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일본의 학교 스포츠 문화의 명과 암
일본 고등학생들의 로망, 갑자원과 요요기
아직 야구 경기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던 국민학생 시절, 나는 일본 야구 만화 '터치'를 통해 일본 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갑자원'에 가는 것을 꿈꾸며 야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 축구 만화를 보며 일본 중고등학교 축구부 학생들이 '요요기'에 가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 개의 만화 속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였으면 실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겠지만, 야구 만화마다 갑자원이 축구 만화마다 요요기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 것이 지명인지 대회명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불리우는 꿈의 무대를 향해 열정을 다 해 승부하고 그곳에 가게 되었을 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만화 속 일본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철없던 어린 시절,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동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면 야구부, 축구부, 농구부가 있고 희망한다면 가입해서 선수가 될 수 있으리라 막연하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중학생이 되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농구를 할 수 있는 학교는 이 넓은 서울에 몇 학교 없었다. 농구 선수가 되려면 학교도 전학을 가야하며, 매월 '회비'도 내야하며, 농구 하나에 모든 것을 거는 인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 때는 그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농구가 좋았던 평범한 학생에게 이런 선택을 하라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일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때 농구동아리(교육과정 내 외 동아리의 혼합형태)에 들어가 우리만의 갑자원이라고 할 수 있었던 스포츠음료회사 주최의 전국대회 본선에 진출해서 장충체육관에서 경기도 해봤고, 각종 스포츠용품 회사 주최의 농구대회에 참가하며 그 꿈을 반 쯤은 이뤘었기에 아쉬움이 크게 남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의 교육감배학교스포츠클럽대회와 전국학교스포츠클럽축전 등이 당시에도 있었다면 더욱 즐거웠겠지만, 나만의 경험들과 기억들이 모여 체육 교사가 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나의 학창시절 경험은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어쨌든, 일본 만화 속 학생들은 뭔가 멋있어보이는 꿈과 로망같은 것들을 공유하는 모습이었고 부러운 마음이 컸었다. 체육교육을 전공하고 학교체육 정책을 담당히고 있는 지금에 와서 보면, 우리나라는 우리만의 스포츠문화 발전의 역사가 있고 특수성도 워낙 강하기에 외국의 것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에게도 많은 교사들과 학교체육전문가들의 고민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우리만의 ’학교스포츠클럽‘ 시스템이 정착되는 중이기도 하다. 우리의 전문체육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과 보다 많은 학생들의 스포츠문화를 꿈꾸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부터 우리의 롤모델로 연구대상이었던 일본의 ‘부카츠’ 문화의 최근 모습과 명과 암이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DX4tG3A0R2o
부카츠란 무엇인가
*부카츠
부카츠란 일본어 ‘부카츠도(部活動, 부활동)’의 줄임말로 우리나라로 치면 학교 동아리 활동에 해당한다. 부카츠는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활동은 아니지만 일본 중학생들의 약 85%, 고등학생들의 약 70%가 참여하고 있다. 부카츠는 방과 후 활동이지만 전문성을 추구하며 일본 학생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15시간 이상을 부카츠에 투입한다.
부카츠를 우리나라 학교에 대입해보면 가장 비슷한 것이 바로 ‘교육과정 외 학교스포츠클럽’이다. 크게 분류하면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체계 중 ‘창의적 체험활동’의 ‘자율동아리’로 구분할 수 있으며, 작게 보면 스포츠분야의 자율동아리는 ‘교육과정 외 학교스포츠클럽활동’ 또는 ‘방과후 학교스포츠클럽’ 등의 용어로 규정하여 학교생활기록부에 누가기록되고 있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 중 학교스포츠클럽이면 학교스포츠클럽이지 왜 그 앞에 ‘교육과정 외’라는 말을 붙이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학교폭력 예방 대책의 일환으로 2011년 급작스럽게 도입된 중학교의 ‘교육과정 내 학교스포츠클럽활동’과 구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용어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중학교 학생들의 정규수업 시간표에 주당 1~2시간의 학교스포츠클럽 수업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이것과 구분하기 위하여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해하는 학교스포츠클럽 앞에 교육과정 외를 붙여서 오해가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지금부터 ‘중학교 교육과정 내 학교스포츠클럽활동’은 고려하지 않고 학교스포츠클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수업시간표 상에 정식으로 들어있는가의 문제를 왜 이야기를 하고 시작하냐하면, 일본의 부카츠가 바로 정규 수업 외의 선택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일본의 학생들은 부카츠에 참여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일본 전국의 고등학생 중 남학생은 48~49% 여학생은 30~31%가 체육계열 부카츠에 소속되어 있다. 일본 부카츠 학생들의 로망 '전국고등학교종합체육대회'는 매년 8월 경 열리며, 통칭 '인터하이'로 불린다. 놀라운 것은 인터하이에 주요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야구와 럭비는 포함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수치는 전문적인 코치를 채용하여 전문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사립학교들도 포함하고 있지만, 이는 극소수이며 90% 이상의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학교스포츠클럽처럼 전문선수를 지망하지 않고 단지 취미로 하는 인원이라고 한다. 일본의 등록선수 인원 수를 우리나라의 종목별 등록선수 인원과 단순하게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경우에 선수라 함은 일반적으로, 각 종목단체에 선수로 등록한 학교체육진흥법 상 '학생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미 엄선된 수준의 인원만 등록하는 우리나라의 학교운동부를 일본의 부카츠와 비교하는 것은 타당한 비교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학교스포츠클럽 등록 학생 인원 수를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IJe5j8rjpH4
우리의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역시 지난 10여년 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어냈다. 수 많은 선배교사들의 자발적인 헌신과 연구,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정책 등이 어우러져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냈고, 결국 2012년에 '학교체육진흥법'이 제정되며 학교스포츠클럽은 법률적 근거를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학교스포츠클럽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우리 서울시교육청은 코로나로 전국소년체육대회도 전국체육대회도 취소되었던 시절에 온라인으로라도 학교스포츠클럽대회를 치러냈고, 마침내 올 해에는 코로나 이전의 수준을 다시 회복하며 학교스포츠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3968078?sid=102
일본의 부카츠는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을까.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학생들의 부카츠 지원에 모든 삶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학부모들은 어떤 마음인지, 대가 없는 헌신을 하고 있다는 교사들은 어떤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저자에 따르면 부카츠는 학교교육활동의 일환으로 공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교육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주체성을 배양하고, 가능성을 높이며, 사회성을 육성한다.
첫째, 주체성을 배양한다는 것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설정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둘째,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은 스포츠 혹은 문화의 즐거움을 맛보고 체력, 기술, 기능을 향상시켜 평생스포츠, 평생학습의 바탕을 만들고 스스로 단련하는 과정을 통해 도전정신과 자기신뢰를 형성하는 것이다. 셋째, 사회성을 육성한다는 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볼 줄 알고,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일 줄 알고, 타인과 협력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일본의 부카츠 문화를 지탱하는 사람들
일본의 스포츠 관련 부카츠 학생 현황은 말 그대로 놀라운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숫자를 접하게 되면 교사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궁금한 점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누가 어떻게 지도하고 있을까?' 그렇다. 일본의 부카츠는 기본적으로 교사들이 지도하고 있다. 부카츠를 맡은 교사를 '코몬(顧問:고문)'이라고 부르는데, 놀라운 사실은 운동부 고문을 맡고 있는 교사들의 상당수가 체육이나 해당 스포츠를 전공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많은 교사들이 부카츠를 위해서 공부를 하고 레슨을 받고 연습과 훈련을 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수당을 받지 않고 있으며, 단지 교사로서의 보람과 책임감으로 아이들에게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부카츠는 방과후(즉, 교사의 근무시간 이후)에 이루어지며, 주말과 휴일에도 거의 매 번 연습경기와 자율훈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사들은 거의 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 역시 이 시스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에, 학부모들이 훈련의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매일같이 챙기고 있으며, 단체 종목의 경우 일상적인 학부모 중 전문성이 있는 사람은 아이들의 훈련을 직접 지도하기도 하고, 대회참가나 연습경기 등으로 이동해야 할 경우에는 모든 학부모들이 직접 자차로 학생들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봉사활동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히 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의 부카츠를 위해서 아이들의 학창시절에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 역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교육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부카츠는 주3회 이하가 원칙이며, 자율훈련과 주말과 휴일의 연습경기와 대회참가를 합하면 대략 주당 15~20시간 정도의 시간을 부카츠에 할애하고 있다. 특히, 운동부에 소속된 학생들은 체력을 적절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부카츠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잘 자고 잘 먹는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부카츠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카츠 그 자체에서 '재미'와 학교생활의 의미를 찾고 있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은 일본의 부카츠 문화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에게 너무 가혹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1960년대만 해도 부카츠를 모든 학생들의 의무로 규정했던 교육정책이, 1990년대에 들어서는 희망하는 경우에 선택적 참여를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최근에는 지역별 혹은 학교별로 교사들의 헌신에 대한 인정도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카츠 문화의 좋은 영향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교사들의 학생들에 대한 헌신적인 문화 등으로 부카츠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체계에 혁신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의 학교운동부는 어떨까. 학교운동부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로서 가장 아쉬운 점은 학교운동부의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교육당국의 재정적 지원도 확대되면서, 특정 종목을 제외하고는 다른 분야의 사교육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의 전문체육인으로서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고 있다. 하지만, '선수등록‘ 제도는 학생선수에게 해당 종목의 경기인으로서 전념하도록 압박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챕터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나라 학교운동부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일본의 부카츠 운동부와 우리나라 학교운동부의 가장 큰 차이는 그 제도적 안정성에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현실에서 학교스포츠클럽은 체육 교사들의 헌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교사들의 인사이동에 따라 그 흥망성쇄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학교장과 계약한 학교운동부지도자가 지도하고 있는 학교운동부는 감독교사의 인사이동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본의 부카츠 운동부의 경우 아무리 훌륭한 전통의 팀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경우 학교에서 가차없이 해산해 버리며 이것에 대한 반발도 크지 않다고 한다. 학교의 교육활동 일환으로 운영되는 부카츠에서 교육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확인되어 교육적인 조치를 내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물론, 이것은 운동부가 해산하더라도 인근의 다른 학교 어디라도 동일한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에, 학생이 운동을 더 이상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학교운동부는 종목별로 지역 내에 그 수가 아주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부 하나가 해단할 때마다 남아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와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학교운동부지도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어려운 문제로 홍역을 치르게 될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를 정점으로 하는 17개 시도의 체육회와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연령별 전문선수 발굴 시스템, 그리고 이 바탕 위에서 규정되고 운영되고 있는 학교운동부와 학생선수 제도는 그동안 올림픽과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 스포츠의 위상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시스템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교장의 입장에서 쉽게 학교운동부를 창단하기 어렵고, 학생의 입장에서도 학교운동부에 들어가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시대적 흐름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 학교운동부 운영은 당연히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며 생활수준이 높아진 덕분인지 대부분의 종목에서 전문선수로의 진로에 대한 유인가가 부족해진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전문체육 시스템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학교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운영하기에는 교육당국의 부담이 너무 크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기획은 할 수 있을지언정, 대회를 제대로 운영할 자체 인력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만의 통합된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하는 숙제가 있는 것이다.
십여 년 전 가장 먼저 초중고 주말리그와 대학리그 홈&어웨이 경기를 도입했던 축구 종목의 경우 폭넓은 참여 인구와 잘 확충된 인프라 덕분인지 파이도 커졌고 어느 정도 시스템도 정착이 되고 있는 듯하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이 시스템 속에 학교스포츠클럽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최근 학교스포츠클럽까지 포함한 통합 시스템 구상을 발표한 농구 종목의 아이디어에 관심이 간다. 여기서 이야기하는대로만 관계기관들이 협조될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농구 천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학교체육 관계자의 입장이 아닌, 순수하게 농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되는 지점이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81&aid=0003359518
모든 학생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사립고등학교 일본어 교사로 재직했던 사람이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우리나라 초등학교 체육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어, 학교에서 즐겁게 운동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일본으로 이주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공부한 일본의 부카츠는 명과 암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학부모로서 일본 학교에서 자녀의 운동부 부카츠에 만족한다고 하였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저자의 이주 동기와 만족감에 공감을 하면서도, 체육 교육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었다.
교사 시절 학교스포츠클럽을 운영하며 학생들과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때면, 아내가 했던 말이 있다. 밤낮없이 일하며 돌아다니는 지금도 아내는 한결같이 말한다. '남의 집 애들 신경쓰는 반 만큼만 우리 집 아이들에 신경을 써라!'는 것이다. 자녀의 학년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아내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정작 우리 아이의 학교 생활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 집요하게 소음 민원을 넣으며 학교를 힘들게 하는 민원인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고, 아이가 체육 시간에 조금만 다쳐서 돌아와도 교사를 힘들게 하는 학부모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만 아쉬움을 숨기기는 어렵다. 농구장만한 크기의 흙 운동장에 작은 축구 골대 하나 없는 우리 아이의 학교 운동장은 볼 때마다 한 숨이 나온다.
휴일이면 가끔 아들 둘을 데리고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의 운동장을 찾는다. 과거에 비하면 말 그대로 '그냥 나와서 노는 아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와 함께 일대일로 공을 차거나 캐치볼을 하는 모습은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아이들끼리만 놀러 나와 만나서 자신들만의 룰을 가지고 팀을 나누고 함께 뛰고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은 보기가 어렵다. 과거에 비해 스포츠 인프라는 더 좋아졌지만, 팀 스포츠를 제대로 경험할 기회는 학교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 된 것 같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급당 학생 수도 감소하고 있는 혼성학급 체육 수업 환경에서도 정식 스포츠 경기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 학교스포츠클럽이 되었던, 학교운동부가 되었던 학생들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 또는 거주지 인근 지역사회에서 즐기고 싶은 운동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