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10월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입사 1년차 미만 신입사원 619명을 대상으로 ‘퇴사’에 대한 설문을 실시할 결과 신입사원 4명 중 3명은 입사 3개월 이내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왜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 적응하지도 못하고 바로 퇴사를 결심할까? 오늘도 직장생활을 하며 사직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신입사원들이 있을 것같아 필자의 신입사원 생활은 어땠는지, 왜 초우량 기업에서 인정받으며 직장생활 하다 이직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 솔직히 털어 놓아볼까 한다.
사실 필자는 직장 생활 시작부터 삐그덕 댔었다. 전공이 경영학이 아닌 탓에 Business Mind가 부족해 뜬구름 잡는 소릴 하기 일수였고, PPT, Excel 등 Software나 IT 기기 다루는 Skill도 젬병이라 동기들과 비교당하며 상사들의 질책을 받는 것이 일상이었다.
취업 전 고시공부에 매진했었기에 현실 감각이 떨어져 있었고, 인간 관계 마저도 서툴렀다. 필자 스스로도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취업을 했다는 사실로 인해 Loser가 된 듯 늘 위축되어 있었고, 체질적으로 술이 약해 음주 문화가 활발했던 조직에서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어 상사들 눈 밖에도 났었다. 되돌아 보면 정말 뭐 하나 잘하는 것 없는 천덕꾸러기 신입사원이었던 시절이었다. (물론, 당시 필자는 스스로 문제있다고 생각하기 보다 조직이, 주변 동료들이 비정상이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입사 후 이런 자존감 떨어지는 날들이 하루하루 이어지다 2개월 정도 되었을 때쯤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한 장짜리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어휘 선택이 적절치 못하고, PPT 색감이 형편없다며 보고서를 계속해서 Reject 당했다.(격의 있게 말해 Reject지, 인정사정 없이 까였다) 최대한 자존심을 접고, 나 자신을 낮추어 ‘제가 부족해서 그러니 어떤 어휘를 선택해야 하고, 어떤 색으로 PPT를 작성해야 할지 이번만 알려주실 수 없을까요?’ 하고 물어보았으나, 일류대를 나와서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하냐며 혼나기만 하고, 결국 제대로 된 Guide를 받지도 못하고 그렇게 보름 동안 하루에 한 번씩 혼났다.
‘내가 이 정도도 못하는 무능한 인간이었나?’, ‘이런 수모를 당하려고 회사에 입사했나?’, ‘보고서에 적절한 어휘도 선택하지 못하는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총 16년을 왜 공부한걸까?’, ‘내가 이렇게 직장에서 시달리고, 딱이는(?) 모습을 보면 우리 부모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등등의 생각을 했었다. 차라리 학원에서 강사를 하거나 과외를 해도 이만큼은 벌텐데, 이렇게 자존감이 한없이 바닥을 치면서까지 회사를 다녀야 하는지 갈등을 심각하게 했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 입사 후 3달이 채 안되었을 때인데, 지금 필자는 직장생활 19년차를 맞은 대기업 팀장이다.
필자의 지금 모습만 본다면 조직 생활이 잘 맞고, 조직과 상사에 순종하며, 조직 안에서 늘 행복과 만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오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필자의 속마음은 입사 3개월 차였던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런 불합리하고, 이해 불가한 조직에 내성이 생겼을 뿐이고, 그때보다 상처를 덜 받게 굳은 살이 생긴 것 뿐이다. 아니, 어쩌면 욕하며 닮는다고 그렇게 비난하던 상사의 모습을 이제는 필자가 후배들에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입사 3개월 내에 퇴사를 결심하는 신입사원들은 어떤 이유로 퇴사를 고민하게 될까? 앞서 본 취업포털 인크루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첫번째 사유가 상사의 잔소리 및 업무방식, 두번째 사유는 대인관계 스트레스, 세번째 사유는 연봉, 네 번째는 업무 소화력 등이다.
안타까운 점은 필자가 앞서 말했던 필자의 신입사원 시절에 퇴사를 생각했던 사유와 현재 신입사원들이 퇴사를 고민하는 사유가 마치 짜맞춘 듯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20년이 지났음에도 세상이 변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개선이 안되는 건지 답답할 따름이다.
그렇담 필자는 왜 초 우량회사를 퇴사하여 이직하게 됐을까?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직장 생활을 하며 지내다 Role-model이 되는 좋은 선배를 만났고, 그 선배의 진정 어린 조언을 받아들이며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자 업무에 매진했다. 그러며 점차 직무 역량이 향상되었고, 조직에서도 인정을 받으며 점차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직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경력사원들이 대거 입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 경력사원들 모두 외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회사에 입사했고,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도 뛰어났으며, 처세도 남달라 조직에서 하루하루 버티기만 한 필자로서는 그 경력사원들의 경쟁 상대가 안되었다.
이제 갓 대리로 승진한 필자의 어린 마음에 그 상황이 꽤나 충격적이었고, 이런 태도로 직장생활을 하다간 10년 후 이 조직에서도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10년 후 조직에서 경쟁력이 없어 버림받으면 어쩌지?’, ‘이대로 대충 직장 생활을 하다 외부 경쟁력이 없어지면 버티기 들어가야 하나?’ 같은 현실적인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어렵게 내린 결론이 현 조직에서 아직 나이가 어려 경쟁이 치열하지 않지만, 하루하루 안주하며 지내기 보다 외부에서 경쟁력을 평가 받고, 역량 계발을 위해 치열하게 부딪쳐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직 시장에 뛰어들게 됐었다. 그런데 필자 나름대로 SKY 학력에,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던 지라 충분히 외부 경쟁력이 있을거라 자만했던 것과는 달리 이직이 쉽지 않았다. 고용 안정성 있는 정유사나 에너지 회사 또는 우량한 외국계 회사에 지원한 경우 서류 전형에서 조차 탈락하는 경우도 허다했고, 필자가 재직하던 회사보다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회사에서 면접을 봤는데도 탈락하는 등 경력사원으로 이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외부 시장의 현실들이 자극되어 역량 개발에 더욱더 매진하게 되었고, 현 조직에 대한 불만이 결국 필자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 동기부여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도 조직에 불만을 갖고, 오늘도 사직서를 품에 넣고 다니는 신입사원이 있다면 너무 많이 힘들어 하거나 스스로 자책하지 않았음 좋겠다. 이같은 고민과 갈등은 누구나 겪는 과정이고, 성장통이니,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내가 못난 것일까?’하는 지나친 걱정은 덜 하기 바란다. 지금 조직이 본인에게 정 안 맞는다고 고민이 깊어지면 충분히 고민을 해보고, 외부 시장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반드시 퇴사나 이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