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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Nov 22. 2023

기자의 글쓰기

매일매일 글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사람들은 글을 어떻게 쓸까?

두 번째로 읽게 된 글쓰기 관련 책이다. 이런 류의 책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글쓰기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과 원칙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서론의 제목 역시 '개정판에 부치는 건방진 서문'이었다. 저자는 글쓰기는 기술이며, 글을 쓴다기 보다는 '글이라는 상품을 생산한다'는 표현을 하였다. 이 책의 두 가지 키워드로 '팩트'와 '리듬'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글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저자는 다음과 같이 글쓰기의 원칙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글쓰기의 철칙
1. 쉬움: 글은 쉬워야 한다.
2. 짧음: 문장은 짧아야 한다.
3. 팩트: 글은 팩트(Fact)다.


첫째, 글은 쉬워야 한다. '글은 글자로 옮긴 말이다.'라고 강조한다. 글은 말이기 때문에, 글도 쉬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둘째, 문장은 짧아야 한다. 단문으로 문장을 쓰면, '문법적으로 틀릴 일이 별로 없으며, 독자가 읽을 때 리듬이 생긴다.'고 말한다. 셋째, 주장은 팩트 즉 사실로 포장해야 한다.




글쓰기 기본 원칙


글은 상품이다. 상품의 주인이 소비자이듯, 글의 주인은 필자가 아닌 독자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상품처럼, 독자를 감동시키는 상품성이 있는 글에도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다. 불필요한 문장 없이 필요한 말만 적혀있다. 독자가 생각지 않은 독특한 관점이 있다. 보편타당한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들이 적혀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원칙과 좋은 글이 가지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글쓰기 기본 원칙
1. 인쇄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유, 은유는 절대 쓰지 않는다.
2.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3. 빼도 상관없는 단어는 반드시 뺀다.
4. 능동태를 쓸 수 있다면, 절대 수동태를 쓰지 않는다.
5. 일상생활 용어로 대체할 수 있다면 외래어나 과학 용어, 전문 용어는 절대 쓰지 않는다.
6. 대놓고 상스러운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면 위 다섯 원칙을 깨버린다.


좋은 글이 가지는 일곱 가지 특징
1. 좋은 글은 팩트다
2. 좋은 글은 구성이 있다.
3. 글의 힘은 첫 문장과 끝 문장에서 나온다.
4. 좋은 글은 리듬이 있다.
5. 좋은 글은 입말로 쓴다.
6. 좋은 글은 단순하다.
7. 좋은 글은 궁금함이 없다.




글 제조 과정


저자는 글은 상품이며, 설계도 없는 상품은 없기 때문에, 설계도에 따라 글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글을 쓰는 방법, 글이라는 상품을 생산(제조)하는 절차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동시에 몇 가지 예문을 통해 글의 생산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리듬있는 문장을 쓰는 방법


저자는 '글은 문장으로 주장 또는 팩트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좋은 글은 리듬있는 문장으로 팩트를 전달한다. 리듬있는 문장은 입말로 쓴다.'고 주장한다. 리듬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들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우리말의 특성을 고려한 외형률, 즉 우리 말이 주로 세 글자와 네 글자로 구성되는 특징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둘째, 수식어를 절제함으로써 리듬을 만들 수 있다. 불필요한 부사어와 형용사는 글을 읽는 리듬을 방해한다. 셋째, '의'와 '것'을 절제해야 한다. 습관적인 대명사는 구체적인 단어로 대체해야 한다. 넷째, 입말로 이야기해봐야 한다. 글은 읽을 때 자연스러운 글이 좋다. 다섯째, 짧은 문장이 좋다. 문장 하나하나가 짧으면 그 전체 글에 리듬이 자동적으로 생긴다. 단문을 쓰기 위해서는 수식어를 줄여야 한다. 여섯째, 상투적인 표현이나 죽어버린 비유는 사용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일반적인 표현이 되어버렸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문장 하나하나가 리듬감이 있어도, 글 전체에 리듬이 없을 수도 있다. 문장이 목적이 아니라, 글이 목적이기 때문에 글 자체에 리듬이 있어야 한다. 리듬있는 구성이란, 앞에는 뜸을 들이고 중요한 팩트와 주장은 뒤에 숨겨놓는 구성을 말한다. 독자가 글을 읽어나갈수록 흥미가 증폭되고 기대감이 커져야 한다. 결정적인 한 방은 언제나 숨겨 놓고 있다가, 최후의 한 방을 날리면 독자는 무너진다. 그게 좋은 글이다.


이렇게 리듬감 있는 글에는 '팩트' 즉 사실이 담겨있어야 한다. 그럴듯한 주장은 구체적인 사실이 있어야 성립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옛날'이 아니라 '2023년 11월 22일'이라고 써야 한다. 독자들이 관심 있는 부분은 메시지가 아니라 팩트다. 팩트를 통해서 메시지와 주장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재미있는 글쓰기, 기승전결


저자는 글을 쓸 때, '서론-본론-결론'이 아니라 '기-승-전-결'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서의 즐거움은 리듬에서 나오는데,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는 리듬이 없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쓰기는 공식적인 메시지와 주장을 전달하는 형식적인 글에는 효과적이지만, 재미난 독서를 위해서는 좋은 구성이 아니다.


기승전결 구조의 이해
1. 기(起)-주제 그 자체가 아니라, '주제를 일으키는' 단락
2. 승(承)-기에서 일으켜 세운 주제를 발전시키는 단계
3. 전(轉)-장면과 메시지를 새롭게 전환시키는 단계
4. 결(結)-글을 매듭짓는 단계


저자가 주장하는 기승전결 구조를 요약하면, 기에서 시작하여 승에서 구체적으로 궁금하게 만들었다가, 전에서 엉뚱해 보이지만 연관된 장면으로 한 번 돌려주고, 결에서 전체를 묶어서 정리하는 것이다. '전'의 경우에는 그 단락을 통채로 들어냈을 때, 허전하지 않다면 불필요한 것이지만 허전하면 '있으면 글이 더 재미있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면 된다. '전'의 핵심은 재미있어야 하며, 독자에게 여유를 주며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결론은 뒤로 한 걸음 후퇴했다가 내지를 때 더 무섭기 때문이다.


단락과 단락은 드라마의 장면전환처럼 구분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를 '글덩어리'라고 표현했다. 글덩어리와 글덩어리는 의미단위로 구분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이 역할을 하는 문장을 '미끼문장' 또는 '다리문장'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미끼문장은 뒤쪽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팩트를 사용해야 한다. 설득을 할 때는 명분이 아니라 팩트로 해야 한다. 주장하는 바를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독자가 팩트만 보고도 저자의 주장하는 바에 공감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저자는 팩트를 스토리로 둔갑시키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팩트를 스토리로 둔갑시키는 방법
1. 내용은 팩트로 가득 채운다.
2. 팩트로 가득 채운 내용을 리듬감 있는 형식으로 전달한다.
3. 명확한 주제를 위해선 아까운 팩트라도 곁가지는 희생시킨다.
4. 의미상의 흐름을 따라 글을 배치한다.
5. 아까운 에피소드지만 주제와 무관하면 쓰지 않는다.
6. 아까운 이야기는 따로 보관한다. 언젠가는 쓰임이 있다.




마지막 문장


마지막 문장은 관문이다. 문을 닫는 목적은 울림이다. 글을 읽은 독자에게 울림이 크게 있어야 한다. 독자들은 마지막 문장을 읽기 위해서 인내심을 발휘한다. 문이 덜 닫힌 것처럼 허탈하게 하면 안 된다. 여운을 남겨주겠다고 어설프게 글을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감동을 주려면 감동이 발생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 근거가 팩트다. 독자들은 글이 친절하기를 원한다. 일목요연하게 팩트로 설명해 주어야 한다. 재미나게. 마지막 문장으로 그 앞 모든 내용을 결론지어야 한다.


마지막 문장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다음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화려할 필요는 없다. 주어와 술어로 구성된 단순한 문장일수록 감동은 커진다. 힘을 빼라는 뜻이다. 둘째,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좋은 마지막 문장은 앞에서 말한 모든 팩트를 종합하는 문장이다. 셋째, 바른생활 어린이는 꼴도 보기 싫다. '나는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끝내지 말라는 것이다. 생산자 위주의 문장은 독자를 위한 문장이 아니다. 넷째, 마지막 문장을 지워본다. 지워보고 더 나으면 그걸로 끝내야 한다. 다섯째, 필요없다면 쓰지 않는다. 안 써도 될문장은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연달아 두 권의 글쓰기 책을 읽었다. 바로 직전에 읽었던 '글쓰기에도 매뉴얼이 있다.'의 저자와 이 책의 저자가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는 글쓰기가 실용적 도구라는 것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나아가, 글을 상품과 동일선상에 올려두고 글쓰기를 상품을 생산하는 일에 견주고 있다. 평생을 '기사'라는 글로 만든 상품을 생산했던 사람이었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은 기승전결 구조와 재미를 강조하는 반면에, 직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서론-본론-결론 구조와 형식을 갖춘 글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왕도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직전에 읽었던 책보다, 이 책이 더 마음에 들었다. 조금 더 실제적이고 실용적이며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에게 공감하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해하기 쉽게 가능한 짧게 끊어서 글을 쓰고, 가능한 나의 이야기나 어떤 사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내가 진짜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 살면서 쓴 글 중에 반응이 좋았던 글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던 글이었다고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나도 글로 먹고 사는 사람 중의 하나다. 물론, 그 글이라는 것이 딱딱하고 딱딱하며 되도록이면 영혼을 담지 말아야하는 '공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십년 전 공군 장교생활을 하며 문서를 생산해낼 때, 배웠던 원칙 중 지금도 통하는 원칙은 '문장을 짧게 쓰라'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공무원 사회에서도 잘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여기에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 느낀점을 하나 더 해본다. 독자들은 도덕률이나 권위있는 사람의 식견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 가능한 내가 겪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내려 노력한다. 그럴 때, 독자들의 반응이 울림이 있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다음 책을 읽으면 또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막 읽은 지금의 내가 글을 쓰기 위한 나만의 패턴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문장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하며, 가능한 구체적인 사례나 데이터를 근거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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