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의 일반적인 상식과 고정관념 되짚어 보기
긴 머리를 묶고 안경을 쓴 빅데이터 전문가. 이 책의 저자 '송길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저자는 내가 기억하는 자신의 이미지가, 저다 스스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하기 쉽게, 일반적인 중년 남성의 모습과는 차별화되는 스타일로 설정했다는 이야기였다. 십여 년 전 쯤부터인가 빅데이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유명인사가 된 그였다. TV와 언론, 강연 등에서 몇 번 봤을 뿐인 나같은 사람도, '빅데이터 전문가 그 사람'으로 딱 떠오르게 되었으니 그의 전략은 대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자신의 직업을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욕망을 바라보는 일'로 표현했다. 단순히 기업의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사람들의 삶을 분석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해 보는 과정을 통해 저자 본인,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의 마음을 캐내는 일'로 자신의 직업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낭만이 느껴졌다. 나도 내가 하는 일의 진정한 전문가로 자각하며, 자신있고 멋진 표현으로 자기소개를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섣부른 상상은 위험합니다. 이때는 가설 자체를 없애고 관찰해야 진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기도 하겠죠. 그래도 그것이 진실인데 어쩌겠습니까. 오히려 탐색하는 자세로 관찰한 덕분에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다양한 사례를 관통하는 문장은 '상식을 확신하지 말라'는 것으로 읽혔다. 좋은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릴만한 제품을 만들어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증명되었다는 이야기는 나같은 공무원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생각이었다. 젊은 싱글들의 삶을 아저씨들의 시각이 아닌,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해해야 기업이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팔 수 있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혼자 사는 젊은 세대가 특별한 기능도 없는 '스메그(smeg)' 냉장고를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많은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다는 사례와 젊은 싱글이라고 작은 세탁기를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 등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사실들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사람들이 사물을 이야기할 때 누군가는 사람을 보고(어떤 사람은 기계를 보고 어떤 사람은 사람을 본다.), 누군가는 그 사람을 보는 다른 사람들까지 봅니다. 이 셋 중 누가 승자가 될지는 자명하지 않나요? 상대방이 하나의 대상을 이야기할 때, 여러분은 그 대상이 포함된 층(layer)까지 이야기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습니다. 상대가 A를 이야기할 때 A보다 큰 알파를 말해야 해법이 보입니다.
저자는 맥북과 아이폰을 쓴다. 지금까지 편하게 써 왔고, 이 것이 익숙해서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 같다고 했다. 정확하게 나도 그렇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조금 더 빠른 경쟁 기기가 나왔다고 하여, 불편함을 감수하며 익숙했던 십수 년의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라는 회사가 단순히 기능 좋은 휴대전화를 판마해는 것이 아니라 '맥북-아이폰-아이패드-아이클라우드' 등으로 이어지는 맥북의 생태계 안에 사람들의 삶을 묶어놓고 돈을 지불하게 한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되었다. 똑같은 커피를 팔아도 커피를 마시는 공간의 경험을 통해 가치는 달라진다며,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사람들이 느끼게 해야 한다는 맥락의 이야기였다.
업을 정할 때는 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 그 조건은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그 일이 사회적으로 유용한가, 두 번째는 내가 잘할 수 있는가, 세 번째는 남이 할 수 없는 일인가입니다.
전문성에 대한 이야기는 비지니스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직업보다는 취업에 관심이 많은 세대들에게 꼰대 아저씨같은 설교를 늘어놓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멋진 어른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의 진정한 전문가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떤 사물이 절댓값을 가진 게 아닙니다. ‘맥락(context)’에 따라 그 의미는 얼마든지 달라집니다. (중략) 맥락은 주체와 객체와 환경의 합입니다. 맥락을 알 수 있으면 현상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고, 유의미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중략) 통찰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될수록, 데이터를 보는 사람의 역량이 더욱 각광받을 것입니다.
회사와 멀리 사는 사람, 집은 멀지 않아도 통근 수단이 애매한 사람, 조직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5개 이상의 SNS에 가입한 사람, 질문이 많은 사람,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람 등이 회사를 그만 둘 가능성이 높다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같은 회사 안의 사람들도 자신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대책을 내 놓는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인사팀 담당자는 이런 사람들을 뽑지 않을 방법을 연구하지만, 기업의 오너는 이런 사람들도 다니고 싶은 회사가 될 수 있도록 기숙사 건축 또는 통근버스 운영을 지시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빅데이터가 항상 정답이거나 만능 열쇠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찰은 인간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천객만래(千客萬來)’를 추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중국음식점에 가면 자주 보이는 이 글귀는 1000명의 고객이 만 번 오면 망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상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면 천객만래가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의 팬이 1000명만 있어도 먹고 삽니다. 그들이 만 번 오니까요.
저자는 비지니스 관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새롭게 구입할 사람을 무조건 확대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이 상품을 구입해 본 사람이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험이라고 하였다. 한 번 사고 말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말고, 감동을 받고 계속 비용을 지불할 사람들을 만들어내야 비지니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란 결국 가치를 만드는 것이고, 가치를 만들려면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고민해야 합니다. 애정이 있으면 고민하게 되고, 고민하면 이해하고, 이해하면 배려할 수 있습니다. 배려를 받은 사람은 만족할 것이고, 만족하면 사랑하게 됩니다. 20여 년 동안 일하며 제가 깨달은 가치의 선순환은 이것입니다.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때로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공감을 얻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울림을 주시도 한다. 객관적 사실을 통찰력있게 바라보는 능력을 누구나 가질 수는 없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책도 많이 보고, 배려하는 마음을 일부러라도 가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삼십년 후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