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
위대한 선수, 위대한 팀
메시는 이제 마라도나를 넘어섰다. 이제 사람들의 논쟁 거리는 메시와 마라도나의 비교가 아니라, 펠레와 메시의 비교가 될 것 같다.
아르헨티나의 2022 월드컵 우승, 메시가 월드컵을 드는 순간 중계방송을 하고 있던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이 한 말이다.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이유는 바로 메시가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던 단 한 가지 숙제를 마침내 풀어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선수 개인의 역량을 더 이상 증명할 방법도 없고 증명할 필요도 없는 수준의 'GOAT' 메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메시를 역대 최고의 선수로 말하기 주저했던 단 한가지의 이유는 바로 국가대표팀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메시가 마침내 아르헨티나를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으로 이끄는 장면은 그래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영웅의 서사시가 완성되는 장면으로 인식되었던 듯 하다.
팀 스포츠에서 성공이란 팀의 승리다. 물론 꼴지 팀에서 홀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며 최고의 반열에 오르는 선수도 많기에, 개인의 역량과 팀의 성취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KBO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이대호라는 이름과 최동원이라는 이름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팀 스포츠에서 '우승'이라는 결과가 만드는 역사와 임팩트의 크기가 그 어떤 것보다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팀 스포츠에서 최고의 가치는 팀으로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에 있는 것이다.
흔히들 위대한 선수, 역대급 선수 등의 이야기를 할 때 그 선수가 소속된 팀의 성과를 함께 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의 서사가 완벽했던 이유 역시,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하여 도전하며 팀을 한 단계씩 더 강하게 만들어 마침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조던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팀의 왕조시대를 만들어냈고, 최고의 위치에서 돌연 은퇴했다가 돌아와서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신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완성하기도 했다.
펠레, 마라도나, 메시, 지단, 베켄바우어, 조던, 커리 등 이른바 ‘전설적인’ 위대한 선수들에게는 위대한 동료들과 함께 만든 위대한 팀이 있었다. 단순히 훌륭한 역량의 선수들을 모아 놓는다고 그 팀이 우승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전설들의 성과가 더욱 높이 평가를 받는 것이다.
개인의 역량 총합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스포츠 팀 운영의 궁극적인 목표지만,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과학적 판단과 예측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이 책은 팀 스포츠에서 선수들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을 해야 팀의 경기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며, 이를 위해서 팀으로서 성과를 만들어낸 사례를 들여다보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정리한 책이다.
네가 있으니까 내가 있는 거야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완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타인이 채워줘야 하는 공간들을 두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실제의 나와는 조금 다르다. 변하지 않는 나는 분명 있다. 하지만, 나의 일부는 항상 타인이 채운다.
저자는 논의의 시작을 정신과 의사 토머스 루이스 박사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문장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위 문장은 팀 스포츠의 모든 것을 내포할 수 있는 문장으로 느껴졌다. 팀 스포츠에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경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규정된 인원의 선수가 있어야 하며, 나의 포지션과 역할은 우리 팀 안에서 상대적으로 규정되는 것이다. 배구와 같은 종목은 아예 혼자서 할 수 있는 플레이가 거의 없기도 하다. 오랜 인류 역사에서 팀 스포츠가 교육적인 목적으로 활용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사회적인 성격 때문이 아니었을까.
팀 케미스트리(Team Chemistry)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연구한 '재능넘침효과(Too-much-talent Effect)'에 따르면, 농구나 축구처럼 상호 의존도가 큰 종목에서는 재능만으로 경기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재능만으로 선수단을 구성하면 결국 재능이 주는 혜택은 점점 줄어들어서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난다. 압도적인 선수들은 닭장 안의 암탉들처럼 입지를 굳히려고 다투기 때문이다. 사육 조류학자들은 산란율이 높은 암탉이 너무 많으면 먹이와 공간을 위한 싸움이 잦아져서 달걀 생산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을 밝힌 적이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도 나타난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한 사무실에 정상급 주식 분석가들이 너무 많으면 협동심에 악영향을 끼쳐서 사무실의 전체적인 직무수행에 타격을 준다.
팀 케미스트리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생리학적·사회학적·정서적 효력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저자는 팀 케미스트리를 위와 같이 정의하며 그 기능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하였다. 팀 케미스트리가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된' 경기력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경기력은 재능이 필요하다. 팀 케미스트리는 재능을 창출할 수 없다. 다만, 팀이 보유한 재능에 불을 붙여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때, 전체적인 경기력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화합이 잘 이루어지는 팀에서는 일곱 가지 역할 원형이 나타난다. 집단마다 필요한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각 원형의 영향력 또한 다르다. 따라서, 특정 원형에 끼워 맞출 의도로 누군가를 채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집단이 가지는 독특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면, 사실상 그로부터 각 원형이 만들어진다. 즉, 집단에 역할 원형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때 팀이 화합되는 것이다. 아울러 그 역할 원형들은 집단에 신뢰감을 더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팀 케미스트리 강화제가 된다. 저자는 팀 케미스트리가 잘 이루어지는 팀의 일곱가지 역할 원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1. 점화자(The Sparkplug)
점화자는 파티에 손님으로 가지만, 파티장을 돌면서 대화에 불을 붙이고, 방황하는 영혼들을 무리로 안내한다. 즉, 모두가 타오르는 열정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팀 동료들의 목적의식과 이타심, 불굴의 의지에 불을 지핀다. 선수들의 자신감과 노력이 커지며 결국에는 경기력이 향상되고 승리로 이어진다.
2. 현자(The Sage)
선하고 지혜로운 노장 선수다. 오랜 시련을 겪으며 폭풍우를 뚫고 나온 사람으로, 동료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굴욕의 아픔을 덜어주고 달래주며 조언해주는 사람이다. 할아버지 같은 존재다. 이들은 동료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상대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상대의 일거수일투족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한 번 쯤 생각해보면 좋겠다며 가볍게 자극을 줄 뿐이다. 동료가 상처받을 만한 상황에서는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한다.
3. 아이(The Kid)
아이는 꿈을 안고 간다. 불가능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노장 선수들은 아이를 보면서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린다. 스포츠를 사랑했던 이유가 다시 생각난다. 노장 선수들은 아이의 근거 없는 긍정성을 보고, 스스로 세운 한계를 떨쳐버려야 하는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아이는 진정성있고 순수하지만, 유치하다는 느낌은 없다. 훌륭한 집단은 현실적이 아니라 원기 왕성하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긍정적인 집단이다.
4. 행동대장(The Enforcer)
행동대장은 팀이 세운 기준을 관리한다. 동료가 연습에 태만하거나, 정신차리지 않거나, 사인을 놓칠 때 야단치는 사람이다. 유명세보다는 이기는 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대감이 너무 강하면 만장일치에 집착하며 광신도스러워질 수 있다. 행동대장은 개인감정을 이기는 경기보다 우선순위에 놓지 않는다. 팀이 아무리 잘 나가고 현 상황에 아무런 불만이 나오지 않더라도, 노력이나 태도가 조금이라도 해이해지는 모습을 보이면 바로 지적한다. 팀이 덩실거리면서 재앙으로 향하는 모습을 금방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5. 버디(The Buddy)
버디는 모두의 친구다. 팀에 버디가 있으면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없어진다. 소속 집단이 없는 사람도 없어진다. 동료들끼리 서로 연결되면 개인 기량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팀이 포용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정신과 육체가 흐름을 타너 경기력이 더 좋아진다. 버디는 동료들의 기분을 파악하고, 농담을 즐기며 여러가지 잡담을 푸는 사람이다. 버디는 언제나 기분을 좋게 해 주는 청중이다. 모든 농담에 웃고,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진지하지만 성격이 좋아서 기꺼이 놀림거리가 되어준다.
6. 전사(The Warrior)
전사는 뛰어나고 상대가 두려워하는 존재로, 팀이 신뢰하는 핵심 인물이다 이 선수가 있기에 우리 팀이 승리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반드시 호감이 가는 사람일 필요도 없고, 남들과 잘 어울릴 필요도 없다. 그저 남들보다 뛰어나고 두려움이 없으면 그만이다. 감독은 이들을 '캐리어(Carrier)'라고 부른다. 누구나 한 두 경기를 이끌 수는 있지만, 캐리어는 주 단위로 경기를 이끌어간다. 전사는 이기는 경기를 했던 실적이 있어야 한다. 프로 수준에서 이기는 경험이 없었다면, 적어도 고등학교나 대학 시절에라도 이기는 경기를 해 봤어야 한다. 훌륭한 팀이라면 이기는 경기를 할 줄 아는 선수가 필요하다.
7. 광대(The Jester)
광대는 팔색조의 매력이 있다. 점화자처럼 동료들의 기운을 북돋울 수 있고, 행동대장처럼 교란시킬만한 행동을 지적할 수 있으며, 버디처럼 동료와 연결 고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장난을 적시에 쳐서 긴장감을 풀어주고, 농담을 주고 받아서 우정을 돈독하게 하며, 말장난도 기교있게 해서 불안감을 달래주는 사람이다. 상대가 불쾌하지 않는 선에서 장난치기 때문에 모두에게 어떤 말이든 꺼낼 수 있다. 정말로 타고난 광대는 가장 강한 전사보다도 팀에 주는 효과가 클 수 있다. 광대는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팀 리더를 노련하게 놀리기도 한다. 어느 팀이나 자기들만의 농담과 개그를 만드는데, 이 때 스타일을 광대가 정하고 이것이 기준이 된다. 이 농담은 시즌 내내 반복되기 때문에 팀원끼리만 이해할 수 있다.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며, 내부인과 외부인을 구분 짓는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재충전하고 싶을 때, 그들만의 농담을 꺼낸다. 유머는 선수들의 단결력을 강화한다. 그들만의 섬에서는 오로지 그들끼리 비웃고 모욕할 수 있다. 그만큼 서로 신뢰하기 때문이다. 광대의 재능은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인데, 웃음만큼 사람들을 가까워지게 만드는 것은 없다. 웃을 때는 사람의 뇌 안에서는 쾌락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이 가득해진다. 그러면 상대방과 더 잘 연결되고 좀 더 신뢰하며, 더 여유 있고 긍정적인 느낌을 가진다. 경기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물리적 정서적 상태가 되는 것이다.
화합이 잘 되는 팀에서는 모든 선수가 승리에 기여하려는 의욕이 높다. 경기에서 맡은 역할은 포지션처럼 정해져 있지만, 클럽하우스에서 맡은 역할은 정해져있지 않다. 자신이 찾아야 한다. 동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는 동료들이 내는 신호들을 수집하면서 알 수 있다. 한 선수가 동료들을 웃길 줄 알게 되었다면, 두뇌의 보수 중추가 활성화되며 어떻게 해서든지 동료들을 또 웃기려 하게 된다. 사실 동료들은 그가 무의식적으로 그가 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광대가 탄생한다. 이런 과정은 선수마다 자기만의 역할이 정해질 때까지 반복된다. 그런 와중에 역할을 여러 개 맡는 선수도 나온다. 선수들은 자기가 어떤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하는 것이다.
슈퍼 매개자(Super Carriers)
저자는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조니 곰스의 사례를 통해 '슈퍼 매개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곰스는 자신이 속한 팀을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가족끼리는 항상 좋은 모습만 보일 수는 없다. 그래도 그는 가족은 언제나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가게 되는 팀마다 그 안에서 자기만의 가족과 집을 찾아내는 재주가 있었다. 그의 가장 큰 재능은 사람들에게 순수하고, 철저하며, 적극적으로 마음을 쓴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곰스의 떠돌이 선수 생활에 한 가지 패턴이 생겼다. 그가 소속된 팀은 이기는 야구를 했던 것이다. 2013년 포스트시즌에 곰스는 42타석 7안타, 타율 0.143, 홈런 1개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동료들은 다른 숫자에 관심이 있었다. 곰스가 주전으로 출전한 날에 팀의 성적이 10승 1패였다는 것이다. 동료들에게 곰스의 존재감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동료들은 곰스가 다음 해에도 필요하다며 감독에게 의견을 전달하였다.
팀 케미스트리는 선수들이 진심으로 서로 돌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합이 잘 되는 팀들이 야구를 잘 합니다.
그는 선수가 무엇이 필요한지 잘 느낄 수 있었다. 농담을 던져도 되는 때와 격려를 해야 할 때, 밀어붙여야 할 때와 가르쳐야 할 때를 잘 알았다. 동료에게 자신감을 주는 방법들을 스스로 터득했다. 그가 동료에게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우리는 한 배를 탔으니까, 서로 돌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곰스는 그런 것이 팀 케미스트리라고 말했다. 외야수가 자신의 친구가 마운드에서 던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공을 절대로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게 되며, 2루 주자가 자신의 친구가 타석에 들어서면 친구를 위해 전력으로 달려 득점하려는 행동 등을 사례로 이야기했다.
보통 슈퍼 매개자는 전통적인 스포츠 영웅과는 거리가 먼 특성들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을 보인다. 명예와 지위보다는 관계와 목적을 쫒는다. 그들은 공감 능력이 있고, 사람을 잘 돌보며, 터놓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본인이 실패한 일이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약한 모습을 기꺼이 보여준다. 스스로를 유머 있게 비하할 줄 알고, 자신 혹은 타인의 농담 대상이 되는 것을 자처한다. 슈퍼 매개자는 카리스마 넘치지만 꼰대처럼 훈계하지 않는다. 클럽하우스 선동꾼 또는 훈계꾼은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도가 떨어지지만, 슈퍼 매개자의 영향력은 오랜 시간 지속된다. 슈퍼 매개자는 동료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고, 각자 자기만의 태양계를 구축하는 일을 방지한다.
이 책의 재미있는 부분은, 저자가 슈퍼 매개자와 팀 케미스트리의 이야기를 함과 동시에 '업무화합'의 개념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무화합은 말 그대로 업무, 오로지 업무에만 국한하여 화합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 일을 착실하게 할 때, 특히 자기 일을 정말 잘 할 때 팀이 화합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팀 동료란 그런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을 '애정에 근거한 우정', '즐거움에 근거한 우정', '유익에 근거한 우정'으로 구분하였다. 애정에 근거한 우정은 무조건적인 수용이 있어야 하고, 즐거움에 근거한 우정은 공통 관심사와 활동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유익에 근거한 우정은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말한다. 업무 화합은 일종의 유익에 근거한 우정이다. 우리가 스포츠를 통해 정말 유용하게 배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서로 잘 지내는 척하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업무 화합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간에 잘 지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스포츠의 가장 큰 교육적 가치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슈퍼 교란자(Super Disruptors)
팀의 경기력을 상승시키는 슈퍼 매개자가 있다면, 반대의 측면에서 팀의 경기력을 저하시키는 슈퍼 교란자도 존재한다. 저자는 슈퍼 교란자를 '클럽하우스 변호사'와 '꾀병자'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1. 클럽하우스 변호사(clubhouse lawyer)
추종 세력을 두는 불평분자로, 어느 팀에서든 가장 위험한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클럽하우스 변호사는 입지가 점점 줄어들어 벤치 신세를 지는 노장 선수로, 자신의 불평불만에 남을 끌어들인다. 이에 공감하며 본인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설득을 당하는 선수는 늘 있기 마련이다. 사람은 상대의 몸짓이나 얼굴 표정을 미러링하기 때문에 주정적인 생각은 빠르게 퍼질 수 있다. 감정이 누설되면 간접흡연처럼 타인의 해로운 상태가 지나가는 사람을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
이들의 영향력을 막는데는 지혜로우면서도 때로는 무자비한 리더가 해독제과 될 수 있다. 이런 리더는 집단이 단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평분자에게 집중시킬 수 있다. 그러면 불평분자는 거기에 따르거나 자신이 소외되는 모습을 발견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불평분자의 해로운 영향에 치를 떨었으며, 아무리 명성이 있는 선수라도 가차없이 내쫒았다. 2003년 데이비드 배컴, 2005년 로이킨, 2006년 반니스텔로이의 사례가 대표적이었다.
2. 꾀병자(Malingerer)
중요하고 어려운 경기마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다. 동료들은 몸이 아픈 중에도 팀을 위해 경기에 출전하는데, 꾀병자는 자신의 개인기록을 관리하려고 팀의 승리와 관계없이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이런 선수들이 나타나면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하지 않으려 하게 된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조금 밖에 하지 않거나 아예 하지 안는다고 생각하면, 자기만 '호구'가 된 느낌을 받아 자신이 맡은 일을 꺼리게 된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슈퍼 교란자는 드물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늘 소속감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병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단을 따르는 것은 대부분 조건과 환경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나는 경영학을 공부해 본 적도 없고, 어떤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 본 적도 없다. 다만,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스포츠를 교육했던 경험이 있기에 '팀 케미스트리'라는 단어에 관심이 갔다. 스포츠 팬들 사이에 '기록(데이터) vs 보이지 않는 무엇'이라는 주제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논쟁의 소재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과 그 속의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었던 '팀 케미스트리'를 조금이나마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속한 조직에서 우리 팀의 화합을 위하여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일까. 책에서 이야기하는 슈퍼 교란자가 내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공무원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보니,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공무원 조직에서는 슈퍼 교란자를 도려내는 것도 어렵고, 슈퍼 매개자를 영입하는 것도 운에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팀 스포츠를 이해하는데,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안목을 만들어주는데는 도움을 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