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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 Nov 10. 2020

고민할 일인가?

무심코, 특별히 바라보기

 다이어트 중이다. 그래서 나는 절대 저 녀석을 가까이해서는 안된다. 지금 당장 저 녀석을 위생봉투에 담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야 한다. 더욱이 저 녀석은 6살 아이가 매우 좋아하는 녀석이다. 그래서 더더욱, 저 녀석을 내 눈에서 치워야 한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게... 저 녀석을...


먹어버릴 수도 있어서!!


 초코파이, 초코파이가 식탁에 고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집 안을 정리하는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초코파이가 곱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이가 먹으려다 등원 시간에 쫓겨 먹지 못하고 나간 모양이다.


 문제는 나다. 식탁에 널브러진 장난감을 치우고, 바닥에 떨어진 밥풀을 주워 버리면서 계속 초코파이에 눈길이 갔다. 평소라면 위생봉투에 잘 담았다가 아이가 하원 하면 줄 텐데, 오늘따라 그 간단한 행동이 실행되지 않는다.


 그렇다. 내 눈은 이미 초코파이를 먹고 있었다.
 알고 있다. 무슨 맛인지.
 그래서 더 힘들다.
 초코파이 한 입 먹고, 흰 우유 한 모금 마시면 얼마나 기쁨의 에너지가 터지는지...
 
 "먹어버릴까?
 안돼, 나는 지금 다이어트 중이야.
 게다가 저 녀석은 6살 아이가 찜해놓은 거잖아.
 괜찮아. 초코파이는 집에 많아. 그냥 먹자.
 하나쯤 먹는다고 살이 엄청 많이 찌는 것도 아니잖아.."

 
 핫하하~ 이게 뭐라고. 아침부터 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문득, 초코파이에 얽힌 추억이 떠오른다.

 국민학교 때, 아침마다 용돈을 받는 것이 어린 나의 즐거움이었다. 엄마는 매일 아침, 주머니에 있는 대로 돈을 주셨는데 어떤 날은 100원, 어떤 날은 200원, 어떤 날은 500원을 줄 때도 있으셨다. 당시, 초코파이는 100원이었다. 양은 적지만 만족도가 매우 높은 녀석이라, 용돈 100원을 받는 날에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워낙 초코가 들어간 과자를 좋아해서 초코파이를 사 먹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아침부터 아이들이 모여있길래 가봤더니 초코파이 봉지를 살짝 뜯어 바람을 빼고 일부러 조물거리고 있었다. 무슨 해괴한 짓인가 했는데, 5분쯤 지나 봉지를 뜯어보니 초코파이가 떡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모양과 색이 이상해서, 별로였다. 그런데 친구가 조금 떼어준 초코파이 떡을 맛봤는데 꽤 괜찮았다. 그냥 베어 먹는 것도 맛있지만, 꾹꾹 눌러 떡처럼 만들어 먹으니 더 찰기가 있어 쫀뜩쫀득한 떡 식감이었다. 이후, 아이들은 초코파이 봉지를 들고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그 매력을 알게 된 것이다. 나 또한 초코파이를 먹게 되면 봉지를 살짝 뜯어 바람을 빼고, 봉지째 주물럭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알기로는, 초코파이가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대중들에게 꽤 고급지고 비싼 초코빵이었단다. 당시 출시된 금액이 50원이었는데, 지금으로 치면 초코파이 한 개당 약 3천 원 정도의 가치였다고 한다. 그런데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자, 여러 제과기업에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해 가격이 오랫동안 100원으로 동결되었고 언제부턴가 초코파이는 누구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빵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초코파이를 좋아하고 제과기업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한국인의 정, 초코파이'라는 콘셉트가 자리 잡았다. 고등학교 때인가? 나 때문에 토라진 친구의 마음을 풀어줄 때 초코파이 한 개를 친구 손바닥에 쥐어주며 사과를 했더랬다. 물론 '정'이라는 한자가 잘 보이도록 주었다. 또, 용돈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시절에는 친구의 생일 축하를 위해 초코파이 한 상자를 사서 케이크 모양으로 쌓은 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 적도 있다. 솔직히, 어설픈 케이크보다 초코파이가 더 맛있었다.
 이처럼, 초코파이는 오랫동안 내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 이 녀석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웃음이 나온다. 초코파이 한 개 가지고, 이토록 고민할 일이란 말인가?


그런데 내게는 꽤 심각하다.

초코파이 한 개로 끝나지 않고, 계속 단 것을 먹고 싶어 질까 봐.

계속 추억 속으로 빠져들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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