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럴 때가 있다.
누가 궁금해하겠나 하면서도
괜스레 왔다 갔다는
여기 있다는 티를
잔뜩 내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이 그렇다.
평온하고 잠잠한 호수에
괜스레 조약돌 하나 던져서
참방참방
곧 사그라들 물결이라도
그냥 나 왔다갔소
꼭 티를 내고 싶을 때가 있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다.
그런데 하필 오늘
굳이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라.
마음 잔뜩 움켜쥔 주먹을
막상 피려면 쉽지 않지만
딱히 힘주고 정 주지 않더라도
가볍게 툭 건드리고 싶다.
오늘이 이렇다고
내일도 그러할까
힘주고 인상 쓴다고
생각이 뜻의 끝자락에
맞닿을 수 있을까.
나뭇잎에 이슬 맺혀
물방울이 뭉치고 뭉쳐
또르르
아래로 굴러 떨어지듯
물방울이
아래로 아래로
굴러 흐르듯이
자연에
자연스레
내어 맡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