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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Jul 21. 2020

기다리는 者에게 福이 있나니...

     

기다리는 者에게 福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어떤 의미일까?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기다리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다. 요즘같은 초 Speed 시대에 느긋하게 기다린다고 이득(Benefit)을 얻을 수 있을까? 좋은 일이 생길까? 오히려 뒤처지거나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Gettyimage 인용



Internet이 발달하고, Wifi가 등장하면서 세상은 초 Speed 시대가 되었다. 시공간(時空間)의 한계를 뛰어 넘어, 빠르다 못해 Multi-tasking이 대세가 될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 세대는 무슨 일을 하던 빠르게,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다리거나 참는데는 기성 세대와 비교해 약한 편이다. 게다가 자녀가 한 명, 많아야 두 명인 가정에서 자라다 보니, 타인을 배려하거나 기다리기 보다는 자기 중심적으로 자기 일만 처리하려는 성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런 성향이 회사에서는 어떻게 비춰질까?



Gettyimgae 인용



몇 년 전, 필자가 다니던 회사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필자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선배가 팀장님께 보고를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보고가 길어져 시간이 흐를수록 팀장님께 보고하려는 대기자들이 줄을 서게 되었다. 그러자 보다 못한 신입사원들을 중심으로, 젊은 직원들 몇 몇이 선배의 보고 중간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제 보고서 좀 잠깐 봐주세요. 시간 오래 안 걸리니까 얼른 보시면 되요." 사실 필자도 보고할 기안이 있었지만, 선배가 먼저 보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던 찰나에 신입사원들을 중심으로 젊은 직원들이 끼어들어 보고를 하게 된 것이다. '뭐 급한 보고가 있었나 보다. 그럴수도 있지'하고 이해를 하고 넘어가려는 찰나, 잠시 후 또다른 신입사원이 이번에는 양해도 구하지 않고 끼어들어 보고를 했다. 그러다 두 명, 세 명 자기 보고서를 들고 나타나 끼어들기 보고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별 것도 아니고, 급할 것도 전혀 없는 사안까지 들고와 기다릴 수 없다는듯 마구잡이로 끼어드는 상황까지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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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보고를 하던 선배가 폭발했다. "이게 그렇게 급한거야? 내가 보고하고 있잖아. 10분 기다리는게 그렇게 힘들어?" 순간 사무실이 침묵에 싸였다. 사실 필자는 이러다 한 번 폭발하겠다 싶어 눈치보고 있었는데, 젊은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이 보고 하는지 조차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자기 보고만 빠르게 하려다 보니, 선배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내 그럴줄 알았다....


그날은 그 선배가 화를 폭발시킴으로써 사태가 마무리 됐으나, 이후로도 젊은 후배 사원들이 자기 보고만 하기 위해 중간중간 끼어드는 광경은 종종 관찰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중에는 그 선배도 좀 기다려 달라고 조곤조곤 타이르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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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가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게 되어 도장을 날인하고 있었는데, 신입사원이 한 명 불쑥 찾아와서는 "저 도장 2개만 찍으면 되는데, 제가 먼저 찍을게요"하고는 인주를 휙 뺏어갔다. 굳이 그런걸로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빨리 사용하고 달라고 했으나, 이미 필자의 마음은 상한 뒤였다. 5분, 10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잠시만 기다리면 되는데, 그리고 그 신입사원이 날인하려는 2개의 도장도 그렇게 급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인주를 찾으러 온 김에 빨리 도장을 찍고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잠깐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들이 인주를 사용하지 않을때 와서 찍고 가면 안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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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불같이 화내던 선배가 떠올랐다. 사실 그 때는 필자도 조용하게 타이르면 될 것을 왜 분위기 험악해지게 굳이 화를 냈는지 선배의 행동이 과하다 싶었다. 그런데 필자가 나이가 들고, 직접 새치기(?)를 당하고 나니 기분이 꽤 불쾌했다. 하긴, 그 선배도 본인 20분 보고 중, 5~6명이 끼어드는 바람에 결국 폭발한거라 한 번의 상황으로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필자가 더 참을성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관계가 불편해 지거나 쪼잔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그 상황이 불쾌하지만 참았던 것이다. 만약 그 신입사원이 '도장 날인할 것이 있으니, 인주 다 사용하시면 말씀해 주세요'라고 하거나 옆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면 내가 미안해서라도 먼저 인주를 사용하라고 권했을 것이다. 그런데 1~2분을 참지 못하고 불쑥 끼어드는 바람에 필자의 그 신입사원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게 굳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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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는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Speedy한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상황은 두 가지 Factor가 상호 모순되는 관계에 놓여있다. 기다리는건 참기 힘들고, 공정하게 줄을 서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와는 달리 나이 많은 선배 직원들은 예의를 중시하고, 선배가 다소 늦게 오더라도 선배에게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중심적이고, 새치기를 하는 성향의 후배 사원들을 보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요즘은 선배들은 화를 내거나 따끔하게 한 소리(?)를 하지는 않겠지만, 나이 들어 속이 좁아져 꽁하니 기억속에 담아놓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심한 복수를 할지도 모르겠다. 신입사원들이여 제발 이런 사소한 일들로 자신의 점수를 깍아먹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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