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것
해당 부지를 홍보하는 블로그는 모 공인중개사의 것이었다. 글을 보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고, 일단 연락해 보자는 말에 따라 중개사에게 통화를 했다. 부지는 자연녹지, 보전산지 구역이며 건폐율은 20%에 용적률은 80% 라고 했다. 뭔 녹지? 건폐율? 용적률? 모두 생소한 단어들이었다.
중개사와 첫 연락을 하고 나흘 뒤인 토요일, 100일도 안된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땅을 보러 내려갔다.
부지는 이제 막 공사를 시작했다. 20여 개의 필지로 구성된 곳으로 3단지라고 했다. 이미 같은 토목사가 개발한 1단지, 2단지라 불리는 필지들이 근처에 있었다. 이곳엔 이미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토지도 아파트 분양처럼 완성되지 않은 맹지를 보고 계약을 하고, 계약금 및 준공 후 잔금을 치러야 했다. 다행히 중도금은 없었다. 그러나 아파트는 모델하우스라도 있지 땅은 그런 게 없어서 눈앞이 캄캄했다.
분양가는 평당 200만 원에 형성되어 있었다. 대부분 130~160평 사이였고, 많은 부지들이 이미 주인을 찾아서 남아있는 땅은 150평 이상 되는 큰 땅 한 두 개가 전부였다. 땅의 위치가 백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세금과 기타 제반 비용을 포함하면 예상보다 토지 매입가가 많이 발생할 것 같아 일단 보류하기로 하고 중개사와 헤어졌다.
부지의 위치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도보 700미터 거리에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고, 도보 15분 거리에 약 3천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분양 예정이었다. 또한 도보 20분 거리엔 4천 세대의 대단지 아파트가 위치해 있었다.
'면'보다 더 작은 단위인 '리' 임에도 상권은 이미 형성되어 있었고, 인프라 형성의 척도 중 하나인 별다방도 있었다. 대표적인 창고형 할인마트 두 곳도 차로 10분~15분이면 이동 가능했고, KTX 역도 6킬로 남짓, 차량 10분이면 이동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직장이 가까워서 도어투도어 15분이면 충분해 보였다.
그럼에도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결혼을 하며 대부분의 돈을 전세금에 몰아넣었기에,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은 많지 않았다. 계약금은 분양가의 20% 정도라고 했다. 150평짜리 땅이면 6천만 원을 내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집 짓고 내려가 살래?라는 말이 나온지 3주째 되는 날이었다. 너무나 급하게 진행하는 것 같아 속도를 좀 늦출 필요가 있었다.
내가 정말 집을 짓고 내려가서 살 수 있을까? 난 뭘 위해 내려가는건가? 에 대한 답을 확실히 내지 않고서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목동을 떠나기로 마음먹으니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상자가 아닌, 흙과 풀을 밟고 뛰어노는 삶. 식물을 가꾸고, 먹을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을 직접 키우고 따먹는 삶,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는 삶, 무엇보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이슈는 요즈음, 아랫집에 피해가 가니 뛰면 안돼!! 라는 말을 하긴 싫었다.
일전에 해외의 주택에 살고 있는 처조카들이 신혼집에 왔을 때, 뛰는 걸보고 전전긍긍했었다. 나도 아이가 커서 뛰어다닐 나이가 되면 집에선 뛰면 안 된다고 교육할 텐데 이게 아이에게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 봤다.
뛰는 게 일인 아이에게 그걸 하지 말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했다. 우리 모두 어릴 땐 집에서 뛰며 자라지 않았는가? 그런데 시대가 달라지고, 환경이 변함에 따라 집에서조차 뛰는 게 죄악시되고 있다. 다 같이 사는 공동주택이니 그렇게 변하는 게 당연하지만, 적어도 난 아이에게 그런 삶을 주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아파트를 떠나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을 함과 동시에, 큰 틀에서 건축 견적을 알아보고자 시공사를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가 보고 있던 토지가 주인을 찾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