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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Sep 23. 2024

운동의 뇌과학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뻔한데 끌리는 이야기

십여 년 전, 하버드대학교 정신과 전문의 존 레이티 교수의 '운동화 신은 뇌' 열풍이 불어닥친 적이 있었다. 우리 사회 각계에서, 특히 학교체육 정책을 다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존 레이티 교수의 연구 결과는 큰 힘이 되어 주기도 하였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아침 운동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역량 향상을 이끌어냈다는 이야기는 아주 매력적인 근거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10년대 초반 아침운동을 전면적으로 확산시키며 현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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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더 이상 운동이 한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또 비슷한 책이 나왔다. '운동화 신은 뇌'와는 어떤 점이 다르기에 사람들이 다시 이 책에 열광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떻게 보면 진부한 소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본업이 학교와 체육이라는 키워드를 모두 다루고 있는지관심이 가기도 했다.




운동을 계속하기 어려운 이유


저자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였다. 첫째, 뇌는 게으름을 좋아한다. 생물의 뇌는 생물의 생존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기 마련이다. 가능한 뇌 활동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즉 뇌가 에너지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운동을 하라는 명령을 잘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운동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운동은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 시스템을 자극한다. 인간의 몸은 일정한 안정적 상태를 지향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싫어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려면 꾸준해야 한다. 운동에 즐거움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정한 박자의 동기부여 음악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운동을 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불안에서 벗어나는 방법


운동은 불안 민감성을 낮추는 치료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은 공황장애 극복에 효과가 있다. 건강 염려증과 통증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가 운동을 하기 힘들게 하는 요소다. 마음의 통증이 몸의 통증을 유발한다. 두려움은 호흡에 집중하는 몰입 경험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강철같은 몸에 강철같은 멘탈이 깃든다


저자의 확신에 찬 주장이다. '모든 정신질환은 생물학적 기능장애에서 비롯된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정신질환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정신질환의 진짜 원인은 뇌의 염증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항우울제 처방은 위험하다.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우울제는 10대 환자의 자살률을 증가시킨다. 항우울제 처방 환자의 10명 중 3명은 효과가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가벼운 우울은 오히려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단계는 스트레스에 지친 세포를 적으로 오해하면서 시작한다. 2단계에서는 면역체계가 지원을 요청한다. 3단계로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4단계에 이르면 미주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마지막 5단계에서는 면역체계의 피로가 사람을 우울하게 한다.


운동과 관련된 속설 중에는 고빈도 저강도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빈도 저강도 운동과 저빈도 고강도 운동 모두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어떻게 운동을 하던지 대부분의 운동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운동은 부교감신경의 힘을 커지게 한다. 근력이 세지고 민첩해질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강해져 교감신경계를 진정시키고 일상 속 스트레스에 보다 태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운동은 중독의 가장 강력한 해독제


무엇인가에 중독된 뇌를 치료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운동이다. 또한,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운동 중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운동은 도파민 수치를 높이고 도파민 수용체의 수를 늘려 뇌의 치유 속도를 높인다. 모든 종류의 운동이 그러한 작용을 하지만, 그 중 가장 효과가 좋은 운동은 달리기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달리기라는 운동이 우리의 몸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설명해주는 좋은 사례다. 러너스 하이는 '엔도르핀'과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두 물질이 만들어내는 작용이다. 첫째, 엔도르핀은 강력한 진통제다. 젖산 역치를 넘는 높은 강도의 운동을 하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고통을 잊게 해준다. 고통을 견디는 과정에서는 다른 시람들과 함께 운동을 하거나 음악 듣기가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엔도카나비노이드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로, 운동을 할 때 분비된다. 대마초 한 모금의 쾌락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엔도카나비노이드의 분비를 위해서 고강도 운동이 필요하지도 않다. 가벼운 운동이면 충분하다.




늙기 싫다면 운동하라


무기력하게 늙어가고 싶지 않다면 운동을 해야 한다. 치매는 두려움을 먹고 자란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운동이 유전자를 바꿀 수 없지만 습관은 바꿀 수 있다. 운동을 하면 건강하게 늙어갈 수 있다.




잠을 설칠까 두려운 사람들에게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운동을 통해 숙면을 취하게 되는 과정은 '멜라토닌'과 '아데노신'이라는 두 물질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멜라토닌은 뇌의 시간을 재설정한다. 자연산 수면 보조제인 멜라토닌은 하루 15분 이상 낮에 햇빛을 쬐면 밤에 잘 분비된다. 꼭 해가 있는 낮에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는 습관을 통해 멜라토닌의 분비를 유도할 수 있다. 잠들기 직전에 운동을 하면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잠들기 3~4시간 전에 운동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잠들기 몇 시간 전에 운동을 하던지 모두 수면에 도움이 된다. 운동은 불안을 낮추어 수면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둘째, 아데노신은 뇌를 비롯한 신체의 모든 세포에서 발견되는 화학물로 우리가 움직이는 동안 계속 높아진다. 때문에 운동을 길게 열심히 할수록 낮 동안 아데노신이 많이 쌓여 밤에 더 깊이 잘 수 있다. 뇌에는 아데노신의 증가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 아데노신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뇌는 당신을 재운다. 이 수면 보조제는 멜라토닌과 달리 시간에 관계없이 작동한다. 이것이 아데노신의 힘이다.




집중력을 높여 창의적인 삶으로


체력이 집중력을 만든다. 운동은 두뇌를 단련해 ‘작업 기억력, 억제 조절력, 인지적 유연성’ 등과 같은 뇌의 실행기능을 강화한다. 운동을 하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러한 맥락의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다. 



또한, 운동은 창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창의력이 높은 아이로 키우게 위해서는 일주일에 2시간 이상을 자유롭세 놀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운동으로 집중력과 창의력을 동시에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예측 불가능성, 교차 훈련, 놀이’가 포함된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막 시작하는 사람은 단순한 운동만으로 집중력과 창의력을 전부 얻을 수 있다.


몰입은 눈앞의 과제에 완전히 몰두해 신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에 빠지면 힘을 들이지 않고도 거의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천재성이 온전히 드러나는 순간으로 뇌가 집중력(작업 모드)과 창의력(휴가 모드)을 동시에 발휘할 때 발생한다.




이 책은 운동이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안내하는 책이다. 저자가 직접 수행한 연구가 아니더라도, 이미 수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서 운동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어 있음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책의 끝에 있는 놀랍도록 방대한 양의 참고문헌이 인상적이었다.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은 해당 주제에 따른 운동 처방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동하라는 가이드를 해주는 것이 왜그런지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는 책의 부록으로 들어있는 구체적인 운동 방법 안내를 보고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피트니스 교본처럼 구체적인 운동 방법을 그림과 함께 다양하게 제시하였다. 


운동을 하면 몸에도 좋고 뇌에도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권위있는 연구 결과가 없더라도, 그냥 살아가다보면 본능적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러가지 측면에서 운동이 뇌에 좋다는 것을 주장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이 책의 첫 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누구나 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운동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인생의 결정적인 시기에 반드시 거쳐가는 곳, 삶의 한 부분임과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학교에서의 운동 습관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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