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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Dec 12. 2023

돈을 내고 글쓰기를 한다고?

근력운동 말고 글.력.운동



초록 회사의 블로그를 소소한 기록을 하느라고 사용하고 있다. 요즘은 그곳에 나의 꿈 일기를 작성하고 있다. 비록 내 블로그는 보여줄 글이 없더라도 읽을거리가 풍부한 블로그를 발견하면 이웃을 맺는다. 최근에 이웃 중 한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블로그에는 "글쓰기는 근육 운동처럼 매일 꾸준하게 쓰는 것이 필력을 상승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써 있었다. 한마디로 글쓰기의 왕도는 그만두지 않고 계속 쓰는 것이라는 말이다. 블로거 본인도 브런치 작가이고 글쓰기 블로그를 운영하며 브런치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글쓰기를 많이 도왔다고 했다.     

  

하지만 블로거 본인도 자기의 브런치에 소원해진 지 꽤 되어서 다시 글을 써볼까 한단다. 블로거는 이미 브런치 작가이지만 숨을 거두어 가는 브런치에 심폐소생을 하고 싶은 사람, 브런치 작가가 아니어도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한두 달 단위로 모집하는 여타 카페의 필사 모임과 다르게 장기 계획인 1년간 함께 글을 쓸 사람을 찾고 있다.     

 

글을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나도 동참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곧바로 돈 냄새가 올라왔다. 구체적으로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까지는 적지 않겠다. 글을 쓰는 데 돈을 낸다고? 물론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부터의 글감 제공이나 함께 참여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도움을 받기는 할 것이다. 돈을 내고 글을 쓴다는 것에 회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내 안에서 영국의 의회처럼 손을 번쩍 들고 누군가가 일어났다.   


   

당신은 지금 근력을 키우겠다고 돈을 들여 PT를 다니고 있지 않소? 
유튜브에 차고 넘치는 게 근력 운동 영상이고 유산소 운동 영상이요.
당신 집에는 덤벨도 있고 스텝박스도 있는데 그건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왜 남의 주머니에 돈을 찔러 넣어가며 운동을 다니고 있는 것이오?



납득이 간다. 맞는 말이다. 내가 혼자 집에서 운동을 하자고 하면 못할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몸이 어찌 된 일인지 돈을 지불해야 출발하는 버스와 같다. 꼭 누군가에게 돈을 쥐어 줘야 운동을 하니, 글쓰기를 하기 위해 돈을 좀 내는 것이 뭐 어떤가 하는 생각으로 태세가 급변했다.   


PT는 근육을 위한 근력운동을 담당하고 작가의 블로그에서는 글쓰기를 위한 글.력.운동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니 이치에 맞았다. 그렇다고 지금 돈을 내고 글쓰기에 가담할 생각은 없다. 아직은 자체적으로 글 공장을 돌릴 자본금이 남아 있고 자재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글쓰기도 매너리즘에 빠지면 

구원투수의 도움이 필요한 날이 언제고 올 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서 몇 번이고 도전했다가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결국 포기했다는 사람들의 탄식을 여기저기에서 접한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어도 유지가 그렇게 쉽지는 않은가 보다. 내용도 좋고 그림도 예쁜 어떤 글을 브런치에서 찾았는데 딱 3개의 글만 2020년 이전의 날짜로 박제되어 있었다.   


글쓰기도 글.력.운동 뿐만 아니라 독자의 눈 마사지도 꾸준히 받아야 하나보다. 방송인이 카메라 마사지를 계속 받으면 얼굴이 점점 더 예쁘게 변한다고 한다. 폼롤러로 다리를 수시로 문질러 주면 다리 선이 예뻐진다는데 나는 꼭 예뻐지기 직전까지만 문지르는 듯하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돈을 내고 글 쓰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사람이 얼마나 감사함을 쉽게 내팽개치는지도 알게 되었다.      


작가 지망생 친구에게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했다. 첫 번 째는 공개적으로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음이 상하는 단점이 있다. 두 번 째는 조리 있게 글 쓰는 법을 배울 수 있지만 강사의 글쓰기 방식 틀에 갇혀버릴 위험성도 있다고 했다.       


홈트를 한다는 것은 운동 센터를 가는 것과는 다른 부지런함과 저 세상 집중력을 장착해야 한다. 집에서 운동을 하려고 하면 완벽하게 모든 세트를 끝내기가 쉽지 않다. 집에 택배가 오기도 하고 카톡도 울리고 전화도 온다. 플랭크를 하려고 엎드렸다가 소파 아래의 무수히 많은 머리카락들과 눈이 마주친다. 갑자기 진공청소기를 들고 와 운동에서 청소로 장르가 전환된다. 무엇보다 움직임의 갯수나 시간과의 타협에 무력한 것이 문제이다. 


그런 산만함과 자기타협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돈을 내고 운동센터에 다닌다. 돈을 내고 글쓰기를 하거나 방법을 배우는 것은 집중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글쓰기 집중 택스’라고 부르면 좋을 듯하다. 나는 그 블로거와 아무런 친분도 없다. 하지만 혼자서 글쓰기가 잘 안 되는 때가 오면 그런 기회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프란츠 베르펠은 말했다. 


갈증은 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


글을 쓰고 싶은 갈망은 글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  

                 





표지 그림 : The Tribuna of the Uffizi (1772-78); Zoffany, Joh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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