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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Sep 05. 2020

Mere Exposure Effect

'지성과 감성의 협상기술'*이라는 책을 보면 Mere Exposure Effect 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Mere Exposure Effec는 사람이나 사물 또는 아이디어에 많이 접하면 접할수록 우리는 그것을 좋아하게 된다는 개념으로 대단히 강하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다고 한다. 미국 前 상원 다수당 원내총무를 지낸 바 있는 Trent Lott은 Mere Exposure Effect를 이렇게 요약했다. 

* 한울 아카데미, 리L. 톰슨 지음, 김성환, 김중근, 홍석우 옮김


"만약 당신이 당신의 정적과 거리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다면, 만약 당신이 그의 아이들을 알고 있다면, 만약 당신이 그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면, 당신은 다음날 상원이나 하원의 단상에 올라가 그 정적을 맹공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 '지성과 감성의 협상기술' p.217


단순히 자기를 누군가에게, 혹은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친근감과 호감도를 높인다는 말이다. 한 조사에서는 출석을 많이 한 것만으로도 그 학급의 친구들에게 매력도와 유사성이 비례하여 높아진다는 결과 발표도 있었다. *** 정말 수업시간에 출석하여 눈에 띄는 것만으로도 다른 학생들로 하여금 친근감과 매력을 줄 수있을까?

20여년 전 필자가 대학교 신입생이었을 때를 떠올려 보면 까불까불하고, 튀기 좋아하는 신입생 친구가 강의실로 들어오면 괜스레 웃음이 나오고, 그 친구에게 호감이 더 갔었다. 그 친구하고 나중에 처음 말을 하게 되더라도 오랜 친구처럼 믿음이 가고, 원래 친했던 것처럼 그 친구의 행동과 말에 믿음이 갔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같다.

*** '지성과 감성의 협상기술' p.217

Gettyimage 인용



필자가 이전 직장 다닐 때, 그 조직만의 보이지 않는 Practice가 있었는데, 아침에 출근하면 해당 층의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면서 인사를 하고서야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근데, 그 건물이 꽤 큰 건물이라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며 인사를 하고나면 거의 5분~10분 정도가 소요됐다. 처음 신입사원 때는 직장 선배들 얼굴도 익힐겸 친해질겸 그럭저럭 할만 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귀찮아졌고, 전날 과음해서 컨디션이라도 안 좋은 날이면 5분~10분 인사하는게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온 회사를 돌며 인사를 한지 거의 8년, 이후 이직을 하고 새 회사에서는 부하 직원이 의무적으로 아침에 출근하면 상사에게 인사를 하던 관례가 없어 하루 종일 몸이 편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새로 이직한 회사에서 하루 이틀 지내다 보니, 이전 직장만큼 사람들과 그렇게 친해지지 않았고, 게다가 회사 내에서 제법 나이가 선배가 되면서 후배들 중 업무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친구들은 전혀 알길이 없었다.(얼굴이라도 알게 되고, 말 한마디라도 나눠본 경험이 있음 그나마 다행일 지경이다) 그나마 같은 부문에 속한 직원들은 팀장에게 출근 시에 인사를 형식적으로나마 하는데, 처음에는 인사 받는 것조차 귀찮다가 매일같이 인사하는 신입사원에게 조금씩 미안한 마음도 들고,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저 친구는 매일 아침마다 자기 팀장한테 인사하기도 귀찮을텐데, 굳이 나한테까지 와서 인사를 하는데, 내가 너무 대충 인사를 받나?'하는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급기야는 그 신입사원을 불러내 커피를 한 잔 사주며 면담을 했다. 필자의 관점에서는 대단한 관심을 표시한거다. 커피를 사주며,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왜 이 직무를 선택하게 됐는지, 일은 재미있는지, 회사 생활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등등. 아마 그 신입사원도 인사팀장 출신의 팀장이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게 더 부담스럽고, 불편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바쁜 와중에 인사를 제대로 받지 않아준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어렵게 시간을 내서 관심을 표시한 거였고, 그간 인사를 성의있게 받지 못했던 나 스스로에 대한 변명도 했다.


 

Mere Exposure Effect란 개념을 알기 전, 필자 부서에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다소 귀찮더라도 24층을 쭈욱 다니며 6개월 정도는 출근해서 사람들한테 인사를 하라고 했다. 사실 필자에게 도움이 될건 없었고, 그 신입사원이 회사에 조기에 적응하고, 사람들하고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물론, 신입사원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그 친구도 의미를 알았다고 공감하는 듯했으나, 3개월 정도 하더니 지쳤는지 어느 날부터인가 필자에게만 인사를 하고 자리로 가 앉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꼰대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 그냥 모르는 척 하긴 했지만, 공감을 하고, 실천하기로 약속한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다소 실망스러웠다. 나중에 신입사원이 변명처럼 왜 3개월만 인사하고 그만뒀는지 말을 했지만, 그닥 공감이 가지 않은 채로 웃으며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Gettyimages 인용



그 신입사원 나름의 이유는 있었겠지만, 결과는 시작을 안한 것만도 못했다. 누군가가 필자에게 말하길, '꼰대 팀장이 돌아다니면서 인사하라고 시켜서 몇 달 인사하더니, 어느 날부터 인사를 안하네. 것봐 요즘 애들은 그런거 시키면 싫어해'라고했다. 직접 그렇게 피드백을 준 직원은 그나마 친절한거고, 나머지 사람들도 속으로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구시대적으로 신입사원 인사나 시키는 팀장이 되버렸고, 신입사원은 결국 자기 Appeal도 하지 못한 채 뜬금없이 몇 달 인사하다 어느 날부턴가 인사를 안하는 실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다소 귀찮더라도 당장의 시간 투자가 훗날에는 본인의 자산이 될텐데, 지금 당장 귀찮다고 Mere Exposure를 게을리 하는 것은 다소 아쉽다. (물론, 이로 인해 불이익 당하거나 나쁜 평가를 받는건 아니겠지만...) 필자가 단순한 예로 인사를 꼽았지만, 상사와의 접촉 기회, CEO, 임원들과의 면담 자리 등 조금은 불편하지만, 이를 훗날을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기회라 생각하며 Mere Exposure Effect를 통해 회사 생활을 조금 더 쉽게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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