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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Jul 28. 2020

백 명, 천 명의 친구를 만들 필요는 없다 !!

오늘 하려고 하는 얘기는 직장 동료, 선후배들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취준생이나 신입사원들에게 '직장에서 내 편은 누구일까?'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과연 누구를 얘기할까? 물론, 학교 친구들도 절친한 친구들이 많고, 동네 친구들도 많을테지만, 내가 입사해야 할, 또는 현재 입사해서 다니고 있는 직장 내에서 내 편은 누가 있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내 편이 되어줄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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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 학교 다닐 때 베프라고 하는 죽고 못살 정도로 붙어다니던 친구들이 몇 명 있었다. 그건 중·고, 대학 시절에도 그랬지만, 직장에 입사해서도 그런 친구들이 몇 명 있었다. 특히, 회사에 입사해서는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의논하고, 일하고, 배우고, 깨지고 하면서 직장 상사 중에서도 내가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따랐던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물론 그 사람들과 지금도 연락하고, 가끔 술 한 잔 기울이며 옛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상의하고, 정신적으로 많이 의존하기도 한다. 여러분들은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아니, 그런 존재가 직장에 있기는 한걸까? 만약 본인이 그런 사람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면 과연 그 상대방도 여러분들을 그런 존재로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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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당당하게 그런 절친한 선후배, 동료들이 있다고 말하던 사람들도 앞선 세 번째 질문에 이르게 되면 목소리가 다소 작아지기 마련이고, 머쓱해져 머리를 긁적이게 될거다. 하지만 누가 이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반복해 물었다고 해서 쫄거 없다. 여러분 곁에는 분명 그런 사람들이 있을거고, 그 상대방도 여러분을 그렇게 생각할거다. 아마 여러분의 생각이 90% 이상 맞을거다. 왜냐하면 필자의 경우가 그랬고, 다른 주변 사람들의 경우도 그랬기 때문에 여러분들도 자기 편을 들어주는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거라도 확신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런 관계가 항상 그렇게 유지될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된다는 거다. 이는 그저 평상시, 일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경우에나 타당한 얘기일 뿐이라는 말이다.


독자분들이 앞서 당당하고, 자신있게 말하던 그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이해 관계가 부딪쳤을 경우 그들의 반응은 어떨까? 예를 들어, 회사 입사 동기로 같은 부서에서 10년을 일해 온 나와 둘도 없이 친한 친구와 과장 진급을 위해 경쟁을 하고 있고, 둘 중 한 명은 승진이 누락될 수밖에 없는 경우, 그 친구가 나를 위해 좋은 조언을 해줄까? 나의 진급을 위해  진정성 있게 응원해 주고, 좋은 정보를 줄까? 4~5년에 한 번 있는 극적인 승진 이벤트를 가지고 얘기하는게 너무 극단적이라면, 이번에는 그 보다는 자주 있을 만한 예를 들어보자.



연말 상대평가로 인해 둘 중 한 명은 저성과자로 분류되어야 한다면 그 친구가 나를 위해 좋은 정보를 알려주고, 상사에게 좋은 얘기를 해줄까? 아니면 연봉 인상이나 성과급 결정 시, Budget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보수를 적게 받아야 한다면 그 친구가 나를 위해 양보해 줄까? 아니면 반대로 내가 양보해서 그 친구에게 이득이 되도록 해줄 수 있을까? 필자 생각에 정말 좋은 친구여서 아주 많이 배려한다면 최소한 뒤통수를 치거나 거짓 정보를 흘리지 않는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뭐, 그것도 아니고, 정말정말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이해심을 발휘해 천사같은 내 친구가 나를 위해 승진을 양보해 줬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내년 승진 심사 시에는 누군가가 내 친구를 위해 양보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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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의 선배이신 우리 아버지께서 늘 필자에게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천 명의 친구를 만들기 보다, 1명의 적을 만들지 말라'이다. 사실, 필자는 아버지의 이 말씀이 상당히 못 마땅해서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이 말씀을 무시해 왔다. 왜냐하면 앞에서 얘기했던 바와 같이 직장생활에서 필자를 위해 일해주고, 목소리를 내주었던 선배, 동료들이 늘 주변에 있었고, 그들로 인해 필자가 직장생활을 잘 해왔다고 생각해 1명의 적을 만들더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젊은 시절 필자의 생각이었다.


근데, 직장생활이 길어지고, 직급이 올라갈 수록, 직책이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리며, 가정 경제의 중요성이 내 인생에서 점차 커질수록 주변에서 필자에게 절대적으로 우호적이던 사람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아버지 말씀대로 각자 자기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만 주변에 남게 되었다. 남았다는 표현이 다소 무색하긴 한데, 그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떠나간게 아니라, 사람은 그대로인데, 그런 모습들이, 생각들이, 분위기가 주변에서 사라졌다는 말이다. 물론, 필자도 남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있을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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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런 불편한 상황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 'Professionalism'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우리는 Pro이기 때문에 Pay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고, 옆의 동료와 경쟁해 내가 더 잘해야 하며, 하나밖에 없는 자리를 내가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겨야 한다고 한다. 불편하지만, 이게 현실이고, 직장생활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인들은 어떤 태도로 생활해야 할까?


인사평가 Session 중, Calibration Session이라는 것이 있다. 그 Session에는 평가자들이 모두 참여해 피평가자에 대해 인사평가를 조율하고, 결정한다. 한 부문, 또는 본부에서 부문장, 또는 본부장 배석하에 팀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피평가자들에 대한 의견을 쏟아낸다. 심지어 최종 인사평가 결정을 할 때는 CEO 배석 하에 각 임원들이 자리하여 전체 직원의 인사평가에 대해 논의한다. 인사관리 책에서 보거나 영화에서 보는 Calibration Session은 공식적이고, 격조있게 진행되는 반면, 실제 현실의 Calibration Session은 개인의 성향, 태도, 평판까지 각종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며, 아수라 판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루머에 가까운 수준의 대화도 일단 문제 제기해 놓고, 의견을 나누며 정리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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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국내 회사, 특히 대기업에만 다녔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에만 이런 문화가 있나 해서 Multi-national Company(Global 규모의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인사담당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국내 중견/중소기업에 다니는 지인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대기업을 제외한 기업군에서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외국계 회사나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훨씬 더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져 나온단다. 평소 얼굴 표정, 인사를 잘 하는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태도 등 업무 외적인 부분까지도 도마에 올려 시시콜콜 다 따진다는거다.


'난 신입사원이니 그런 일이 없겠지.' 또는 '누가 나같은 신입사원한테 신경이나 쓰겠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기존 조직에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훨씬 더 큰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본인만 모를 뿐, 자기에 대한 일거수 일투족은 모든 사람들에게 관찰되고 있고, 조직개편이나 인사평가와 같은 Issue Raising 되는 시즌에는 반드시 신입사원 얘기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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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Session에 참석해 보면 아무리 평소에 자기와 뜻을 같이 한 우군이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난의 평(評)을 듣는 사람 편에 선뜻 나서기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때문에 어떤 사람이 공격 당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거기에 편승해 같이 비난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지, 본인이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무릅쓰고 나를 막아줄리는 없다.


인생에서는 한 명의 진정한 친구가 있으면 성공한 것이라 하지만, 직장생활에서는 한 명의 적(適)을 만드는 것이 실패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백 명,  천 명의 우군보다는 한 명의 적군을 만드는 것이 본인을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사람들과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앞서 얘기했던 바와 같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며, 힘차게 인사도 잘 한다 해도 한 명의 주적(主適)이 있다면 그 신입사원은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취준생도 회사에서 이같은 신입사원을 원하고, 선발하고자 한다면 본인 스스로 취업준비에 있어 어떻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그 회사의 신입사원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절대, 절대 한 명의 적(適)을 만들지 말라. 그 사람이 권한 있는 사람이고, 아니고 간에 결국 말은 돌고 돌아 오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본인과 잘 맞지 않는 사람도 포용하는 것이 좋으나, 그게 힘들다면 피하기라도 열심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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