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교사들의 대학원 & 일본 연수(파견) 이야기
서울의 훌륭한 중등 체육 교사 세 명이 책을 냈다고 들었다. 에세이라고 들었는데, 그 주된 주제가 교사들의 연수휴직 파견 경험이라고 한다. 많은 교사들이 한 번 쯤은 상상해보는 파견에 대한 이야기를, 파견을 막 다녀온 교사들의 시각에서 경험을 중심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라고 들었다. 내가 현장의 저경력 교사라고 생각하면, 경력이 많더라도 더 배우고 싶어하는 교사라고 생각하면, 아니 그냥 모든 교사라면 당연히 관심이 가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뻔할 것 같은데, 요즘 젊은 교사들이 어떻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 줄지 궁금했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세 명의 교사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청주행 5호는 대학교 학번의 끝자리 숫자가 5인 교사가 청주에 있는 한국교원대학교 석사과정 파견을 다녀온 이야기, 서울행 7호는 대학교 학번의 끝자리 숫자가 7인 교사가 서울에 있는 서울대학교 석사과정 파견을 다녀온 이야기, 일본행 8호는 대학교 학번의 끝자리 숫자가 8인 교사가 일본 문부과학성 초청 교원 연수 파견을 다녀온 이야기인 것으로 추측된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확실히 다른 세 교사의 경험과 생각을 흥미롭게 펼쳐놓았다.
청주행 5호 : 한국교원대학교
청주행 5호 교사에게도 그 순간이 찾아왔다. 주변에서 나를 더 이상 신규 교사로 여기지 않는 느낌, 그렇다고 중견 교사로서의 존중을 해주는 것도 아닌 느낌,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 앞으로도 계속 자기복제를 하면서 살아가기에는 무엇인가 양심에 찔리는 듯한 느낌 등이 복합적으로 밀려오는 순간 말이다. 지나고 보니, 이러한 고민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느낌은 교사로서의 책무성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책무성이 없다면 이런 고민을 계속할 필요없이, 교사를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으면 그만이다. 실제로 일부 교사들은 그렇게 한다. 청주행 5호 교사는 바로 이 순간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특별연수에 도전했다.
시계를 돌려 십여 년 전의 나를 생각해봤다. 무엇인가를 열심히는 하지만, 정제되어 있지 못하다는 느낌에 부끄럽기도 한 시절이었다. 무엇인가 내 속에 체계를 넣어주고 싶어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공학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방학 때마다 몇 주 동안 청주에 머물며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새로고침(refresh)'이 되었다. 무엇보다 즐거웠던 점은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인 다른 지역의 교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경험이다. 이 때의 새로고침 이후 나는 다시 동력을 얻어냈고, 하고 싶은 교육활동을 더 자신있게 할 수 있었다. 석사학위라는 형식보다는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공부하는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꼈었다. 나와 걸어온 길은 달라도 청주행 5호 교사의 석사과정 파견 도전의 동기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청주행 5호 교사는 글을 간결하고 재미있게 쓰는 재주가 있었다. 간결한 문장 안에서 유머를 잃지 않으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풀어냈다. 덕분에, 순식간에 글을 읽어냈다. 검색해보니, 브런치스토리도 운영하고 있는데, 장황하게 늘어놓는 스타일인 나와는 다르게 아주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재미있게 일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역시, 글도 계속 써야 늘고 계속 써야 캐릭터가 묻어나온다. 이 책도 대표저자로서 전체적인 기획을 주도하지 않았을까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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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행 5호 교사에게 대학원 석사과정 파견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마음껏 배우고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생활이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체육 교사들은 너무나도 많은 일들을 하느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른 교과 교사들보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더욱더 많이 하게되는 느낌이다. 체육 교사들이 자주 하는 말 중의 하나가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종목 운동을 제대로 배우고 즐기고 싶다.'는 이야기다. 수많은 논문을 읽고 자신의 논문을 쓰면서 성장하는 지적인 역량에 더해, 체육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이 대학원 파견 과정의 큰 매력 포인트인 듯하다. 문자 그대로 듣고 싶은 수업을 듣고, 하고 싶은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어찌 매력적이지 않겠는가.
청주행 5호 교사는 청주로의 출퇴근을 선택했다. 그것도 KTX라는 대중교통으로 했다. 대단한 노력이었다. 십수년 전, 나도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공학 석사과정을 계절제(교원의 방학 기간에 수업을 집중하여 운영하는 제도)로 다녔다. 사실 나는 그보다 3년 전에 체육교육 석사과정에 먼저 입학했었다. 당시에, 중부고속도로 동서울TG 바로 옆에 살고 있어 통학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입학했다. 하지만, 전일제로 매일 일과중에는 수업을 일과 후에는 모임을 계속하는 일상은 장거리 출퇴근 학생에게는 불가능한 삶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자퇴하고, 3년 후에 전공을 바꾸어 다시 입학한 이후에는 기숙사에 머물며 여유있게 공부하며 학생의 삶을 누렸다. 물론, 청주행 5호 교사 역시 총 4개 학기 중 1개 학기는 기숙사에 있었다고 한다. 어린 아이 둘의 아빠로서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겠지만, 장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어려움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다.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연수 파견에 도전하는 교사라면 이 점을 꼭 고려하고 결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한국교원대학교는 다른 종합대학교 사범대학과는 분명히 분위기가 다르다. 교수님들 역시 학문적 성취보다는 제자를 교사로 배출하는데 우선적 가치와 자부심을 두는 느낌이 강하다. 대학원 과정 역시 교사들을 석사과정 학생이라기보다는, 현장연구의 파트너로 대하며 존중하는 느낌을 받았다. 교사 둘이 모이면 결국에는 교육을 주제로 이야기하게 되어 있다는 속설이 있다. 그렇다. 전국에서 배움에 대한 동기를 가지고 모여든 교사들이 서로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청주행 5호 교사 역시 이런 경험들을 하며, 이 부분에 만족감을 느꼈다. 한국교원대학교 입장에서는 현직교사와 학부생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문화 속에서 예비교사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니, 이 과정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자신이 교사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서울행 7호 : 서울대학교
서울행 7호 교사는 내가 코로나로 세상이 완전히 변하기 시작했던 시기에, 유튜브 콘텐츠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교사다. 재미없지만, 누군가는 아주 의미있고 내실있게 수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던 바로 그 '턱걸이 수업'을 했던 교사였다. 밑도 끝도 없이 연락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막 던졌었다. 당시는 급작스러운 원격 체육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급한 시점이어서 과감하게 여기저기 막 추천을 했던 기억도 난다. 생면부지의 장학사가 전화를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러웠을 법도 한데, 편안하게 이야기를 해주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보여주어 고마웠다.
이 책에서도 그 당시의 이야기를 자신의 입장에서 풀어낸 부분이 있어 흥미로웠다.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지는 않은지, 다행스럽게도 좋게 포장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턱걸이 수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수업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당시의 일을 하고 있었다. 장학사가 된 이후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역량있는 교사를 만나고 그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을 때다. 이 내용을 보니 지난 시간들이 아주 의미없지는 않았던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FGHFGaprerQ
https://www.youtube.com/watch?v=e3GymVR7T5s
https://www.youtube.com/watch?v=xBAiYhLS1iY
https://www.youtube.com/watch?v=TnOORcmQg4g
서울행 7호 교사는 두 번째 근무하는 학교에 이르러 많은 일을 하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 아빠가 되면서 많은 소진을 느끼는 시점에 파견을 다녀왔다. 교사로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무엇인가 텅 비어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학생들에게 더 이상 나누어 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계속 나누어 주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오는 괴리감 같은 느낌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다. 무엇인가 다시 채워넣고 싶다는 생각으로 배움에 대한 재충전에 대한 동기가 생긴다. 교사들이 살아가는 모습, 생각하는 모습이 비슷하기에 교사인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교사의 연수 파견, 그 중에서도 서울대학교 석사과정 파견은 다른 학교와는 조금은 결이 다르다. 시도교육청에서 추천한다고 해도, 교사가 아닌 일반학생들과 함께 경쟁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입학 전형에 최종 합격해야 유효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잘 준비해서, 합격의 가능성이 높을 때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서울행 7호 교사가 정리해 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특별연수 파견' 대상자 선발 절차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특별연수 파견' 대상자 선발 절차의 차이, 그리고 2022년 서울대학교 석사과정 연수 파견에 합격한 교사 3명의 데이터는 다음 그림과 같다고 한다.
나 역시 과거에 그랬고 대부분의 교사가 그렇듯이, 서울행 7호 교사 역시 대학원 석사과정 파견 지원의 동기는 일종의 '새로고침(refresh)'이었다. 교사로서의 책무성을 놓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교사는 말 그대로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실현된다고 하면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된 교사의 만족도는 더 클 것이다. 서울행 7호 교사가 신이 나서 지문을 통해 풀어놓은 경험 이야기에서 그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교내 체육대회에 참여하여 학생으로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 해외 학회에 참여하여 영어로 포스터 발표를 했던 경험 등에 큰 공감이 갔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아빠로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여기저기서 표현하는 부분은 이 땅의 모든 아빠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했다. 경험하지 않았다면 하지 못했을 생각들, 과거와는 달라진 관점, 계속 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등에 대한 이야기는 석사과정 파견을 꿈꾸는 교사들의 도전을 이끌어내는 매력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일본행 8호 : 츠쿠바대학교
'일본 정부(문부과학성) 초청 교원 연수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나도 언젠가 그런 것이 있다고만 누군가에게 흘려듣기만 했지,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어디로 가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해외 근무를 꿈꾸어보기는 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역사적인 대재앙 이후로는 일본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다른 교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학교 현장에서 해외에 있는 한국국제학교의 근무를 꿈꾸는 교사는 흔히 만나보았어도, 일본 문부과학성 연수를 희망하는 교사는 만나본 기억이 없었다.
일본행 8호 교사에 따르면 '일본 정부 초청 교원(파견) 연수 프로그램'은 일본 문부과학성(우리나라의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를 주관하는 부처)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국비 외국인 유학생 제도 중 하나로, 1980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선발 대상은 교직 경력이 통산 5년 이상이며 만 25세 미만인 해외 현직 초중등 교육기관의 교원이다. 경력과 연령이라는 제한을 고려하면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교사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이 경력의 교사들이라면 두 번째 학교로 접어들은 경우가 많을테고, 인생의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 및 출산 등의 중대사를 지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혼자서 해외 파견을 다녀오겠다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는 않은 시기다. 일본행 8호 교사의 경우, 개인적인 삶은 잘 모르겠지만 '만 35세 미만'이라는 문구가 크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잡을 수 없는 기회라는 판단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준비하여 도전했다고 한다.
대상자 선발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각국의 일본 대사관에서 서류 심사 및 필기시험과 면접을 실시하여 일본 문부과학성에 대상자를 추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대한민국일본대사관과 국립국제교육원의 공지 이후 각 학교에 학년도말(12월~1월)에 공문으로 안내된다. 지원을 희망하는 교사는 학교장과 교육감의 추천을 받아야 필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은 1차 필기시험을 2월 중순 경 치른다. 필기시험을 거쳐 선발된 인원들을 대상으로 3월 초에 2차 면접이 실시된다. 문부과학성에서는 2차 전형을 거친 최종 합격자를 일본의 교원을 양성하는 국공립 대학교에 배치한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본행 8호 교사의 경험에 따른 의견은, 지원 자격을 갖추기 위한 어학시험 공부부터 제출하는 서류를 미리부터 잘 준비하여 공을 들여야한다는 것이다. 한 두 달 준비하기보다는 장기간의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선발된 교원 연수생들의 삶은 다음과 같다. 교원 연수생들은 6개월의 일본어 예비 교육을 거쳐 각 대학에서 1년간의 교육 지도를 받는다. 이 기간 동안 입학금과 수업료 등은 일본 정부에서 부담한다. 교원 연수생은 매달 143,000엔(지역에 따라 가산)을 장학금으로 지급받는다. 총 세 학기에 걸쳐 수업을 듣고 현지의 여러 학교를 참관하게 되며, 연구보고서 작성 및 발표를 위한 개인별 연구를 진행한다. 교원연수생의 복무는 휴직이 아닌 파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정상적으로 급여를 지급받는다. 일본 정부로부터 받는 장학금까지 고려하면,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된다. 35세 미만의 미혼 교사라면 큰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일본행 8호 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츠쿠바대학교'였다. 이 대학은 역사적으로 교원 양성과 체육인 양성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학교라고 한다. 나도 대학교 시절, 잘은 모르겠지만 선배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츠쿠바대학교라는 이름을 어렴풋이 접한 기억이 있다. 공부를 하러 가는 선배들이 꽤 있다고 들었던 것 같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열악한 기숙사 방와 불편한 인프라 등에서 불편함을 아주 자연스럽게 감수하고 살아가는 일본 특유의 문화를 잘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일본만의 느낌을 제대로 경험하며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볐던 경험을 아주 낭만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이었다.
일본의 체육 교원 양성 과정과 우리나라 체육 교원 양성과정을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 차이점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아주 흥미로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 초중고 학생들의 부카츠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문헌과 기사를 통해서 접했던 내용처럼 교원들의 헌신을 기반으로 유지되어 온 부카츠 시스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는 모양이다.
일본행 8호 교사 역시 위의 두 교사처럼,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는 경험만으로도 '새로고침'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다. 늘 가르치고 평가하던 입장에서 배우고 평가받는 입장으로의 전환으로 인식 구조의 재편성이 이루어졌으며, 기존 체육 수업의 방법론에 대한 고민과 함께 스스로의 교수법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매년 15명을 선발했던 인원이 9명까지 축소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현했다.
우리나라 교원 시스템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신분의 안정성을 위한 폐쇄적인 구조다. 교원의 승진은 '교사-교감-교장'이라는 아주 제한된 사람에게만 허락된 제도이며 일반적인 교사들에게는 승진 과정이나 승진 이후의 삶에 대한 매력도 거의 없다. 교직 사회에는 교사가 승진을 한다고 해도 급여가 늘어나지도 않으며 책임만 가득 늘어날 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승진이라는 제도는 대다수의 교사에게 별 의미도 관심도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다가오는 것이다.
교원의 인사제도 역시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공립학교의 경우 기본적인 원칙은 모든 학교에서 제공되는 교육의 질이 모두 동일하게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기 위하여, 교원의 순환전보제를 운영하고 있다. 공정한 인사원칙을 수립하고 모두가 동일하게 적용받게 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세분화된 인사 규정과 지침이 수립되어 있다. 교사가 장기적으로 전보를 고려해야 하니, 변화가 있을 때는 수 년 전에 예고가 되어야 하며 변화에 따른 진통도 매우 크다.
과거에는 이러한 부분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교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뒷받침해주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학교의 구성원들 모두 많이 달라졌다. 사회적으로도 교사와 다른 직업의 삶, 급여, 근무환경 등이 다양하게 비교하여 판단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요즘 젊은 층에게 교사는 그리 매력적인 직업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현직 교사들 역시 빠르게 이직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전지적 꼰대 시점일수도 있지만, 우수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와 아이들을 교육하는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교사라는 직업에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미래를 향한 비전을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교원의 대학원 석사과정 특별연수(파견)이나 일본 문부과학성 연수 등의 기회는 이러한 맥락에서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러한 기회들은 더욱더 넓게 확대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하게 된다.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교사들에게 주어지는 기회 중 대학원 석사과정 파견 등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각 시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기관에서 근무하는 파견교사 선발제도가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경우 '창의예술교육센터', '학생교육원', '특수교육지원센터', 'Wee센터' 등에서 근무하는 교사를 파견으로 선발하여 배치한다. 교육부에서도 파견교사를 선발하는 경우가 있다. 해외에 있는 한국국제학교에 고용휴직으로 취업하는 길도 있다. 이러한 기회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교사들이 생각보다 많다. 행정업무에 대한 거부감으로 공문을 그냥 넘기기보다는, 혹시 나에게도 해당하는 내용이 없는지 공람된 공문을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기를 추천한다.
책을 다 읽은 후, 나도 한 권의 책으로 내 삶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까지는 아니어도 교사로서의 삶이나 장학사로서의 경험이나 교육청 이야기 등을 온라인 공간이 아닌 책으로 정리하면 뿌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하는. 아마도 이 책을 쓴 저자들이 바란 점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제한된 교사들만 경험할 수 있는 기회지만, 당신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다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 그 곳에서의 생활이 실제로는 어떤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 방식으로 그들의 결정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아마도, 막연하게 궁금했던 점들을 직접 내부자가 되어 본 사람이 된 이후에 썰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독자인 내가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 맞다면, 이 책의 저자들은 목적을 달성한 뿌듯함이 느껴질 것이다. 더 많은 더 좋은 교사들이 더 많은 새로고침의 기회를 경험하거나 직접 만들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