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땅을 찾아보자
막상 집을 짓자고 말했지만 '먼 미래에 은퇴하면 가야지~' 하고 계획을 세워봤던 것도 아니고, '그래. 꿈이라도 꿔보자' 하며 과정을 찾아본 적도 없었다. 30년 넘게 살아온 인생에서 집을 짓는다는 건 내 세상과 단 한 개의 교집합도 없었다.
집을 짓기 위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땅이다. 땅이 있어야 집을 지을 테니까. 그런데 어떠한 토지를 사야 하는지, 토지를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몰랐다. 토지도 부동산에서 거래하나? 아님 토지주랑 개별 거래인가? 거래를 한 후엔 어떻게 해야 하나? 그야말로 나침반 없이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해 막 발을 뗀 상태였다. 계약이라곤 아파트 전세계약이 전부인 나로선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건축을 위한 토지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신도시 혹은 큰 아파트 단지를 만들 때 함께 분양하는 LH 단독주택용지이다. 이 땅은 전기 지중화, 도시가스, 우수오수관, 도로 등 모든 기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채로 분양하며, 대단지 아파트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하고 있어 모든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문제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다. 면 단위의 시골이라도 최소 4억대부터 시작한다. 아파트처럼 청약을 통해 분양받을 수 있으며, 분양받지 못한 사람이 구하려면 아파트 매매하듯 토지주와 거래하면 된다. 당연히 후자는 가격이 더 뛴다.
둘째, 민간 토목사에서 개발해서 분양하는 단독주택용지이다. 민간 토목사들은 개발되지 않은 땅을 매입하여 통으로 토목공사를 하고 되판다. 일반적으론 옹벽을 쌓거나 필지를 분리하며, 전기공사와 우수오수관도 매입하고,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 정비까지 마친다. 도시가스는 없다. 도시가스는 각 지역별로 있는 가스업체가 수익성을 고려하여 공사를 하기 때문에 보통 추후에 들어오거나 아예 안 들어온다.
이런 토지의 장점은 LH 단독주택용지의 60~70% 대의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고, 기본적인 토목공사들이 다 되어 있어서 집만 지으면 된다는 것이다. 단점은 전적으로 업체의 토목 능력과 양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민간 사업자이며, 공사 중 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중단이 될 수도, 부도가 날 수도, 최악의 상황에선 돈만 받고 잠적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론 맹지(아무것도 개발되지 않은 땅)를 사서 건축주가 스스로 토목공사 업체를 선정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장점은 토지매입가가 굉장히 싸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심지어 도로까지 나지 않은 땅이니까.
단점은 개발하는데 드는 행정적인 노력과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토목공사를 하는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든다.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한전에 직접 행정처리를 해야하며, 우수오수관을 매입하더라도 이 관이 연결된 곳까지 나아가야기에 정화조를 쓰는 경우가 많다. 도시가스는 더더욱 들어올 가능성이 낮다. 또한 개인이 개발하는 땅이기에 주변에 다른 주택들이 하나도 없다. 보안문제와 인프라 부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전세를 구할 때 겪는 일이겠지만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최고의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 결국 발품만이 답이었다.
어린아이가 있다 보니 어린이집이나 학교가 도보권 일 것, 바로 옆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곳에 대단지 아파트가 있어 상권이 형성되었으면, 마지막으로 적당히 넓은 마당이 있어서 아이가 흙과 잔디를 밟고 뛰어 놀았으면 했다. 여기에 플러스, 현 직장과 가까웠으면 했다. 직장이 육아 관련 복지가 매우 잘되어 있어 오래 다니고 싶었다.
위의 세 가지 요인을 중점으로 두고 서핑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너무나도 운명적으로 눈에 확 꽂히는 블로그 제목을 발견했다.
'OO 전원주택 초등학교 도보 가능'
그렇게 나는 내 땅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