게 느껴지면서 다양한 향신료를 즐길 수 있는 밥반찬 홍샤오로우. 그 맛을 찾아봤다.


그립다. 벌써.

조리시간 2시간

생강이 들어가 줘야 한다.

재료

돼지고기 앞다리/삼겹살

대파

양파

생강

마늘

간장

흑설탕

굴소스


팔각

클로브

카다몸

5 스파이스

후추


캔디드 월넛


시금치






보통 이 음식에 삼겹살을 사용하지만 앞다리를 사용했다. 며칠 전 수육을 삶아먹고 남긴 것이다.

지방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항정살에 가까운 부위도 있어 꽤 좋았다.

앞다리든 뒷다리든 지방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부분을 구매하면 웬만한 삼겹살보다 맛이 좋다.


찾아보니 홍소육(红烧肉)은 노두유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 집엔 없는 간장이므로, 몽고간장을 사용하기로 한다.
왠지 이름이 적절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다.


다양한 향신료들은 족발을 삶을 때도 사용한다. 

클로브와 팔각을 넣으면 사실 다른걸 뭘 넣든 비슷한 향이 난다.


만드는 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데리야끼 혹은 타래 소스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만들기로 했다. (데리야끼와 타래소스 만드는 법도 확실히 알고 있는 건 아니다.)


Tip: 설탕을 캐러멜 라이즈(Caramelized) 해준다.
어렸을 때 달고나 만들 때처럼 설탕을 녹이고 거기서 더 끓어 올려 색을 내주면 된다.
참고로 설탕은 온도가 100도를 넘어가므로, 불을 끈다고 해서 열이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
끓어오른 설탕에 간장을 부어 끓이면 특별한 향을 만들 수 있다.


고기는 마이야르반응이 날 때까지 세게 구워야 한다.

사실 안 구워도 될 것 같지만 내가 그걸 좋아한다.


이런 순서대로 진행된다.

거기에 야채를 넣고 세게 구운 고기를 같이 넣고 끓여준다.  

어느 정도 껍질이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면 꺼내서 식힌 뒤 썰고 다시 육수에 넣어 끓여준다. 

고기의 익힘 정도를 확인할 땐 지방과 껍질을 기준으로 했다.



곁들임으론 시금치와 캔디드 호두를 준비했다.

https://brunch.co.kr/@sobeggun/59




이런 윤기는 농도를 잘 맞춰야 나온다.


조리과정 중요사항



중요한 것은 캐러멜이다. 중국요리에서 사용하는 노두유의 경우 캐러멜을 가지고 있거나, 따로 첨가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집에 그런 게 있긴 쉽지 않다. 실망하지 말자. 우린 가짜로 만들지만, 맛있게 만드는 거다.


얇은 바닥을 가진 냄비에 설탕만 놓고 녹이면 바깥쪽이 엄청나게 잘 탄다. 두꺼운 바닥을 가진 냄비로 해결하는 게 가장 좋지만, 냄비를 구매할 때 바닥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요리사들은 확인한다. 슬픈 경험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기준이다. 묻지마라. 눈물난다.)

물을 약간 넣자. 물을 약간 첨가해주면 설탕물이 끓으면서 수분이 날아가고 색이 나기 시작한다. 

수분이 전부 날아가고 100도를 넘어가는 순간을 잘 체크해줘야 한다.

100도가 넘어가는 순간부터 순식간에 색깔이 나기 시작한다. 

긴가민가하면 불을 끄고 기다려봐라. 불 안끄고 고민하고 있으면 분명히 태운다. 


설탕의 온도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좋다. 설탕을 많이 다루는 파티시에나 디저트 파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설탕도 온도를 수시로 확인하고, 젓는 방향도 정해놓고 사용한다. 설탕은 무뎌 보이면서도 엄청 민감한 재료다. 


친구들 중에 무던한 스타일이라 뭔 짓을 해도 화를 잘 안 내는데 선 넘어가면 정말 돌아버리는 친구 한 명쯤 있을 거다. 설탕은 그런 친구다. 선을 넘으면 돌이킬 수 없다.


자주 설명하는 내용이지만, 농도가 어려울 땐 공기방울이 터지는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관찰하면 된다. 

점점 느리게 터지는데 잔거품에서 큰 거품으로 변하는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흑설탕을 사용하게 되면 색의 변화로는 유추하기 어려워지므로 각별히 신경 쓰자. 


고기를 삶을 때 한번 식혔다 다시 끓여주면 껍질이 가진 젤라틴의 포화상태가 활성화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 그냥 그럴듯하게 써봤다. 어쨌든 지방과 껍질의 맛이 더 풍부해진다. 


캐러멜화 된 간장과 설탕의 혼합물에 물을 따로 첨가했다. 

채소와 고기에서도 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물 양을 잡으면 좋다.


결국 설탕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나머지는 수육 해 먹는 거랑 다르지 않다. 



모르긴 몰라도 궁보기정도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상 질문 미리 대답하기



중국에서 먹었던 그 맛인가?


완전 같진 않다. 디테일의 차이는 분명 있다. 찌기도 하고, 튀기기도 하는 동파육처럼 어떤 조리 방법을 건너뛴 것일 가능성이 높고, 젓가락으로 갈라질 만큼 부드럽지도 않다. 중요한 건 맛은 확실히 있다.



달지 않을까?


캐러멜화 된 설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이유는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맛이 느껴지는 순서가 약간 달라진다. 보통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끝에 단맛이 남아 있어 씻어내고 싶어지지만, 캐러멜화 된 설탕은 향에 가까운 느낌이 난다. 부담스럽지 않다.



몽고간장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을까?


진간장이나 조선간장에 비해 단맛이 강하고 풍미가 다양하며 짠맛이 적게 느껴진다. 해서 나는 간장 향이 너무 짙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간의 느낌보단 풍미를 더하고 싶을 때 몽고간장을 사용한다. 



졸인다는 개념으로 조리한 것인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수육과 다르지 않게 조리했다. 간이로 조리한 것이다.

구워서 압력솥에 넣어서 1차 조리를 하고, 양념을 졸이는 과정을 거친다면 아마 더 강한 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좀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았겠다.


물론 그 생각도 했다. 맛있으니까 더 해놓고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조림같은 느낌이라 저장해놓고 먹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한 끼 곁들여 먹은 것으로 만족한다.

따듯하게 먹어야 맛있다. 다음에 또 해 먹을 것 같다.



그리운 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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