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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Jan 14. 2024

비교 칭찬

순수하지 못한, 뒤가 구린, 의도가 수상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받은 고래가 신나게 춤을 추다가 멈칫할 칭찬이 있으니, 바로 비교 칭찬이다.     

 

SNS가 빠르게 발전하고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말이 일상 용어가 되었다. 누가 봐도 빼어난 외모, 영 앤 리치, 명문 스펙을 자랑하는 SNS를 보고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비교를 통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몇 개 있다.      


NO failure, only feedback.      


위기는 기회다.      


그리고,      


비교는 남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하는 것이다.     



나 역시 예전에는 남과 비교를 참 많이 했다. 하차감 좋은 차 타는 사람, 다리 날씬한 사람, 예쁜 데다가 지적인 사람, 비싼 가방 많은 사람들을 보며 괜히 내가 초라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자존감이 참 낮았던 시절이다.


지금은 마음이 많이 성장한 만큼 반비례로 남과 비교를 안 하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탈을 한 건 아니라 종종 허탈해진다. 

      

살다 보면 스스로가 남과 비교를 하지 않아도 남이 나와 제삼자를 비교해 주는 일이 생긴다. 

     

나의 프랑스인 친구 샬럿은 매운 음식을 정말 못 먹는다. 특히 고추,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아예 못 먹는다고 보면 된다. 한국의 어린이집에 나오는 깍두기나 김치도 못 먹을 정도이다. 나는 종종 그 친구를 식탁에서 이용했다.      


나의 아들이 매운 것을 먹도록 장려종용하기 위해서였다. 아이가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선택 가능한 메뉴의 폭이 넓어진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조금만 매운 걸 먹어도 샬럿과 ‘비교 칭찬’을 했다.  

    

-샬럿은 이거 못 먹을 텐데 너는 먹을 수 있네~~ 대단하다~~   


나의 말에 아이는 승리감에 도취된다. 매콤함에 콧구멍을 벌렁거리면서도 꾹 참고 먹는다. 몇 번 이런 전략을 쓰다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자각이 들었다. 아이가 잘 먹으면 잘 먹는 대로 많이 컸다고 해주면 될 일이다. 굳이 샬럿을 우리 집 식탁에서 의문의 1패를 당하게 할 필요는 없다.    

  

어떤 글을 읽었다. 누군가의 글을 칭찬 하는 글이었다. 칭찬의 주된 내용은 '글의 구성이 좋았다,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했기에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였다.     


그런데 글쓴이는 그 칭찬을 하기 위해 또 다른 글을 도마 위에 올렸다. 다른 글은 너무 어려운 말이 많고, 인용구를 늘어놓은 것에 불과한데 ‘그런 글에 비해’ 잘 썼다고 칭찬을 한 것이다. 마음에 든 글을 칭찬 하기 위한 것인지 다른 글을 돌려 까기 위한 것인지 의도가 불순해 보였다. (둘 다)

     

우리는 이러한 비교 칭찬을 일상에서 쉽게 접한다. 한번 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네가 형/동생 보다 낫다”, “네 엄마보다 낫다”, “아빠 보다 네가 잘하네” 


이런 식의 비교 칭찬은 부작용이 있다. 칭찬을 듣는 사람이 순수하게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아닌 비교를 통한 ‘우월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종류의 ‘비교 칭찬’은 나르시시스트가 사람을 조종할 때 잘 사용한다고 한다. 옛 애인과의 비교나 다른 직장 동료와의 비교 등을 통해서이다.     

 

전에 만나던 사람은 너무 연락을 자주 해서 피곤했는데, 너는 안 그래서 좋아.


김 대리는 보고서 작성 시키면 진짜 오래 걸리던데, 이 대리는 빨리 해줘서 너무 좋다.   

   

비교 칭찬을 들은 사람은 비교 대상보다 자신이 더 낫다는 우월감을 느낀다. 이와 동시에 칭찬을 해 준 사람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반복해서 듣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충성심이 생긴다.   


상대를 통제하기 위한 아주 교묘한 전략이다. 우리 주위에 비교 칭찬을 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꼭 나르시시스트가 아니어도 자기도 모르게 비교 칭찬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내가 매운 음식 못 먹는 샬럿을 애꿎게 식탁 위로 불러들인 것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을 깎아 내리며 나를 칭찬 하면, 인정을 받으면서도 순수하게 기쁘지 않다. 비교 칭찬은 뒤가 구리다. 의도가 수상하다. 누군가를 칭찬하고 싶으면 있는 그대로 내가 감명 받은 사실을 말하면 된다. 

순.수.하.게.





표지그림 : Édouard Manet - <Laundry (Le Linge)>, 1875


<그림을 글에 대입해 봅니다>

-우리 딸 언니 보다 잘 하네~ (X)

-우리 딸 많이 커서 엄마도 도와줄 수 있네~(o)


*참고 자료

<비교칭찬을 통해 연인을 조종하다>, 블로그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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