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AI 활용의 걸림돌

by 오방빵

이제 2025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해 회사에서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조직의 팀장으로 임명되었으나, 결국 1년 내 제대로 된 시도도 해보지 못했고, 그냥 학습 조직 정도로 올해는 마무리를 해야 할 것같다. 해야 할 아이템들도 연초에 다 발굴했고, 로드맵도 상반기 중에 다 수립을 해서 하반기에는 뭐라도 해 볼만한 여건이 충분히 갖춰졌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물론, 팀을 맡은 필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건 당연한 거라 넘어가더라도 내년에 반드시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떤 것들을 보완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어떤 것들이 Bottle-neck이 되었는지 공유를 해볼까 한다.


Machine Learning.png AI로 생성한 이미지


1년간 겪은 필자의 경험에 비추자면 일단 경영진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아쉬웠고, 현업에서 AI를 이용해 업무를 개선하고자 하는 니즈(Needs)와 의지도 부족했다. 그리고 회사의 보안 정책이 걸림돌이 되어 구성원들이 제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팀은 AI와 관련하여 매일 오전 회의를 했다. 간밤에 새로운 아이템이 나온 것이 있는지, 어제는 무엇을 했고, 오늘은 무엇을 해볼 생각인지 치열하게 매일매일 회의를 했다. 처음에는 아이템도 적잖이 나오고, 간밤에 다양한 변화와 주제들이 쏟아져 나와 1시간 반에서 2시간씩 매일 회의를 했다. 그리고 2주에 한 번씩 대표이사에게 보고를 했는데, 매일 치열하게 논의한 수많은 아이템과 주제 중 2주간 의미있는 것들만 뽑아서 보고를 드려도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최소 1시간 반 정도는 보고가 진행될 정도로 핫한 주제가 AI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간 AI를 도입하는데 한계를 느꼈던 3가지 원인들을 하나씩 풀어서 사례 중심으로 공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경영진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아쉬웠던 사례다. 비용 투자가 매몰비용이 될까 망설였고, 기술 발전 속도가 하룻밤 자고 나면 세상이 달라져 있을 정도로 빠르며, 현업에 몰입되어 있는 구성원들에게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소개하는 시간을 할애하라고 지시하기가 부담스러웠나 보다. '설비에 센서를 달아서 받은 데이터들을 어떻게 가공해서 어떤 Output을 보려고 하는지 가설을 만들기가 아직은 시기 상조 아니야?', 'Notebook LM이나 Clova X를 써서 업무 효율화를 제고 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을 다 모아놓고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사람들이 한 번에 다 모일 시간이 있을까? 그리고 이걸 한 번 가르쳐 줘서는 안될거고, 몇 번에 걸쳐 반복 교육을 해야 하는데, 시간 내라고 하는 것도 경영자 입장에서는 좀 부담스러운데', '지난주에 이미지 생성이 정교해 졌다고 보고 했었는데, 이번주에는 다른 앱에서 동영상 제작 기능이 갑자기 올라왔다며? 다음주 되면 또 새로운게 출현해서 이번주 교육해도 다음주에 새로 다시 해야 하는거 아니야?', '설비에 설치한 센서들을 갖고 다른 회사들은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얻은거야? 다른 회사들이 해보고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면 그 때 우리도 채택하면 안되나?'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결국 한 해 동안 아무것도 못했다. 예를 들어 과감히 로봇개를 통해 위험지역 순찰을 돌게 하는 것부터 해보자고 결론을 내렸으나, 몇 몇 회사들에서 로봇개들을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창고에서 쉬고 있다고 해서 왜 운영을 못하는지 원인을 조사하다 계획을 접는 등 현실적인 제약들이 너무 많았다.


some students discuss.png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두 번째는 현업의 니즈(Needs)와 의지가 없었던 한계이다. 제안했던 내용들이 너무 진행이 안되다 보니, 뭐라도 해보자고, 설비에 센서를 설치하는 것부터 해보자고 현업하고 상의를 했는데, '지금 설비 운영이 겨우 안정화 됐는데, 설비에 뭘 설치하는게 부담스러워요', '지금 한창 정비하느라 정신 없는데, 센서를 설치한다고 작업자들을 재배치 하는건 좀.... 다음 달에 하면 안돼요?', '다른 회사들도 센서 설치했는데, 설비 고장을 못 잡았다고 해요. 굳이 우리도 당장 해야 하나요?', 'AI를 배워서 써먹는 것보다 그냥 제 손으로 빨리 하고 퇴근하고 싶어요' 등등 현업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마지막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AI 도구들을 소개해 줬는데, 회사의 보안 정책으로 인해 제대로 써먹어 보지도 못하고 포기한 경우도 많았다. Notebook LM 활용 방법을 소개해 주고, 내용 요약, 팟 캐스트 생성, 보고서 작성 방법을 교육시켰으나, '회사에서 작성한 자료 화일이 보안 문제로 추가가 안돼요. 이걸 다 긁어서 복사해 넣느니 그냥 제가 만들게요', '안전 동영상을 만들고 싶은데, 혐오 영상이라서 생성이 안돼요', 'Clova X를 갖고 회의록을 작성하려고 하는데, 상사가 회의 내용 녹음되는거 싫다고 하지 말래요' 등등 인적, IT적 보안의 한계로 인해 AI를 사용하는 것도 한계가 많았다.


사실 제일 힘든 사람은 필자였다. 성과 없이 연구 조직처럼 이런저런 시도만 해보고 한 해를 보냈으니, 20년이 넘도록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는게 직장 생활의 전부였던 필자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다행히 대표이사께서 호기심 많고, 학습하는걸 좋아하셔서 올해는 일단 공부했다고 생각하고, 내년에는 작은 것부터 해보자고 위로해 주셔서 넘어가긴 했으나,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여전히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26년에는 AI 도입을 위해 대부분의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텐데, 다음 글에서는 이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런지 유경험자로서 지나고 난 소회를 이야기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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