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때와 장소에 적절한 말의 기술과 힘.
어느 날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책이다. 책의 표지를 보니 170만부 기념이라고 쓰여 있다. 베스트셀러였다는 뜻이다. 남들이 많이 봤던 책. 텅 빈 음식점보다는 사람이 많은 음식점으로 일단 들어가고 보는 사람의 심리와 비슷하다. 나도 일단 책을 펴고 읽어보았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책은 젊은 느낌의 책이었다. 짧은 에세이의 모음으로 구성된 책인데, 크기도 작고 글이 길지 않아 읽기가 쉽다. 뭔가 감성을 자극하는 글인 것 같은데, 표현이 억지스럽지 않고 부담이 없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겪고 삶을 통달한 분이 인생의 후배들에게 지혜를 전해주는 책이 아니었다. 그냥 담담하게 생각과 느낌을 세련되게 정리한 일기같은 느낌이랄까.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젊은 세대 그러니까 독서와 글쓰기를 ‘힙한 무엇’으로 여기는 MZ세대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이 책의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하여 검색을 해 보았다. 놀랍게도, 책 안에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내용 외 추가로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었다. 안경 쓴 남자분이었는데, 몇 몇 인터뷰를 통해 작가라는 사실 외에는 알려지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현을 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추적과 추적을 거듭하여 그의 과거 행적을 거론하며 불편함을 표현한 흔적도 있었다. 책의 성공을 SNS에 기댄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훌륭한 책이 아니라는 출판 업계의 일부 사람들의 평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의 작가가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는 큰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 사람이 어떻게 이런 글쓰기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이 책은 아주 짧은, 그러니까 A4용지 한 장 이내의 분량으로 쓰여진 글들의 집합체다. 아주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겪은 일이 무엇이었고 이를 통해 어떤 느낌을 받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글이었다. 작가의 글쓰기 능력이 부러웠다.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말(단어, 문장, 언어 등)’이다. 누군가의 말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과 생각 감정을 이야기한다. 또한 한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말을 잘 하고 싶어한다. 말을 잘 못하면, 글이라도 잘 쓰고 싶어한다. 나에게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대화의 기술을 알려주는 책,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다가왔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위대한 철학자나 성현이 남겨주신 말이어야만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동네 친구의 한 마디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다가, 원수같은 사람과 싸우다가 들었던 말 한 마디가 그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누군가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말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행복한 삶에 방해가 되는 말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