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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Aug 22. 2021

프로젝트 안암(安岩)

#05-2. 나는 그곳을 인테리어 하기로 했다.

안암의 인테리어 계획에서 내게 중요한 것은 세 가지였다. 개방성, 통일성, 단순함.

이름의 의미대로 (모두가 앉을 수 있는 커다란 바위) 한 공간에 여럿이 앉아 식사하는 모습의 풍경이면 좋겠고, 그랬기에 비교적 단순한 느낌이 강조되는 바 형태의 음식점이길 바랬다.

음식점의 본질에 가장 알맞은 모습을 한 모양새가 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초에 창업을 결정하기 전부터 이미 결정이 되어 있던 모습이다.


노포에서 영감을 얻었던 옥 셰프님의 옥동식이나, 컨템퍼러리 서울을 이야기하는 스와니예 역시 공간 안에 일하는 사람들을 참가시키는 형태로 공간의 활동을 만들곤 했다.

한국에서 근무했던 대부분의 음식점은  형태를 가진 레스토랑이거나, 일반 음식점이었다. 덕분에 내겐  형태의 음식점이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구성에 적합하다는 경험이 있다. 누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공간 구성을 하는가에 있어서 나는 나와 손님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기획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키오스크는 의미가 없었다.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손님에게 주문을 받고 결제를 하는 과정이 번거롭더라도  과정 또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는다.


인테리어를 맡아준 대표님께 이런 내용을 전달했고, 디자인과 내용에 대해선 전적으로 맡겼다.

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최선의 선택에 대한 고민은 그쪽이 더 많이 했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대표님은 자기가 디자인한 건 건드리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괜찮을까? 괜찮을 거다. 내 상상력보다 훨씬 더 나은 상상력과 그것을 구체화시킬 능력을 가진 사람일 거라고 신뢰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끝났다. 그 사람에게 이 일은 공간에 한정된 자본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일 테고, 나는 그 사람의 터치를 신뢰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이런 과정에서 발주인이 결과를 으깬 감자로 만들어버리는 것 또한 많이 봤다.  그리고 그런 신뢰관계가 생길 것 같지 않다면 일을 같이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철거 전 마지막 모습
바닥 작업과 철거 후 모습


7월 26일 철거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뜯어야 할 게 있었고, 뜯고 나서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

정리를 하고 철거를 하면서 대표님은 머릿속에 있던 디자인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한번 설명해준 적 있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긴 힘들었던 부분이 많아 그제야 상상 속 공간을 상상할 수 있었다.

좌석 수는 14개. 적지도 많지도 않은 규모는 처음 시작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처음 목표로 했던 18석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벽을 러프하게 미장을 했다. 1차로 끝내 놓은 과정에서 이미 느낌은 확연히 달라졌고, 미장을 하는 작업자들을 보면서 아 이런 거구나 싶은 느낌을 받았다. 인테리어 공사의 스케줄이 전반적으로 일반적이진 않았다고 한다. 다른 공사와 스케줄을 돌리는 과정에서 안암의 공사를 끼워 넣었기 때문인데, 스케쥴링 과정을 꼬박 확인했던 나는 그제야 대표님이 그 공간에서 보고 있는 디자인과, 어딘가에 앉아 음식을 먹는 손님들을 상상하는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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