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도덕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가
*이 글은 [ 스포츠 윤리 주제와 쟁점 ] 책의 목차에 따라 생각을 정리하는 내용입니다.
스포츠의 좋은 가치는 그동안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승리를 위한 편법과 정의롭지 않은 행위들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 스포츠 산업이 발전하면서 종목의 특성에 따라서, 경기의 다양한 요소 중 승리에 점점 더 큰 가치가 부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체육교육에서의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스포츠를 통하여 경쟁, 공정, 도전, 인내, 존중, 협동, 배려 등의 좋은 가치를 함양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다양한 연구 결과로도 증명되었으며, 국가교육과정 문서에도 명시되어 있는 체육과 교육과정의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스포츠 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 승부조작, 속임수, 도핑, 비신사적 행동 등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학습되고 전승되는 스포츠의 비도덕적 측면이다. 과연 스포츠를 통한 윤리도덕 교육은 가능한 것일까.
스포츠와 도덕성에 관한 부정적 견해와 긍정적 견해
스포츠와 도덕성에 관한 부정적 견해는 크게 세 가지 주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도덕과 스포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스포츠는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추구하는 놀이의 형태에 불과하기 때문에, 스포츠에서 일어나는 일을 도덕적 관점에서 우리 일상과 직접적인 연관을 지을 수 없다. 둘째, 스포츠에서 배운 도덕적 가치와 태도가 스포츠 밖의 실제 삶으로 전이되지는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마지막으로,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포츠 참여자들의 도덕성 함양은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도덕성 발달을 저해한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스포츠와 도덕성에 관한 긍정적 견해도 있다. 첫째, 도덕과 스포츠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오늘날 스포츠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스포츠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스포츠를 통해 도덕적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경험하고 학습하면, 스포츠 밖의 현실 삶에서 유사한 도덕적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올바른 판단과 도덕적 행동의 실천을 할 수 있다. 셋째, 도덕성은 스포츠의 핵심적 가치라는 주장이다. 스포츠에서 일어나는 비도덕적 현상은 참여자가 스포츠를 잘 못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자체에는 도덕성의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체육교육과 도덕교육의 관련성
도덕적 행동은 확고하고 변하지 않는 습관에서 나와야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습관적 행동은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서 나온 것이어야 한다.
도덕적 습관(moral habit)이란 단순히 프로그램화된 로보트처럼 자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도덕적 상황에 놓였을 때, 그 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하여 도덕적 원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필요하다. 체육 교과수업은 다양한 도덕적 행동을 실제로 경험하고 실행하고 반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동일시, 내면화, 보상과 벌의 심리기제 등을 통하여 바람직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덕적 추론(moral reasoning)은 매번 다른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내재화된 추론을 통하여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덕(virtue), 즉 바람직한 태도와 행동을 습관처럼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다. 도덕교육은 바로 이러한 내재화된 체계를 학습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형성되는 도덕적 습관화의 형성 과정은 상황에 따른 자신의 선태고가 인지적 평가를 통한 이성의 작용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도덕적 지식은 실천(praxis)에 의해 얻어질 수 있는 실제적 지식이다. 즉, 실제적으로 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지혜이고 일종의 기술이며 경험적 지식(know how)이다. 따라서 도덕적 습관과 도덕적 추론기술은 이론적 지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천함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실천적 지식(practical knowledge)이다.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으며, 참여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다양한 현상들을 만들어낸다. 이는 예측할 수 없는 경쟁이라는 스포츠의 본질에서 오는 고유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스포츠를 교육적으로 다룰 때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통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학교 체육의 내용 영역 중 스포츠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은 스포츠를 교육적으로 바라보고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체육 교사는 스포츠의 좋은 가치들을 학습할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도덕적 습관-도덕적 추론-실천적 지식'이 연계될 수 있도록 교육을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교육청에 들어와 학교운동부 업무를 수 년 동안 담당하면서 참 많은 '부도덕한 사례'들을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분명히 학생에게 부도덕한 일들을 하라고 일부러 교육하는 어른들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학생들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적 부조리와 어른들의 탐욕이 비뚫어지게 발현되어 일어나는 일들이었다고 믿고 싶다. 많은 학자와 연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처럼, '스포츠를 제대로 경험하고 배운 학생이라면 올바른 사회성을 함양한 도덕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