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선수의 스포츠 참여는 불공정한가
*이 글은 [ 스포츠 윤리 주제와 쟁점 ] 책의 목차에 따라 생각을 정리하는 내용입니다.
2009년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사람 '우사인 볼트'의 역사적인 100미터 달리기 세계기록 9.58이 수립된 대회로 기억된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는 또 한명의 역사적인 인물이 등장했었다.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자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가 여자 800미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등장한 것이다. 사람들은 세메냐의 엄청난 근육을 보며, '이거 완전 남자 근육 같은데?'라며 놀라움과 호기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근육, 체격, 수염 등 남성의 특징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고, 경쟁 관계에 있는 여성 선수들의 이의제기도 뒤따르기 시작했다. 결국 몇 차례 조사가 이어졌고, '세메냐는 여성이며 대회 참가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세메냐는 이후 세메냐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800미터,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 800미터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https://namu.wiki/w/%EC%BA%90%EC%8A%A4%ED%84%B0%20%EC%84%B8%EB%A9%94%EB%83%90
시간이 흐른 뒤, 세메냐의 성별 검사 결과가 언론에 유출되자 논란은 다시 시작되었다. 핵심적인 내용은 세메냐가 선천적으로 남성호르몬 수치가 아주 높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여러가지 논란 끝에, 세계육상연맹(IAAF)는 남성호르몬이 기준치 이상인 여성은 국제 육상대회 여자부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세메냐는 반발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정한 경기를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는 평가를 하였다. 2023년에는 남성으로 사춘기를 보낸 후 성전환 수술을 한 여성 역시 여자부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는 규정도 생겼다.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3032401032639083001
저자는 논리적인 타당성, 합리적인 타당성 논쟁을 넘어 철학적 가치판단까지 모두 고려하여 스포츠 경기에서의 남녀 구분이 공정한지 묻고 있다. 보다 공정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령, 성별 등을 고려하여 경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오랜 시간동안 공감을 얻는 당연한 판단기준이었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이 주제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듯하다.
스포츠에서 여성을 남성과 분리하여 경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남녀의 직접적인 경쟁은 그 속에서 여성을 배제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성의 스포츠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확대시키기 위해서 여성의 스포츠 경기를 남성과 분리하여 여성끼리 경쟁하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남녀의 신체적인 능력 차이를 인정하고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여성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규정을 더욱 세부적으로 규정하여 세메냐와 같은 논란이 일어날 여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62/0000017196?sid=104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여성을 남성으로부터 분리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남성선수보다 우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여성 선수도 있는데, 이런 선수들이 더 높은 수준에서 경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다. 성별에 따른 스포츠 분리를 반대하며 혼성 경쟁을 주장하는 이들은 남녀 분리를 성차별로 규정한다. 스포츠 세계에서의 성대결은 이러한 시각과 상업적인 목적이 결합하여, 실제로 다양한 종목에서 여러 차례 시도되었다.
https://www.korea.kr/news/cultureColumnView.do?newsId=148761490
저자는 다시 주제를 좁혀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가 여자부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의 문제를 이야기하였다. 즉, 함께 경쟁하게되는 일반적인 여성 선수가 이 상황을 공정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논의하고자 하였다.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가 일반적인 여성 선수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갖게 되는 유리함이, 과연 일반적인 여성 선수 간의 체격과 신체적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상대적인 유리함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를 묻는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트랜스젠더의 여성 또는 남성 경기 참여를 생물학적인 관점보다는 가치판단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이 챕터를 마무리하였다.
이 챕터에서 저자가 던진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었지만,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스포츠 경기에서 연령별로 경쟁을 하는데는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왜 성별의 구분에 있어서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논리적, 합리적 이유보다는 철학적인 가치판단이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정한 상황의 선수가 스포츠 경기에서 배제되는 것도 문제가 있겠지만, 대다수의 일반적인 선수들이 편안한 상황에서 최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참 접근하기도 꺼려지고, 해결하기도 어려운 아주 어려운 문제인 듯하다. 체급 경기에서 간혹 펼쳐지는 무제한급처럼, 모든 종별을 통합하여 경쟁할 수 있는 경기부의 신설을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 일반적인 분야에서 사회학적 성과 정체성도 중요하겠지만, 신체활동이 본질인 스포츠에서 생물학적 성을 구분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