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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Jul 24. 2024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글쓰기 분야 베스트셀러, 다른 글쓰기 책과 무엇이 다를까.

나는 공무원이다.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지겹도록 들어왔고 또 그렇게 하려고 본능적으로 노력하며 살아오기도 했다. 그런 사람으로서 정치성이 강한 인물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그것도 내 돈을 지불하여 책을 구입하고 시간을 투자하여 읽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온라인 독서 플랫폼에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이 책을 딱 추천해줬다. 평소 관심사인 글쓰기가 주제인데다가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니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를 작가로 불러주기를 원하는 정치적인 인물이 쓴 글쓰기 책. 다른 글쓰기 책과는 무엇이 다를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유시민 작가는 자신을 글쓰기를 잘 하는 사람으로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그 분야는 산문 즉 에세이에 한정하였다. 창의력이 발현되어야 하는 소설 등의 글쓰기는 자신이 잘 하는 글쓰기와는 구별되는 분야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논리적인 글쓰기'로 한정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 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유시민 작가가 이야기하는 훌륭한 글은 이전에 읽었던 글쓰기 책에서 다른 작가들이 이야기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독자가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것이다. 논리적인 글은 첫째,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하며,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한 철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텍스트 독해'가 우선이다. 텍스트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둘째, '텍스트 요약'이다. 독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핵심을 요약해야 한다. 셋째, '사유와 토론'이다. 사유와 토론을 통해 명확하게 생각을 정리하여 글을 써야 한다.


시간순으로 보면 감정과 생각이 먼저고 언어는 그다음이다. 언어에서는 말이 글보다 먼저다. 말보다 먼저 글을 배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모든 것이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나중에는 선후를 가리기 어려워진다. 글이 말을 얽어매고 언어가 생각을 구속한다. 하지만 언어에 한정해서 보면 글이 아니라 말이 먼저다. 글을 쓸 때는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말로써 먼저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며, 말로 읽어내기 편안한 글이 좋은 글이라고 강조하였다.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소리 내어 읽어봄으로써 못난 글을 알아보는 방법은 지극히 단순한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언어(言語)는 말과 글이다. 생각과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입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글말)이 된다. 말과 글 중에는 말이 먼저다. 말로 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다. 글을 쓸 때는 이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전략적 독서


저자는 책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책이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독해하기 쉬운 책이 있고 어려운 책이 있다. 쉬운 책만 읽어서는 독해력을 기르기 어렵다. 속독하는 사람은 모든 책을 빠르게 읽는다. 물론 속도가 중요하지는 않다. 아무리 빠르게 읽어도 내용을 깊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별 소용이 없다. 그러나 같은 수준으로 텍스트를 이해한다면 빠르게 읽는 편이 낫다. 같은 시간, 같은 노력으로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하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선은 빠르게 읽으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단순히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사람이 구사하는 어휘의 수는 지식수준에 비례한다. 또 어휘를 많이 알아야 옳고 정확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지식을 배우면서 어휘를 익히고, 텍스트를 독해하면서 문장을 읽힌다. 똑같이 많은 책을 읽어도 어떤 책이냐에 따라 배우고 익히는 어휘와 문장의 양과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유시민 작가는 글을 쓰는데 특별하게 도움이 되는 책과 별로 그렇지 않은 책이 있다고 주장한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

첫째는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글을 쓰는 데 꼭 필요한 지식과 어휘를 배울 수 있으며 독해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는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장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한국인이 쓴 것이든 외국 도서를 번역한 것이든 다르지 않다.

셋째는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이런 책이라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문장에 훌륭한 내용이 담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면 지식과 어휘와 문장과 논리 구사 능력을 한꺼번에 얻게 된다.

   



유시민의 '글쓰기를 위한 전략적 독서' 추천 도서 목록


-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라인홀드 니버) 문예출판사

-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에코리브르

-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김영사

-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을유문화사

-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승산

-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센델) 김영사

-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다락원

- 유한계급론 (소스타인 베블런) 우물이 있는 집

- 마음의 과학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와이즈베리

-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슈테판 츠바이크) 바오

- 강의 (신영복) 돌베개

- 역사의 연구 (아널드 토인비) 동서문화사

- 권력 이동 (엘빈 토플러) 한국경제신문

- 역사란 무엇인가 (에드워드 카) 까치글방

- 작은 것이 아름답다 (에른스트 슈마허) 문예출판사

- 소유냐 삶이냐 (에리히 프롬) 흥신문화사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갈라파고스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부키

-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문학사상

-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정재승) 어크로스

- 가이아 (제임스 러브록) 갈라파고스

-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책세상

- 불확실성의 시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홍신문화사

-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 휴머니스트

-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효형출판

- 공산당 선언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책세상

- 코스모스 (칼 세이건) 사이언스북스

- 성(性) 정치학 (케이트 밀렛) 이후

-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서해문집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한길사

- 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은행나무

- 진보와 빈곤 (헨리 조지) 비봉출판사




글을 잘 쓰는 방법


유시민 작가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써봐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다른 글쓰기 책의 작가들과 같은 주장이며, 일반적인 시각에서 봐도 너무나도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작가와 조금이나마 다른 점도 있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 방법을 자신의 경험적 지식으로 이야기하였다.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렇지 않다. 글쓰기는 티끌 모아 태산이 맞다. 하루 30분 정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수첩에 글을 쓴다고 생각해보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매주 엿새를 그렇게 하면 180분, 세 시간이 된다. 한 달이면 열두 시간이다. 1년을 하면 150시간이 넘는다. 이렇게 3년을 하면 초등학생 수준에서 대학생 수준으로 글솜씨가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잘 하려면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이 쓴 글의 내용을 증명해야 한다고 하였다. 글쓰기는 한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은 자신의 삶을 통해서 쓰는 것이라는 철학적인 표현으로 삶과 글이 일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처럼 '유시민' 이라는 이름 속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정치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사람들이 그가 쓴 글을 많이 찾아준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스스로의 직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은 충분히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토론 프로그램에서 완벽한 말빨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는 끊임없이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가 자신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글쓰기를 어떻게 규정하고, 어떻게 하면 적어도 자신처럼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하여 정리한 내용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일반적인 글쓰기 책과는 다르게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나는 아주 딱딱하고 간결한 글을 최대한의 오해가 없도록, 내가 쓴 문장을 읽은 사람들 모두가 똑같은 해석을 하게 만들어야 하는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인 사람이다. 딱딱한 글만 쓰다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글로 표현하는 일이 직업이 되고, 내가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찾아주어 글쓰기를 직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저자가 부럽기만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다시 또 울렁울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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