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리 Oct 08. 2019

맨 땅에 헤딩하는 인생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물으면, 떠오르는 한 마디가 있다.


 "맨 땅에 헤딩하기"


 돈도, 뛰어난 외모도, 좋은 성격도, 잘난 부모도, 똑똑한 머리도, 대단한 학벌도 없다. 그런 내가 오늘날, 이렇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다. 그만큼 세상적으로 보았을 때, 내세울 것은 없는 사람이다.


 다행히도 가진 것 없는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저요'마인드다. '저요'마인드는, 누군가 기회를 주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저요'하고 손을 드는 마인드다.
 
 물론, 처음부터 '저요'마인드의 주인공이었던 것은 아니다.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나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었던 것. 


 그런 내가 어떻게 '저요'마인드를 갖게 되었을까? 그것은 '결핍과 불안'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잠시 사회생활을 하다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백수 시절을 보냈다. 당시, 나는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1년 동안 사회생활하며 벌어 놓은 돈을 야금야금 생활비로 쓰고 있었다. 물론, 먹을 것 사는 일에만 최소한의 지출을 했다. 그러다 문득, 10만 원이라는 관리비를 낼 돈도 없는 처지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관리비 고지서를 들고 한참이나 멍하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자존심은 있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는 않았다. 심지어, 부모님은 당시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줄 아셨다. 철저히 비밀에 부쳤으니까.


 돈이 없으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뉴스 속 생활고로 고독사하는 어느 독거노인의 이야기가 남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당시, 나는 동화 하나를 썼다. 배고프고 간절하니, 쓴 글을 또 고치고 또 고쳐서 냈다. 그때 심정은 단 하나, 입상해서 소정의 원고료라도 받겠다는 것이었다. 동화는, 부모 없이 자라는 남매가 서로를 사랑하고 보듬으며 이해하는 내용이었다. 남매의 절박한 상황을 당시 내 상황과 대입시켜 써서, 지금 읽어도 참 눈물 나는 내용이다. 다행히도 입상을 했고, 정말 소정의 원고료를 받았다. 그 원고료는 어떻게 썼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식비로 쓰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경제적으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자 어느 곳이든 입사를 허락해주는 곳이면 무조건 일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때 전화가 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전화기를 붙잡고 진땀이 나도록 열과 성을 다해 통화를 했다. 이후, 취업이 되어 출근을 시작했다. 물론, 힘든 상황들이 있었으나 다시는 백수가 되고 싶지 않아 참아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직장을 다닌 지, 두 달쯤 지나고 '뷰티아이'라는 온라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백수 시절,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어둔 덕이다. '뷰티아이'는 다음 포털사이트의 '다음 미즈'라는  항목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뷰티, 스킨, 패션, 연애 등의 항목에 주기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작성해주는 일이었다. 직장에서 하는 업무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지만, 재택근무라는 말에 '뷰타 아이'의 업무를 거부하지 못했다. 1년 전의 나였다면, 지금도 힘들다며 거부했을 텐데, 세상의 뜨거운 맛(경제적으로)을 본 터라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한다는 마인드가 확립된 것이다. 이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고, 경험이 중요하다고 한 것인가 보다. 덕분에 직장 월급과 재택근무 소득까지 있어 적금도 들고 저축도 했다. 그 시절, 몸은 바빠도 마음은 편했었다. 돈이라는 게 참 우스운 녀석이다.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그때부터였다. 나는 '저요'마인드로 살았다. '뷰티아이' 업무가 종료되고도, 수시로 취업사이트에 들어가 '재택근무'를 알아봤다. 직장이란 것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임을 깨닫고, 계속 투잡을 지향한 것이다. 이후에도 콘텐츠 작가로 할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했었다. 무조건 '저요'마인드로 '입사지원'을 눌렀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 지인은 '헝그리 정신'이 있다고 이야기해줬다.


 맞다. 내게는 헝그리 정신이 있다. 돈도, 뛰어난 외모도, 좋은 성격도, 잘난 부모도, 똑똑한 머리도, 대단한 학벌도 없는 '맨 땅에 헤딩하기' 인생이기에.


 그러나, 내가 확실히 가지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저요'마인드든, 헝그리 정신이든 '글 쓰는 일'에만 들이대겠다는 신념.


 오늘도 나는 들이댄다. 


 더 좋은 글, 더 멋진 글을 쓰는 '나의 미래'를 기대하며. 

작가의 이전글 너무 열심히 살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