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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Dec 01. 2023

템플릿 글쓰기

사무직의 생명 '템플릿 문서'말고, 모든 글을 쓸 수 있는 구조 익히기

네 권 연속으로 읽는 글쓰기 책이다. 대한민국에서 출판된 글쓰기 책인데, 저자가 일본인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궁금했다. 저자는 누가 읽어도 생각이 빠르게 전달되는 '생각의 틀(템플릿)'을 알려주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제시하는 세 가지 틀, 즉 '열거형, 결론우선형, 공감형'만 제대로 익히면 모든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용이 아닌 글쓰는 틀을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개성이 사라질 일도 없으니 안심하라는 이야기와 함께.




글쓰기의 구세주, 템플릿


저자는 가장 나쁜 글쓰기 방법은 생각나는대로 쓰거나 시간의 순서대로 쓰는 것이라고 했다. 직전에 읽었던 책에서 '기승전결'을 강조했었는데, 글쓰기의 프로가 아닌 사람이 함부로 기승전결 틀 안에서 글을 쓰는 것도 위험하다고 했다. 기승전결이 우리말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일본 사람이 쓴 책에도 나오는 걸 보니, 글쓰기 이론이 나라마다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글을 쓰는 순서는 이렇다. 첫째, 템플릿에 맞추어 각 파트(글쓰기 형식의 틀)에 적절한 하나의 문장을 쓴다. 모든 글쓰기는 바로 이 '한 줄 쓰기'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이 문장은 각 파트에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인가에 대한 자문자답이다. 둘째, 문장에 살을 붙여서 문단을 완성한다. 즉, '부풀리기'를 한다. 한 줄쓰기와 부풀리기라는 기본적인 글쓰기 패턴을 세 가지 글쓰기 템플릿에 맞추어 진행만 시키면 좋은 글이 완성된다.


글쓰기에 활용할 템플릿을 선택할 때는 검토해야 할 사항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글을 쓰는 목적은 무엇인가? 둘째, 독자는 누구인가? 셋째, 독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넷째, 독자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는가? 다섯째, 독자의 지식수준은 어떠한가?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활용할 템플릿을 선택하고 글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저자만이 알고 있는 글쓰기의 대단한 비밀같지는 않지만,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필요한 형식으로 글을 쓰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서식 안에서 글을 쓰며, 판사는 판결문의 틀 안에서, 기자는 기사의 틀 안에서 각자 필요한 형태의 글을 쓴다.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의 장점은 대부분의 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를 크게 세 분류로 구조화해준다는 것이다. 글쓰기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니 너무 고민하지 말고, 알려주는 방식으로로 당장 써보라는 권유로 느껴졌다.




열거형: 정보를 전달하기


열거형이란 어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몇 개의 포인트로 나누어 기술하는 템플릿이다. 첫 문장에서 앞으로 기술할 주제와, 앞으로 열거할 포인트의 숫자를 제시한 후 포인트를 하나씩 기술한 후 마지막에 정리한다. 


열거형 템플릿
A.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한다.
B. 열거 포인트 1 - 열거 포인트 중에는 가장 중요한 것을 첫번째로
C. 열거 포인트 2
D. 열거 포인트 3
E. 정리


첫문장은 앞으로 할 이야기의 지도를 전달하는 것과 같다. 저자에게 이야기의 목적지를 알려주며 집중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열거포인트는 가능한 단순하게 핵심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열거포인트의 수는 2~7개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열거포인트가 너무 많다면, 숫자로 시작하는 조항으로 소제목을 붙인 후 글을 쓰는 방법도 가능하다. 




결론우선형: 설득하기


결론우선형이란 말 그대로 제일 먼저 결론을 제시한 후, 결론에 대한 견해를 자세하게 써나가는 템플릿을 말한다. 글 첫머리에서 결론을 내린 후에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한 대답에 해당하는 이유를쓰고, 이어서 결론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사례와 자세한 설명을쓴다. '결론-이유-구체적인 예'의 형태로 흐르는 글은 읽는 사람을 설득하기 좋은 구조다.


결론우선형 템플릿
A. 결론을 쓴다.
B. 이유 및 근거를 쓴다.
C. 구체적인 예 또는 상세한 내용을 쓴다.
D. 정리.


글을 시작하며 결론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글을 읽는 사람은 이어지는 글을 안심하고 읽을 수 있다. 이어지는 이유 및 근거, 구체적인 예 등은 설득력을 높여주는 재료 역할을 한다. 가능하다면, 첫 문장을 쓸 때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발한 표현을 쓸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각 파트에 쓰면 효과적인 '문구'를 몇 가지 제시하기도 하였다. 




공감형: 에피소드 중심 글쓰기


공감형이란 어떤 에피소드를 통해 읽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표현하는 '드라마구조'형 템플릿이다. 첫 머리에서 주인공의 마이너스 요인(바람직하지 않은 상태)을 묘사한 다음, 주인공에게 찾아온 결정적 계기(터닝포인트)를 묘사하고 이후에 진화와 성장과정을 묘사하면서 마침내 해피엔드에 이른다는 흐름이다.


공감형 템플릿
A. 마이너스 요인을 쓴다.
B. 결정적 계기를 쓴다.
C. 진화 및 성장 내용을 쓴다.
D. 밝은 미래에 대해 쓴다.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따라 가며, 즉 간접체험을 통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정보전달이 목적이 아닌, 공감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흐름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구조를 고려하며 글을 써야 한다. 





글쓰기의 대단한 비법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사람들에게 글쓰기가 쉽다는 것을 알려주는 느낌이 드는 묘한 책이었다. 저자가 제시한 세 가지 템플릿으로 모든 글을 쓸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책이 마지막에서 세 가지 템플릿을 융합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일본 사람이 쓴 글쓰기 책인데, 이해도 잘 되고 그렇게 하면 되겠다는 설득을 당한 느낌이 든다. 번역을 하신 분께서 글을 잘 쓰신 것일수도 있고, 글쓰기라는 것이 언어는 다르더라도 비슷한 목적과 구조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구나 싶기도 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이번에 글쓰기 방법을 처음 알게 된 것 같지는 않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때 논술은 어떻게 써야 한다는 책을 본 적도 있는 것 같고, 교육전문직원 시험을 보기 직전에도 논술문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이것저것 들추어 봤던 것 같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는 것 같지만, 공통적인 주장은 글을 읽는 사람을 이해시키고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글을 쓸 때는 내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 책이 글쓰기를 굉장히 쉽게 구조화해주었다는 점이다. 횡설수설하는 것이 부끄러워 글을 쓰지 못하거나, 애써 쓴 글을 공개하여 피드백 받는 일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직접적인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앞서 읽었던 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앞서 읽었던 글쓰기 책들이 실제적인 정보전달과 설득력있는 글에 초점이 있었던 것과는 반대로,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올 수 있는 글을 쓰는 방법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필이나 SNS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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