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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Oct 11. 2020

넘어지지 않으려 비틀거리는 것보다 차라리 다시 일어나라

Dale Carnegie의 '인간관계론'이라는 책은 사회 생활에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Guide 해주는 좋은 책이다. 모 방송국에서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소개된 책이라 필자도 최근 읽어 보았는데,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이제서야 읽었나'하는 아쉬움이 생길 정도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양서(良書)이다. 이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무수히 많은,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연쇄 살인마도, 희대의 금융 사기를 저질러 국가의 재정을 흔들어 놓은 사기꾼도 사형 집행을 당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단다.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자라온 환경, 주변 사람들,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이지, 결코 자신의 잘못이 아니고, 잘못된 결과라 해도 자신만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비난하지 말라고 한단다. 하물며 보통 사람인 우리들이 사소한 잘못을 하거나 실수를 했는데, 그걸 온전히 자기 탓으로 돌리고,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것이 그 책의 내용 중 하나였다.


Gettyimages 인용



필자는 이 글에 처음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했다. 필자의 경우는 업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실무자일 때는 무조건 실무자인 필자의 책임으로 돌렸고, 직책자가 된 이후로는 팀원들이 실수하거나 문제 일으킨 것들을 관리하지 못한 관리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천인 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조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이 내용이 필자에게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곰곰히 그 주제에 대해 생각을 깊게 해봤는데, 주변 사람들 중에도 자신의 잘못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같긴 하다.



이 글을 곰곰히 생각하노라니 필자가 회사에서 겪었던 두 사건이 떠올랐다. 두 사건 모두 직장 생활 중 문제가 발생해 직원들을 징계해야 하는 사안이었는데, 징계를 받는 두 사람의 태도가 확연히 달랐었다. 첫 번째 사건은 금융 사고였는데, 해당 팀장이 직접적인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고, 본인은 문제가 일어났다는 것조차 인지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팀장은 자신이 그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막지 못했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본인이 다 지겠다고 징계위원회에서 증언했다. 누가 봐도 그 직원의 실수가 아니었고, 참고인 증언 정도로 진행하려던 징계위원회 Session에서 너무 당당한(?) 그 팀장의 발언에 징계위원들이 감싸주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자네가 뭘 알았겠어. 팀장이 의사결정할 사안도 아니고, 그 윗선에서 이미 그 사안에 대해 징계를 다 받은 상황인데, 자네까지 꼭 그렇게 책임을 질 필요가 있겠나? 누가봐도 자네는 그 문제를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는데, 흥분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잘 생각해 보라고."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젊었던 그 팀장은 막무가내로 자기가 실수한거니 자기한테 책임을 묻고, 이 사건을 종결해 달라고 간청하고 있었다. 결국 인사위원회는 본인 스스로 문제를 일으켰다고 시인하는 그 팀장에게 직책 해임의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인사위원회에 참석했던, 필자를 비롯한 모든 위원들이 그 팀장을 무모하다고 한심하게 생각했고, 요즘같은 시대에 저런 돈키호테같은 행동이 먹힐 것같냐는 비아냥 섞인 조롱도 했었다.

Gettyimages 인용


또 하나의 사건은 회사 보안에 문제가 발생한 사안이었는데, 보안 담당자도 아닌 제 3자가 그 사건에 연루되어 문책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 직원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규정과 지침에 맞게 행동을 했을 뿐, 책임자도, 실무자도 아닌 자신이 징계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결백을 강하게 주장했다. 필자가 그 사건의 징계위원회 간사로 진행을 담당했기 때문에 기억을 하는데, 분명 그 직원의 잘못은 하나도 없었고, 그 직원의 증언이 모두 맞는 말들이었다. 그래서 인사위원회에서는 그 직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징계를 하지 않았지만, 그 직원에게는 회사가 자신의 책임도 아닌 일에 의심을 한다는 마음의 상처만 남겼다.



필자는 직장생활을 하며 이런 유사한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일을 하다보면 실수를 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 때마다 직원들 개개인의 대처 방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끝까지 주변 탓, 환경 탓, 다른 사람 탓으로 일관하고, 몇 몇은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자기가 다 덮어 쓸테니, 그만하자는 식으로 대응을 하기도 한다. 필기 시험을 봐서 오답을 적은 경우가 아니면 결코 온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가 실 생활에서도 극히 드물고, 심지어 시험을 봐서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Condition 탓이나 가정 환경 탓을 하는 등 외부로 원인을 전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Gettyimages 인용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회사에서 벌어진 두 건의 징계위원회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잘못을 시인한 팀장은 징계를 받는 불명예를 뒤집어 썼을 뿐 아니라, 팀장 직책이 박탈되어 팀원으로 강등된 반면, 징계위원회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어 무사히 넘어간 직원은 징계없이 일상 생활로 돌아가 자신의 명예를 유지했다. 그로부터 5~7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는 어떻게 상황이 변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징계를 받아 면(免) 팀장 처분을 받은 직원은 6개월 뒤 다시 팀장으로 복귀해 지금은 임원이 되었고, 징계를 벗어났던 직원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팀장이 되었다가 다시 팀원으로 강등되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결과만 놓고 보면 이상한 조직의 결정이다. 징계 받은 사람은 곧바로 다시 구제해 주고, 혐의를 벗은 사람은 쉽사리 기회를 주지 않는, 편파적인 조직 인사로 의심될 정도다. 그러나 두 사건의 정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나 각각의 직원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결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에 만약이란 가정이 있을 수 없지만, 필자의 오지랖으로 '두 번째 사건의 경우에도 본인이 스스로 책임을 받아들이고, 인정했더라면 지금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첫 번째 사건의 경우, 먼저 징계를 받았던 그 팀장의 상사마저 징계받은 팀장에 대해 미안해 하고, 징계위원회에 참석했던 징계위원들조차 징계 결정에 대해 미안해 하면서 그 직원의 책임 의식을 높이 산 반면, 두 번째 사건의 경우 그 직원이 일은 절차에 맞게 잘 처리했지만, 팀장 직책 수행에 필요한 책임감이나 문제 의식이 부족하다며 직책 보임 결정 시마다 설왕설래하며 다들 망설이곤 해왔다. 과연 어떤 사람이 더 똑똑했고, 어떤 사람이 더 현명한걸까? 필자의 짧은 생각으로는 자신의 결백을 정정당당하게 증명하며 징계 상황을 벗어난 직원이 단기적으로는 더 똑똑했다고 판단되나,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직접적인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위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희생한 직원이 현명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Gettyimages 인용


며칠 전 필자가 팀원과 면담을 진행하다 일정 사안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는데, 그 직원이 그건 자기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대답을 해 그럼 본인의 생각은 무엇이냐고 재차 물어보았다. 다소 부정적이고 Risky한 답변을 언급하며 본인은 이 사안에 대해 별다른 의견이 없지만, 주변의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며 에둘러 말하는 것을 듣고 다소 언짢았다. 당사자의 생각을 물었는데, 본인 의견은 살짝 피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러 부정적인 답변을 하는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가 "ㅇㅇ씨는 의견을 얘기하면서 자기 방어적인 얘기를 할 때면 늘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본인의 의견은 하나도 없는건가요? 지난 번 보고서의 실수도 Source가 잘못됐다며 그 Source를 제공한 사람의 잘못으로 돌리고, 그걸 확인하지 않은 본인은 잘못이 없다고 하는데, Professional로서 좀 비겁하지 않습니까?"라고 직접적으로 다그쳤다. 심지어 필자가 상사에게 보고하며 그 보고서가 잘못된 것은 필자가 제대로 실무자에게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라고 필자마저도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질책을 받은 상황에서 담당 실무자가 자기 잘못을 회피하니, 필자도 기분이 심히 언짢았던거다.



직작생활을 하다 보면 억울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온전히 내 잘못으로, 내 실수로만 받아들일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자기가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선언하면 이를 비난하거나 이런 태도를 지적할 상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이 연루된 문제가 있다면 되도록 자신의 잘못으로 먼저 인정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직장 생활을 길게 보면 본인에게 훨씬 이득이 될 것이다. 단기간으로 보면 문제가 된 사안이 잘못을 시인한 직원의 실수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그 직원만의 잘못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복잡히 얽힌 문제라는걸 모두 알게 될 것이고, 그 상황에서 본인의 잘못으로 인정한 직원이 책임감 있는 인성으로 높이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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