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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Oct 07. 2024

메이저리그, 진심의 기록

야구라는 문화 속 감동적인 순간들, 그 이면의 이야기까지

대한민국 아재들이 모여서 라떼는 말이야를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야구 이야기다. 야구 이야기는 고교야구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대를 살아왔던 70~80대 할배들까지 함께할 수 있는 주제다. 대한민국 격동의 근현대사와 함께 만들어진 우리나라만의 야구 문화는 그 자체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참 많다. KBO리그는 마침내 2024년 1000만 관중, 경기당 평균 관중 1만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 속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야구. 이 책은 바로 그 야구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는 스포츠 전문 기자다. 20여년 간 야구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들, 궁금한 부분들이 있으면 나름대로 더 공부하여 알게 된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선을 지킨다.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전문가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저자는 기록을 이야기할 때는 그 기록이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중요한 인물을 이야기할 때는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400쪽 가까운 책의 엄청난 텍스트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을 정도다. 호프집에서 재미있게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동네 형의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이 책의 구성 방법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잘 모르지만 KBO 리그의 역사는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함께 야구 이야기를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우리나라 선수들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선수들을 보며 감동과 위로를 받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대상과 정서를 그대로 떠올릴 수 있게 해 주었다. 


다른 메이저리그 책과 이 책이 다른 특별한 점은 또 있다. 이 책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위대한 선수들의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지독하게도 운이 없던 선수의 이야기, 특정 팀의 징크스, 마음 고생한 팬들의 역사, 야구 경기장에 얽힌 이야기 등 야구 문화의 모든 면을 다양하게 다룬다. 성공의 역사 뿐만아니라 실패의 역사 아쉬움의 역사까지 함께 해주는 방식이 참 좋게 느껴졌다. 사람의 냄새가 나는 책이랄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내용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추억과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할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잠실야구장에서 봤던 해태 타이거즈 경기가 떠올랐다. TV 중계로 봤던 한국시리즈에서 결승 3루타를 날리고 포효하던 이종범 선수의 슬로우비디오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국민학교 때 처음 간 야구장에서 술취한 아저씨가 목 놓아 부르던 목포의 눈물이라는 노래와 갑자기 아저씨들이 함께 외치던 김대중이라는 구호에 무서운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떠오른다. 조계현, 송유석, 문희수, 김봉연, 김성한, 한대화 등 수 많은 선수들의 경기 장면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마도 다른 독자도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젊은 야구 팬들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더라도, 그들이 즐기는 지금 이 시대의 야구 문화를 떠올리며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목차만 봐도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딱 온다.




목차


1. 묻어두었던 그들의 진심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낭만 아닌 생존’, 빅리그에서 커피 한 잔

‘모방에서 창조까지’, 빅리거의 생존과 진화

그들의 눈물로 기록한 MLB

예측 불가능한 인생 그 자체, 너클볼!

일상에서 무르익은 빅리거의 성공 비결

‘멘털 게임’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2. 진심의 깊이를 목격하다

타격 장갑의 시초를 찾다 발견한 사소한 의미

야구적 상상력의 최고봉, 애스트로돔

시간을 거스른 사나이

메이저리그의 진정성 확인 장치, 인센티브의 세계

트레이드에도 외상이 있다? ‘추후 지명 선수’

[KBO리그 이야기] 열 번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선 사나이


3. 레전드의 숨겨진 1퍼센트

배리 본즈는 왜 그때 삼진을 당했을까?

단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존재, ‘베이브 루스, 그 이상’의 오타니

신이라 불려도 좋을 사나이, 마리아노 리베라

조용한 타격 장인 에드거, 마지막에 웃다

이치로를 추억하는 또 하나의 방법

그래도, 다시 한번 재키 로빈슨


4. 시대와 진심이 빚어낸 영웅

박찬호, 장르를 개척한 영웅

‘BK’ 김병현이 말하는 그 시절 ‘낭만 야구’

투구의 근본을 묻는 ‘왼손 매덕스’ 류현진

코리안 특급이 지켜본 류현진의 진화

추신수, 20년 전 눈빛으로 각인된 야구 인생

[KBO리그 이야기] 나이 마흔에 들춰본 20년 묵은 꿈, 김강민


5.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사소한 도발

‘빠던!’ 방망이 날아갈 때마다 울려퍼지는 함성

‘봐줄 수 없는 요즘 야구?’ 진짜 야구 논쟁

게임과 현실 사이, 원조 비더레를 아십니까?

장칼로 슈어저와 개그니, 그리고 흐레호리위스

메이저리그의 선거 공학, 스프링캠프


6. 내가 애정한 시애틀 이야기

펠릭스 에르난데스, 킹인가 짐인가

트레이드 장인 디포토, 진심의 또다른 방식

시애틀의 ‘평생 유격수’ 찾기, 이번엔 될까?

[KBO리그 이야기] 스스로 만들어내 더 값진 반전 드라마, 김진성


7. 예술로 남겨진 역사의 한 장면

지금 다시 〈머니볼〉을 본다면

19번째 남자를 아십니까?

추억의 가치를 시험하다, ‘꿈의 구장 프로젝트’

‘날 미치게 하는’ 보스턴

전설이 된 숫자, ‘42’

[KBO리그 이야기] 백업 포수의 세계에서 성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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