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어 바라보기: 나를 되찾은 이야기
어제 퇴원했습니다.
골로 갈뻔했습니다.
응급실로 입원했다가 중환자실까지 갔다왔습니다.
몸이 몇 개월, 아니 몇 년 동안 조금씩 삐걱이더니
기어코 급성췌장염이 왔습니다.
그동안 건강관리가 엉망이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 식사 시간도 매번 불규칙하고
맛있어 보이는 것들 그대로 입으로 직행시키고
운동도 꾸준히 하기보다는 내키는대로 했습니다.
그 와중에 잘한 게 있다면
그나마 명상하는 것 하나만큼은
계속 붙들고 열심히 했습니다.
몸이 이렇게 될 때까지 방종했으니
헛 명상한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명상 아니었으면 정말 훅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입원하고 음식도, 물도 입에 못 대고
링거 맞고 주사바늘 계속 찔려가면서
어쩌다 이렇게 됐나…하고
잠시 멈추고 바라보기를 했습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생각들을 하나씩 들춰보면서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의 순간들부터
아주 어렸을 때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아득히 먼 꿈에서 스쳐 지나가듯이 보았던
그런 풍경마저도 잔상을 다시 들쳐봤습니다.
아, 그래.
이게 바라보기였지.
이게 참된 나 자신을 찾아가는 방식이었지.
그동안 숱한 생각과 감정들
그리고 행동들의 까닭이
하나둘 꺼풀이 벗겨지더라고요.
그동안 살아온 모습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원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해왔으나
정작 스스로에게 그걸 되묻지 않고 살아왔었다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고,
바라보고, 묻고,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진작에 이럴 걸.
건강이 많이 악화되고
많은 길을 돌아왔다고 느껴지지만
지금에라도 이걸 느낀 게 어딥니까.
이런 상황을 통해서 깨달음을 주는
나 자신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한숨 돌리고
바로 묵혀둔 짐들부터 정리했습니다.
밀려둔 숙제 같은 짐짝들을 열어보니
묵히고 쌓여둔 감정들처럼
이거나 저거나
엉키고 설키고 난리도 아닙니다.
이것들이 뭐라고 버리지도 않고
오랫동안 이사할 때마다 끌고 다녔을까요.
이루지 못한 채 방황하던 목표와 꿈
케케묵은 기억들과 함께 말이죠.
오늘은 집 근처 공원을
제법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했습니다.
그리 높지도 않은 언덕길을
일여년만에 처음 올라가보기도 했고요.
공기도 상쾌하고
신발 밑창을 뚫고 전해져오는
바닥의 울퉁불퉁함이
온몸을 통통 안마해주는 게
기분이 제법 좋았습니다.
그래 이런 게 삶의 낙이지.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해야지.
늘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
지금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