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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 Feb 24. 2021

주식의 세계

무심코, 특별히 바라보기

 오 마이 갓! 헐~~


 핸드폰 어플로 깔아놓은 주식창을 보고 한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생각지도 못한 일,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믿었던 대기업 종목들인데, 그야말로 훅훅 떨어지고 있었다.


 와우~~ 언빌리버블~~~ 후~~~


 2020년 11월 말, 공영방송과 유튜브에서 주식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주식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연예인들이 나와 주식 투자하는 방송도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전혀 관심 없었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사람이고, 복잡한 것은 하고 싶지도 않은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소 전혀 주식에 관심 없을 것 같은 지인이 '금융문맹탈출'이라는 책을 쓴 '존리'의 강연 영상을 보내줬다. 요즘은 은행에 저축하고 적금 들면 금융문맹이라며 이 사람 말 좀 들어보라고 말이다. 하필이면 그 날 할 일도 없고 시간이 많아 1시간가량의 강연 영상을 다 보았고, 문득 주식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은행 이자보다 나은 것이 주식이라고?' 하는 호기심이었다.


 의심이 많은 나는 다른 사람들의 주식 관련 영상을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고, 존리가 쓴 책도 구입해 읽었다. 본래 책으로 설득이 잘 되는 나는, 남들 다 한다는 그 '주식'이라는 것이 궁금해졌다. 뭐, 금융문맹탈출을 하고 싶다는 뜻은 없었다. 그냥, 남들 다 한다는 그 '주식'이라는 것을 죽기 전에 조금이라도 알고 싶다? 아니 구경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이후, 검색 창을 통해 폭풍 검색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했고 너무나 쉽게 삼성전자 주식 2주를 사며 스타트를 끊었다.


 오 마이 갓!!!

 사자마자 500원이 마이너스였다. 이러다 내 피 같은 돈을 다 잃을 것 같은 조급함에 바로 팔아버렸다. 수수료까지 약 800원 정도? 손해를 보고 팔았던 것 같다.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은행 이자보다 낫다더니 800원을 꿀꺽하다니!!!

 부들부들 화가 났다.


 그리고 며칠이 흘렀다. 자꾸 주식계좌 앱을 눌러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존리의 말이  떠올랐다. '기업의 가치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면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투 하라'


 너무 쉽게 사자마자 10분도 안되어 팔아버린 나 자신의 인내심이 부끄러워졌다.
 그래도 하루는 좀 가만히 있을 걸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결국 나는  삼성전자 주식을 다시 샀다. 물론, 검색해보니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안정적인 삼성전자 주식을 사라는 말을 듣고 샀다.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알아보는 절차 따위는 갖지 않은 것이다. 아니, 공부하면 뭘 알겠냐 하는 심정이었다.


 초심자의 행운이었을까?

 그 날 이후, 삼성전자의 주식은 쭉~~ 쭈욱~~~ 올랐다.
 
 어디 가지도 못하고 재미없는 일상을 살던 내게, 주식 창을 매일 보는 것은 새로운 기쁨이었고 취미였다.

 심지어, 나 자신이 엄청 주식을 잘하는 사람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후, 차트를 볼 줄 알게 되고 주식 용어도 하나씩 알아듣게 되었으며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방법도 배웠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유튜브에서 전문가들이 다 알려준다.


 문제는 1월 11일부터였다.
 하필 나는 그 날, 오랫동안 부은 적금을 깨서 대기업에 투자했다. 그리고 평소 사고 싶었던 다른 주식도 몇 개 샀다.


 그런데, 1월 11일 이후 점점 주식이 하락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다. 어떤 날은 주식 창을 보다가 화가 났다. 그러다 살짝 오르면 다시 희망에 차 올랐다. 심지어 일을 하는데도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주식창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아, 이렇게 중독자가 되는구나'싶었다.


 그렇게 오늘, 2월 24일이 되었다.

 오늘도 대 폭락 중이다. 어떤 이들은 바겐세일 중이니 더 사란다. 공포에 사는 야수의 심장을 가져야 나중에 더 크게 웃을 수 있단다. 그런데 내게 남은 예수금이 없다. ^^;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을 투자한 나는 지금 매우 심기가 불편하다.
 이제 3개월 조금 넘은 주린이(주식을 막 시작한 어린이)가 이런 폭락의 장을 극복하려니 참으로 힘들다. 지금이라도 '전량 매도'를 눌러버리면 완전한 손해는 아닌데, 그 마저도 못하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와우... 주식의 세계...


 주식을 모를 때는 '불로소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마음고생을 경험하며 '불로소득'이 아니라 '심로 소득'이라 말하고 싶다.


 주식을 하며 '인내심', '기다림'이 무엇인지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드디어 이해하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나 반도체 따위 관심도 없던 내가 관련 뉴스를 찾아보고 있다.

 와우.. 글을 쓰려면 세상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던데...
 이렇게 억지로 나는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애초에 주식을 시작할 때, 장기투자를 하겠다는 그 마음이 어느새 단기 투자자의 마음으로 변질되어 일희일비하는 나를 발견한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나는 투기가 아니라 투자를 하려고 주식의 세계에 온 것이다."

 라고 말이다.^^


 주식을 통해 기다리는 마음을 배우며, 포기하려 했던 나의 소중한 꿈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안된다고 포기하는 것은 꿈이 아니다.


 "기다리자. 내 실력이 차올라 불기둥처럼 솟구쳐 오를 그 날을 위하여!!!"

 하고, 나는 다시 드라마 공모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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