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의 나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한달: 자기발견] Day29.

by 가온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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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

“똑똑똑”

‘이런 밤중에 집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야식을 시키지도 않았고 오늘 별다른 일정이 없었던 터라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굳게 닫힌 대문 앞으로 다가갔다.


“누구세요?”

“…”

“누구시냐고요?”

“나야”

“나 누구요?”

“ㅎㅎ 나야 가온이”

“ㄴ..네?!”


되묻는 나는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데 내 이름을 자기 이름이라고 말하는 거지? 미친놈인가? 근데 목소리는 나랑 또 비슷한데..?’

온갖 잡생각들이 머릿속으로 재빠르게 흘러들어왔다.

며칠 전 본 영화 <테넷>에 인버전 기술과 엔트로피 반전 관련 내용에까지 생각이 뻗쳤을 때, 도어록 비밀번호가 하나둘씩 눌리기 시작했다.


“띡- 띡- 띡- 띡- 따라라~”

“어? 뭐.. 뭐야?!”


문고리가 돌아가고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나는 숨이 턱 하고 막힐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얼굴에 따뜻한 웃음기를 띄고 반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그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 그 사람이 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ㄴ…나… 나잖아?”

“후후 뭘 놀라고 그러시나. 시간이 얼마 없으니 후딱 이야기나 나누자고.”


내 얼굴을 한 이 남자는 내가 물어볼 틈도 주지 않고 냅다 방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으며 나보고 자리에 앉으라는 눈짓을 줬다.

그리고 내가 납득할 수 있게끔 아주 친절하고 간결한 방식으로 1분도 되지 않아서 자신이 10년 뒤 미래에서 지금의 시간으로 날아온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이해시켰다.


“근데 이러면 타임 패러독스가 일어나서 둘 다 소멸하는 거 아냐?”


어느새 나는 미래의 나에게 편하게 말을 놓고 있었다.


“그건 현재 수준의 과학기술이나 이해의 수준으로 봤을 때나 그렇지, 우주는 일즉다다즉일 중중무진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시공간과 과거, 현재, 미래는 항상 연결되어있고 항상 같이 존재해. 소위 우리가 말하는 다중우주나 평행세계도 한 점 안에 다 들어있는 걸.”

“음, 그렇다는 것은 실제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개념과 그 이상의 가능성까지 모두 존재하며 그것은 지극히 작은 한 점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10년 뒤의 미래의 나를 만나는 것 같은 것은 우주 전체의 원리에 따르면 별 신기한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인가?”


미래의 나는 내가 대견하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뭐 그 정도로 이해하고 있으면 충분하겠네.”

“근데 무슨 일로 귀하신 분이 이 누추한 곳에 찾아오셨나?”

“그냥, 가볍게 마실 나온 겸 스몰토크 좀 하자구 ㅎㅎ”


시간이 한 시간 가량밖에 없다고 한 그는 내 근황을 묻고 또 내가 궁금한 점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그래, 너와 나뿐만 아니라 우리는 결국 다 같은 우주지 않니? 앞으로 잘하겠지만 너무 너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매몰되지는 말고. 지금부터 정리하는 습관 조금 더 신경 써주고. 명상과 다우징은 조금 더 집중해서, 그리고 다양하게 해 보면 좋을 거 같아.”

“응, 얘기를 해줘서 한 번 더 짚어주니 고맙네. 근데 나 결혼이나 돈벌이는 좀 어떤가?”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지는 않고 간단한 팁들만 주려고 했는데, 어때, 진짜 궁금해? 아니면 질문하는 즉시 답은 나오는 거니 굳이 내가 대답해줄 필요는 없을까?”

“응, 그래. 굳이 대답해줄 필요 없어. 지금 이 순간 내가 마음먹고 앞으로 어떻게 하루하루 살아가느냐에 따라 무수히 다를 텐데 말이야. 맞지?”

“ㅎㅎㅎ 그래 맞다는 거를 이미 알고 있는데 다시 나한테 물어볼게 뭐 있어. 그나저나 앞으로 10년 동안 뭘 할지 좀 적어봤나?”

“음.. 어딘가 적어놓은 게 있었는데 지금 기억이 잘 안 나네…”

“그럼 내가 잠깐 기다려줄 테니 적어서 보여줘봐봐”


시간이 얼마 없는데 그걸 쓰는 거를 또 기다려준다니, 참 여유롭고 넉넉한 친구 같으니라고, 아마 내가 10년 전 과거의 나를 만났어도 이렇게 느긋하게 기다려줄 수 있었을까 싶었다.

실시간으로 10년 계획을 적고 있는데 앞에서 내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괜히 신경 쓰여서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나를 쳐다보는 대상이 나 자신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저..저기 일단 쓰고 있을 테니 잠깐 다른 볼일 좀 보고 있어 주면 안 될까? 계속 쳐다보니깐 집중이 안돼서 말이야…”

“알았어 ㅎㅎ 바로 너 찾아오느라고 동네 구경 제대로 못했는데 후딱 둘러보고 다 쓸 때 맞춰서 올게. 혹시 모르니 돌아가는 시간은 좀 연장해둬야 할 수도 있겠구먼.”


그는 다시 한번 따뜻한 미소를 하고 내 어깨를 토닥여주고 밖으로 나갔다.

‘날도 후덥지근할 텐데… 뭐 알아서 잘하겠지.’

괜한 걱정이다. 나보다는 10년은 더 짬밥이 있는데…


목록을 우선 손 가는 대로 쓰기 시작했다.


[2021]

브런치 매거진 연재 (미디어, 스타트업, 명상, 풍수)

공식 첫 책 출간

웹소설 연재

영상 에세이 시리즈 연재

풍수 컨설팅 사업 운영

팟캐스트 운영

아쉬탕가 요가 프라이머리 체화

다우징 95

무술 훈련 다시 시작


[2022-2025]

스타트업 창업

풍수, 명상 관련 수업 진행

풍수 컨설팅 사업 해외로 확장

미디어 운영

미디어 구독자 1만 명 이상

웹소설 연재

아쉬탕가 요가 인터미디에트 시작

초감각적 지각 관련 논문 발표

미디어 칼럼 연재

집 장만

결혼

단편영화 제작

책 3권 추가 출간

칼리 아르니스 승단


[2026-2029]

10인 이상 기업으로 성장

미디어 구독자 10만 명 이상

장편소설 연재

풍수 컨설팅 해외 레퍼런스 전 세계 100곳 이상

전 세계 기업 대상 강의 및 컨설팅

메인 미디어 칼럼 연재

책 3권 출간

단편영화 2편 추가 제작

육아

해외로 이주

직접 집 건설

칼리 아르니스 국제 시합 참가


[2030]

명상휴양센터 건설

유적탐사 및 공공기관 관련 풍수 컨설팅

미디어 구독자 20만 명

장편영화 제작



정신없이 손 가는 대로 쓰고 나니 미래의 내가 집에 다시 들어온 줄도 모르고 쓰고 있었다.


“어휴! 언제 들어왔어? 인기척이 없어서 놀랐네.”

“ㅎㅎㅎ 아니 즐겁게 집중하는 모습이 멋져 보이길래 그냥 감상하고 있었어.”

“그 얘기를 자기 자신한테 들으니까 살짝 소름 끼치는데? 근데 언제 다시 가야 한다고 했지?”


나는 황급히 시간을 확인하면서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응, 사실 시간이 다 됐거든. 이야기를 좀 더 나누려고 했는데, 방금 미래 계획을 쓰는 모습을 보고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다.”

“뭐? 좀 더 있다가 가지?!”

“아냐, 방금 몰입해서 미래를 떠올렸던 그 집중력과 그 즐거운 느낌을 잘 기억해. 그리고 그 리스트는 앞으로 더 자주 보고 계속 보완해가라구~! 더 길게 얘기 안 한다. 안녕~!”


어느새 그의 모습이 희미해지면서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그래,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지 말자.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면서 미래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하자.'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정말로 행복한 마음으로 그에게 손을 흔들며 그를 보내주었다.


"안녕~! 찾아와 줘서 고마워! 다음엔 더 여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게 내가 미리 준비해놓을게!"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나는 한동안 그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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