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오늘, 글쓰기는 다시금 계속된다.
새해다.
지난 몇 년간 새해를 조용하게
그리고 감흥 없이 보내왔던 것 같다.
올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아니, 사실은 뭔가가 다르다고 느껴진다.
2022년은 나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던 시기이다.
거의 처음으로 한 회사에 1년 동안 쭉 근속했으며,
팀원들을 직접 선발하여 팀원이 제대로 갖춰진 제대로 된 의미의 팀을 구축했다.
2년 넘게 살던 좁은 고시촌 원룸에서 벗어나
이제야 좀 집 같은 곳을 구해서 살게 되었고
빚과 고금리에 허덕이던 금전적인 문제는 겨우 한 숨 돌려서
빚 자체가 다 탕감된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갚아나가고 있다.
당시에 빚 문제와 이사 문제가 지금처럼 잘 해결되지 않을 뻔하기도 했었는데
그 당시에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상태로 매우 취약해져서
하루 만에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했다.
이 당시 정말 오랜만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생각이 미쳤는데
정말 하루 만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한순간에 마음상태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는
스스로 마음의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이들의 마음 또한 세심하게 헤아려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마음속은 모른다는 말이
문자 그대로 와닿았던 경험이었다.
몸과 마음을 다 훑고 간 충격 때문에
생활과 밀접한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포함해서
몇 개 SNS는 아예 지워버렸다.
추석즈음 걸렸던 코로나도 나에게는 큰 경험이었다.
처음에 코로나라는 것을 모르고 몸 건강이 점점 악화되자
‘만약 코로나라면 이해가 가는 수준의 아픔이다.
그런데 만약 코로나가 아니라면?
어쩌면 죽을병에 걸린 걸 수도 있겠다.’
의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종류의 아픔이 몸을 덮쳐왔고
몸이 낫고 나서도 한동안 두통과 어지럼증을 겪었다.
이 어지럼증은 몽롱함을 동반했는데
이 몽롱함 속에서 쉽사리 의식의 경계가 옅어지며
평소 명상을 깊게 하고 나서 얻어지는 심득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
그 상태에서 다시금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필요 이상으로 일에 몰두해서 나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을 잠시 멈추게 되었다.
그 뒤로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탐구를 시작해서
거의 10여 년 만에 다시 춤을 배워보고
10여 년 만에 크로스핏을 다시 해서 몸의 한계까지 밀어붙여봤으며
역시 10여 년 만에 헬스장을 끊어서 몸을 가꿔가며
또 지난 시간 동안 잘못된 자세로 운동해서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잡혀있던 불균형한 곳들을 개선하게 되었다.
풍수 사업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마지막 달이 되어서야 직접 의뢰다운 의뢰가 들어왔으며
관련된 콘텐츠 역시 작업을 진행을 시작했다.
항상 연말에 새해계획을 세우면서 돌아보면
다른 것도 아니고 가장 큰 아쉬움이 남는 것이 바로
1년 전 새해 계획을 왜 다 지키지 못했을까이다.
그것도 처참한 수준으로 실천하지 못한 성적표를 보고 있자면
지난 365일이 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1년 전 나 자신에게 혀를 차며
왜 지키지도 못할 계획을 이렇게 거창하게 세웠을까라고 또 비판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정신을 차리고
지난 몇 년 간 실패했던 데이터를 가지고
현실성 있고, 계획적이며
정말 내가 원하는 것과 맞닿아있고, 절박함도 같이 반영이 된
실천 가능한 새해 계획을 짜기로 했다.
지난 몇 년간의 새해계획과 그 결과를 보면 가장 두드러지는 실패는
근성 부족이다.
계획 자체가 얼토당토 하지 않았다고 한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악으로 깡으로 버텨가며 달려들었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참신한 방법이나
아니면 적어도 목표 자체를 현실적으로 수정해서 약소한 성과라도 얻지 않았을까 싶다.
목표라고 세워두고는 그 목표와 실천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점점 더 그 목표 자체를 외면하고픈 간사한 심성 때문에
결국에는 오히려 쳐다도 안 보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올해는 되든 안되든
무조건 그것에 대한 기록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기로 했다.
더불어 미천한 실력의 글쓰기도.
스스로 옭아매고 있던 자신에 대한 기대치와 욕망, 비난 등을 모두 걷어내고
일단 지금 수준에서 나 자신을 인정하고
일단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목표를 향해서 정진하려고 한다.
너무 교과서 같고 정석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뻔한 것을 못하기 때문에 결국 무너지는 게 아닐까 싶다.
누구나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처럼
꾸준하게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서 정진했던 거북이가
결국에는 결승점을 통과했다.
인생은 종종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에 비유가 되곤 한다.
아무리 지름길로 가려고 해도 긴 호흡의 승부이다.
게다가 모두가 출발점과 결승점이 다르다.
자기 자신과 끝없이 승부를 해야만 하는
어쩌면 정말 외로운 마라톤인 것이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인정과
끈기가 함께 해야지만 목표한 결승점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긴 마라톤의 한 구간인
2023년 초입해서
다시금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365일간의 구간 달리기를 힘내서 통과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