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의진 Nov 15. 2023

글쓰기에도 매뉴얼이 있다

글쓰는 방법을 익혀서 모듈화하여 그대로 전파할 수 있을까

나의 글쓰기 역량은


최근 평소에 만나뵙고 싶었던 교수님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책꽂이에 글쓰기와 관련된 책이 몇 권 눈에 띄었다. 조심스럽게 관심을 표현하자, 흔쾌히 책을 볼 수 있게 빌려주셨다.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읽게 되었다. 개인적인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담당 업무와 관련해서도 궁금했던 내용이었기에 책에 자연스럽게 눈이 갔던 것 같다. 이 책의 서두는 글쓰기 역량 테스트로 가볍게 시작하고 있었다.


글쓰기 역량 테스트 문항
1. 누구나 노력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예/아니오)
2. 말하듯이 글을 쓰면 된다.(예/아니오)
3. 많이 읽고 많이 써보면 글을 잘 쓸 수 있다.(예/아니오)
4. 글은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성된다.(예/아니오)
5. 글은 문장력이다.(예/아니오)
6.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격을 닦는 것이다.(예/아니오)
*채점기준: 예 1점, 아니오 0점


저자는 글쓰기 역량 테스트 점수에 따라 0점은 F(맨땅에 헤딩하는 수준), 1~2점은 D(시작은 하였다.), 3~4점은 C(아직 갈 길이 멀다.), 5점은 B(조금만 노력하면 고수가 될 수 있다.), 6점은 A(하산)라고 하였다. 나는 C에서 B정도 되었다. 이게 뭐라고,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좌절했을 수 있겠다. 저자는 곧바로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글은 누구나 노력하면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또한 말하듯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많이 읽고 많이 써본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며 글이란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또한 글은 문장력이 아니며 글쓰기의 궁극적 목표는 인격도야에 있지 않다. 


이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글쓰기에 왕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글쓰기 역량 테스트 문항은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글쓰기에 대한 오해'이며, 목차의 다른 표현이었다. 




노력해서 되는 글과 노력해도 안 되는 글


저자는 누구나 노력하면 '실용적인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반면에, 문학적 글은 노력한다고 해도 누구나 잘 쓰기 어렵다. 소설은 묘사를 주로 하는 글쓰기인 반면, 실용적 글쓰기는 자신의 주장을 주로 하는 글쓰기다. 아무리 묘사가 뛰어나도 묘사에는 주장이 없지만, 자신의 주장을 주로 하는 논술은 주장을 관철할 근거와 논리가 필요하다. 사람이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수식이나 꾸밈없이 상징이나 은유에 의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주장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가 실용적 글쓰기라는 것이다.

 



글쓰기와 말하기


저자는 '글은 차가운 논리의 세계이지만, 말은 살아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논리의 세계에는 모순이 존재하며 일관성을 요구받고 감성이 아닌 이성이 주인이다. 글은 논리정연해야 하고 같은 단어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어야 하며,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좋은 문장은 좋은 글인가


저자는 '글이란 문장으로 이루어지지만, 문장이 좋다고해서 좋은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문장과 문장의 관계가 어떤가에 달려있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문장을 잘 다듬어도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글은 하나의 구조이며, 문장은 문장들만의 관계에 의해서만 의의가 있다. 한 편의 글은 건축물과도 같다.




서론과 결론은 깃털에 불과하다


저자는 '기승전결의 구조는 문학적 글쓰기에만 해당하며, 실용적 글쓰기는 논증의 구조로 써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논증의 구조란 자신의 주장인 결론과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제로 구성된다. 서론은 이 글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미리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며, 결론은 글을 마치면서 무엇을 말했는지 정리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서론과 결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의 몸통인 본론에 신경을 써야 한다.




독서는 글쓰기의 첫 단계일 뿐이다


저자는 '독서는 글쓰기의 필요조건일지는 몰라도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독서량을 더 많이 늘려서 좋은 재료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어떻게 글로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글쓰기는 실용적 도구다


저자는 '글쓰기는 실용적 도구이며, 먹고사는데 없어서는 안 되므로 꼭 익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문학적 글쓰기는 인격수양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실용적 글쓰기는 인격과는 관련이 없다. 따라서, 모든 글쓰기가 그 사람의 인격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조각가의 톱질이 문학적 글쓰기라면, 목수의 톱질은 실용적 글쓰기다. 글쓰기는 실용적 기술이며, 실용적 도구다. 




이 책은 실용적인 글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쓰기라는 것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이야기에는 100% 공감한다. 공문서를 생산하는 행정을 주로 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가능한 간결하고 정확한 의미전달을 위해서 글을 쓰면서 살고 있다. 사실, 내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공적인 문서의 개인적 목표는 이 문서를 본 사람들이 나에게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더 명확하게 더 간단하게 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브런치에 적는 이러한 무형식의 글에서도 간결한 문장이 계속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의 이야기에 가장 크게 공감을 한 것 중의 하나는, 글쓰기가 나의 생각과 느낌 등을 전달하기 위한 실용적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글은 말보다 정리되기 마련이며 나중에 이불킥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퇴고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짧은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는 행위만으로도 생각을 하게 되며 정리를 하게 된다. 내가 하는 업무와 관련해서도 학생들의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글쓰기 교육이다. 학생들이 학생선수들이 체육교사들이 학교운동부지도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일을 글을 통해서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