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소설 소모임에서 제출한 소설

by 김서

다시 돌아온, 세상에서 가장 바쁜 월요일이다. 오늘은 이런 바쁜 상황을 대신 커버해 줄 신규가 들어온다. 내가 면접을 통해 뽑기로 결정한 친구라 사실 첫 만남은 아니지만, 그 잠깐의 시간으로 완전한 구면이 되는 건 아니니까. 바쁜 와중에도 괜히 거울을 보면서 아침에 그렸던 눈 주변 아이라인과 입술색을 확인한다. 절대 호락호락하게 보이지 않아야지.


“영업팀 여러분, 오늘 입사한 인턴 이서현님이에요. 자리는 여기예요, 서현님.”

“안녕하세요.”


인사가 짧네? 그래, 여기가 첫 회사라 경우가 없을 수 있지. 나는 마음이 넓으니까 봐주기로 했다. 입사자를 데려온 인사팀 직원은 나에게 그 친구를 인계했다. 나는 순리대로 그 친구를 데리고 우리 팀 한 명씩 인사 시켰다.


“이 분은 가구 파트 진욱님이고, 인사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리고 이 분은 우리 파트장님 수진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서현님.”


내가 입사할 때는 보여준 적이 없는 미소를 짓는 파트장이 오늘따라 더 재수없다. 나는 사실 이 친구를 보류했으나 파트장은 애가 성실할 것 같다는 의견으로 이 친구를 전적으로 밀어붙였다. 당신의 선택이 어디까지 옳은지 한번 지켜보려고.


우리 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나니 1시간이 흘렀다. 그 친구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사내 메시지

를 전송했다.


[서현님, 5분 뒤에 온보딩 시작할게요.]


바로 인수인계 할 생각은 없다. 업무야 같은 동료 인턴 애가 알려주면 되니까. 내가 하고 싶은 온보딩은 그냥 꿀팁이랄까? 얘도 알아두면 나중에 고마워할걸?


”서현님, 여기 오기 전에 사회생활 해본 적 있어요?”

”아, 저… 직전에 미국 인턴 다녀왔습니다.”

”아, 그래요…”


본인 해외 다녀왔다고 뜬금없이 어필하는 건가? 밥맛 없네. 여기는 한국인데 그게 왜 필요하지? 바로 노트북 모니터에 메모를 작성했다.


[미국 인턴 다녀옴. 사실상 무경력.]


“여기는 님 문화이고 자유롭긴 한데, 그래도 학교는 아니니까 조심해야 할 게 많아요.”

“…네.”

“궁금한 거 있으면 초반에 제때 물어보고 문제 발생했을 땐 꼭 공유해줘요.”

”네.”


골똘히 표정을 살펴보는 데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런 애들이 더 무서운 건데. 큰일이네. 어쩔 수 없지. 내가 잘 해봐야지. 사람 한 명 만드느라 힘들겠군.


“그럼 우리 팀에서 만나서 반가워요. 잘 해봐요.”


그리고 사람 좋은 웃음도 함께 곁들었다.




점심 시간이 돌아왔다. 오늘은 막내도 들어왔고 우리 파트끼리 법카로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늘 그렇듯 파트장님을 모시고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그런 사이에도 신입이 잘 따라오고 있는 지 뒤에서 슬쩍 확인했다. 열심히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었다. 오케이, 확인 완료.


“나 주말에 릴스 보다가 재밌는 거 봤는데.”

”뭔데요, 파트장님?”

”아니 나연님은 일 못 하는데 착한 후배가 좋아, 일은 잘하는 데 싸가지 없는 후배가 나아?”

”그래도 일을 잘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지? 나연님, 생각도 그렇지?”


당연한 거 아닌가? 일 잘하는 게 중요하지. 슬쩍 오늘 들어온 신입을 살펴보니 못 들은 척 하고 있다. 귀가 있으면 들었겠지. 서현님, 회사는 일이 참 중요해요.


“나연님은 일은 잘하는 데 성격도 좋은 것 같아.”

”아, 또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죠.”

”칭찬하니까 되게 좋아하네.”

”하하하…”


파트장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긁지? 신규 입사자 와서 들떴네.




점심 이후에 오후 업무가 시작됐다. 점점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다른 인턴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돌아온 서현님이 보인다.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을 확인하고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인수인계를 담당한 인턴 애한테 바로 전송했다.


[윤정아, 서현이는 업무 잘 알아듣니?]

[아, 네. 시스템이 복잡해서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는데 그래도 잘 이해하세요.]

[너가 많이 도와줘. 바로 업무 시작하려면 빨리 알려줘야 할듯.]

[넵, 알겠습니다.]


나처럼 사려 깊은 선배가 있을까? 내가 생각해도 오늘 선임으로서 하루는 만족스럽다. 빨리 업무를 익혀야 내 업무들도 어시할 수 있을텐데 그날까지 참기가 너무 힘들다. 왜냐? 업무가 말도 안되게 많으니까. 오늘 인수인계도 끝났으니 자리에 찾아가서 한 마디 하려고 했는 데 파트장이 인턴 자리로 걸어간다. 왜지? 오늘 한가한가?


“서현님, 오늘 인수인계 잘 받았어요?”

“아, 네. 윤정님이 잘 알려주셨어요.”

”시스템이 복잡해서 벅찰 수도 있는 데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분히 배워요.”

”네. 알겠습니다.”


파트장 왜 이렇게 나대지? 어이가 없네.


“오늘은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일찍 들어가봐요. 원래 입사 첫 날은 빨리 집에 가는거야.”

”정말요?”

”응, 내일부터 열심히 해보자고.”

”그럼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얼씨구? 조기 퇴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지만 불평을 할 수 없었다. 말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정리하는 인턴이 보인다. 내 자리까지 오지 않고 우리 팀 방향으로 꾸벅 인사한다. 나는 퇴근하는 뒷모습을 벙 찐 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너는 내일부터 두고 보자.




조기 퇴근한 서현은 홀로 엘레베이터를 타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싸, 퇴근이다. 집에 가서 첫 출근 기념으로 떡볶이 시켜먹어야지.’


오늘이 오기까지 걱정하며 출근했던 서현은 드디어 긴장이 와르르 풀렸다. 첫 출근 후기는 상사들도 매우 다정하고 팀 분위기도 좋다. 그리고 설명 들은 업무들은 재밌을 것 같았다.


특히 바쁘신데도 따로 시간내서 조언해주셨던 나연님이 인상 깊다. 하루 종일 부족한 나의 모습을 살펴봐 주시고 눈 마주칠 때마다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수습 기간이 끝나면 선물 꼭 사드려야지.


신나는 퇴근길 인파에 합류하며 서현은 에어팟을 꽂고 노래를 선곡했다.

첫 출근하고 꼭 듣고 싶은 노래였다.


[Britney Spears - Work B**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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