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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 Oct 07. 2019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


 할 일은 많은데 손에 잡히지 않아, 창문 열고 앉아 빗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빗소리를 하염없이 듣다 보니, 갑자기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는 마세요. 저는 초긍정주의자입니다.) 


 너무 열심히 살았던 것일까?교정교열 일이 꽤 있었고 집 안 행사, 아이들 챙기기, 공모전 준비 등 스케줄이 늘 꽉 짜여 있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친 모양이다. 열심히 살았는데,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열심히 살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솔로몬이 전도서에 쓴 말 중 유명한 말이 있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그 말을 듣고, 부귀영화를 다 가져본 자의 여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헛되도 좋으니 좀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0분 전까지의 나는 그랬다.


 그런데 빗소리를 하염없이 들으며, 창밖 풍경을 보니 '그 모든 열심과 열정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허무주의에 빠지려는 것 같아 두려웠지만,  '이런 날도 있는 게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마감'과 '데드라인'에 목숨 걸어야 다. 그것이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다. 그런데 몇몇 유명 작가들은 더 좋은 글을 위해 데드라인을 넘기고, 글이 짤 써지지 않는다고 잠수를 타며 시간을 벌기도 한다더라.


 나는 성격상, 약속을 꼭 지켜야 마음이 편하기에 '잠수'와 '씹기'는 절대 못한다. (그래서 유명한 작가가 되지 못한 것일까?) 글을 보내기로 약속한 시간까지 일을 마쳐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스타일인 것. 그러다 보니 조금 만족스럽지 않아도 시간 맞추기에 급급해 '보내기'를 눌러버린다. 프로인가? 아마추어인가?
 
 열심을 낸다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음을 수없이 경험해본 는, 이제 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포기가 안된다. (네, 맞습니다. '공모전 당선되어 작가 되기'요.)


 2019년, 상반기에 참 많은 공모전에 도전했다. 크고 작은 공모전들이었고, 준비하는 동안 참 행복했다. 여행 가기 전 준비할 때 더 설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막상 여행을 할 때는 힘들고 지친다. 공모전 결과를 기다릴 때처럼 말이다. 목표를 세우고 준비할 때, 모두 '성공'을 상상한다. 나도 그렇다.

 드라마 공모전 하나가 10월 중순에 발표인데, 마음이 참 복잡하다. 이미 서너 개의 공모전에서 미끄러진 상태라 더욱 그러하다. 이 또한 희망고문이 될까, 착잡하다. '그럴 줄 알았어'하고 웃을 내가 떠오른다. 그것은 '성공할 줄 알았어'일까, '떨어질 줄 알았어'일까.


 글을 써야겠다. 마음을 위로해주는!  


 "글로리,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유명 작가'로 살아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야. 그런데 넌 왜 그렇게 공모전으로 당선되어 작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니? 이렇게 글을 쓰고, 글을 쓰며 행복하면 이미 작가잖니? 꼭 누군가 알아줘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니?(끄덕끄덕) 하, 솔직하긴....  너, 뻘쭘할 때마다 그러지? 글 쓰는 게 취미라고. 그래, 맞아. 넌 정말 좋은 취미를 가졌어.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야. 쓸 수 있는 손가락과 가슴, 그리고 체력이 있어야 하지. 너무 글에만 목숨 걸지 말자. 네 곁에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니? 곁을 돌아보라고. 조급해하지 마. 네 마음을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넌 이미 글쓰기를 사랑하는 작가야. 꼭 남들이 널 그렇게 불러줘야 하니? 내가 인정한다. 내가. 글로리! 힘내! 아니 너무 열심히 하지 마. 넌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그래서 하는 말이야. 너무 열심히 하지 마. 그럴수록 더 서툴러지고 실망도 커. 힘을 빼. 힘을. 너를 이끌어주는 운명에 맡기라고. 너를 창조하신 그분의 이끌림에 이끌려 가자고. 안간힘 쓰며, 너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말고. 알았지? 넌 지금도 충분히 멋지고 아름다워. 좋은 면만 보자. 좋은 면만. 글로리! 넌 충분히 멋진 인간이고 사랑스러운 인간이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어서 컴퓨터 모니터를 끄고, 나가자. 우산 하나 들고나가 빗길을 걸어보자! 살아있음에 마음껏 행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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