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서울을 떠난다

4. 아기돼지 삼 형제의 폐해

by 씨티훈

우리가 보러 갔던 땅이 다른 이에게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흔히 말하는 '영끌'의 한계선에 있는 땅이었고, 무엇보다 단지의 위치가 너무 좋아서 앞으로 다른 단지를 보더라도 마음에 차는게 나올까 싶었다. 부지가 단지 내에서 너무 앞쪽이란 것과,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땅의 크기가 약간 더 커서 돈이 더 든다는 것, 그리고 계약하기엔 너무 급하지 않나 싶어 망설였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 누군가가 땅을 가져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법. 다음에 또 다른 기회가 왔을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른 쪽의 예산 파악부터 하는게 급선무였다. 바로 건축이었다.


국내의 단독주택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짓는다. 목조 혹은 철근콘크리트다. 목조 안에서도 중목과 경량목으로 세분화되지만 경량목 건축 비중이 높다. 철근콘크리트는 흔히 말하는 철콘 주택이며, 일반적인 아파트나 빌라 등을 짓는 것과 동일한 재료이다. 이외에도 벽돌집이나 경량철골, 혹은 한옥으로도 집을 짓지만, 앞선 것에 비해선 건축 빈도가 낮다.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아기돼지 삼 형제의 이야기에 첫째는 초가집, 둘째는 나무집을 지어 늑대에게 잡아먹혔고 막내는 단단한 벽돌집을 지어 늑대로부터 안전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 때문에 목조주택은 벽돌(혹은 콘크리트) 보다 안전하지 않다,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목조주택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강하다. 오히려 해외는 철콘보다 목조가 활성화 되어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 주택을 많이 짓는 미국은 캐나다와 가까워 질 좋은 목재를 빠르고 싸게 구할 수 있다는 것(목조주택에선 캐나다산 나무를 최고로 친다), 또한 그로 인해 콘크리트 업자들보단 목수들이 더 많다는 것.


둘째, 우리나라처럼 명확히 사계절이 있거나 장마(혹은 우기)가 길지 않다는 것.


마지막으로 셋째, 목조를 사용해 집을 지은 역사가 길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한 것과 정반대의 상황에 있다.


목조주택을 지을 만큼 질 좋은 나무를 구하기 어렵고 90프로 이상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 때문에 북미나 유럽보단 재료 단가가 비싸다.


다음으로 장마 기간이 길고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해서 나무로 지을 경우 제대로 짓지 않는다면 썩거나 갈라질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긴 건축 역사에서 과거에는 한옥에 사용하는 것처럼 큰 통짜 나무로 집을 짓다가 아파트가 활성화된 시점부터 철근콘크리트 위주로 집을 짓다 보니 이제 막 활성화 되는 경량목조주택을 생소하게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주택 신축 트렌드는 경량목조주택이 이끌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 가격에서의 우위이다. 주택의 뼈대를 구성하는 자재를 수입에 의존함에도 불구하고 가격면에서 철콘주택보다 2~30% 정도 싼 값에 지을 수 있다. 2~30%가 많아 보이진 않아도 총 건축비가 3~4억을 넘나 든다면 결코 적은 금액차는 아니다.


다음으로 빠른 건축기간이다. 철콘주택이 최소 6개월의 공사기간을 잡는다면 경량목조주택은 4개월 남짓이면 완공이 가능하다. 또한 공사가 빠르게 끝난다는건 그만큼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이런 인건비 단가가 급상승하여 인건비 만으로도 몇천만 원을 세이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철콘에 비해 친환경적인 요소가 부각되어서 이다. 철콘은 근간을 이루는 콘크리트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들이 있지만, 경량목은 그에 비해선 배출되는 유해물질이 확실히 적다. 물론 내부의 신규 인테리어에서 나오는 유해 물질이 동일하게 있지만, 뼈대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의 수가 적다 보니 최근 문제되는 아토피, 새집증후군 등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건축방식이다.


여러 요소들과 현실적인 문제(라 쓰고 돈이라 읽는)를 고려해서 우리 집은 경량목구조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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