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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Mar 15. 2024

스포츠윤리 주제와 쟁점 #10

인간 심판은 사라질 것인가

*이 글은 [ 스포츠 윤리 주제와 쟁점 ] 책의 목차에 따라 생각을 정리하는 내용입니다.


인공지능과 스포츠.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일 수 있는 키워드다. 나 역시 이런 단어에 눈길이 가는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인공지능이 스포츠 심판이라면'이라는 제목의 책을 구입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 챕터는 바로 이 주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https://brunch.co.kr/@sobong3/160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심판의 권위를 상징하는 문장이었다. 스포츠는 규칙 속에서 신체활동을 통해 경쟁하는 것이 본질이다. 이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규칙을 정확하게 지키는지 판단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사람이 바로 심판이며, 스포츠의 본질을 지켜내는 심판은 그 자체로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권위를 갖게 된다. 심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다. 심판이 경기에 집중하여 수준높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선수들은 심판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권위를 인정한다. 심판이 경기의 집행자로서 최종적인 결정 권한을 가지는 것에 모두 동의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심판의 '존재론적 권위(ontological authority)'다. 


하지만, 심판 역시 사람이다. 때로는 심판도 실수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역사적인 오심이 바로 심판의 불완전성으로부터 비롯된 결정이었다. 경기를 망치겠다는 악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망쳐버리는 일이 발생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역사적인 오심으로는 올림픽 체조 경기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메달의 색이 바뀌었던 양태영 선수, 올림픽 펜싱 경기에서 시간계측의 오류로 승리를 날려버렸던 신아람 선수 등의 사례가 있다. 오심의 사례를 세계적으로 넓혀보면, 특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축구 종목의 경우 심판의 오심 하나로 정말 많은 역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https://namu.wiki/w/%EC%98%A4%EC%8B%AC%20%EB%B0%8F%20%ED%8E%B8%ED%8C%8C%ED%8C%90%EC%A0%95/%EC%82%AC%EB%A1%80/%EC%B6%95%EA%B5%AC


비디오 기술의 발달 이전 시대에는 심판의 인식론적 특권이 심판의 존재론적 권위에 당위성을 부여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식론적 특권이 관중이나 TV시청자들에게로 옮겨감으로써 심판의 존재론적 권위와 인식론적 특권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겨났다. 정확하다고 이름난 심판조차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자, 심판의 존재론적 권위는 자연스럽게 점점 더 낮아졌다. 심판 판정에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테니스 경기에 도입된 '호크아이' 기술은 네트 경기에서의 인&아웃 판정에 대한 심판의 부담을 덜어주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경기의 한 요소가 되었다. 축구 경기에서도 마침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VAR(Video Assistant Refree)이 도입되었다. 심판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보다 타당한 판정으로 보다 합당한 경기 결과가 나오도록 영상기록을 참고하여 판정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은 오프사이드로 취소되었던 득점을 VAR을 통해 인정받아 독일에게 2:0으로 승리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정확성을 인정받는 호크아이 기술조차도 수학적으로 100% 정확한 판정을 내리지는 못한다. 99.99999999999%의 정확성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오심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만에 하나라도 호크아이가 믿을 수 없는 확률로 엄청난 오심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자신의 눈이나 심판의 판정보다 호크아이의 판정을 더 신뢰하게 된다면 이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일까. 저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심판의 존재론적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의 존재론적 권위를 지켜내기 위해서 심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정리하였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311&aid=0001702355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와 지도자, 그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들까지 모두가 심판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판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믿겠다는 암묵적 동의가 없으면 경기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은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한다. 왜냐하면 심판의 결정 하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때로는 한 사람을 넘어 역사가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순간이 결정되기도 한다. 


심판의 치명적인 오심으로 경기를 망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때로는 심판의 존재론적 권위를 인정하고 이에 따르는 모습으로 감동을 주는 사례들이 있었다. 스포츠의 핵심적인 가치 존중을 실천하는 태도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스포츠를 교육적으로 다룰 때, 이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프로의 세계라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학교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 경기에서만큼은 학생들이 서로를 믿고 경기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심판의 존재론적 권위를 인정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w3bDGvDXf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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