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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Apr 06. 2024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

차라리 독박육아가 나을 때


2010년에 결혼식을 올리고 2024년이 된 지금, 남편과 함께 산 날 보다 함께 살지 않은 날이 두 배의 날을 넘어가고 있다.     

 

외국 생활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더러 만난다. 더불어 남편이 같이 안 사는 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 사람만 부러워한 것은 아니고 일본 사람 중에도 있었다. 남편이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라 장기간 집을 비울 때 가장 편하다고 했다.      


그에 비해 남편들은 그다지 외국 생활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꾸준히 일궈 놓은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바꾼 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와서 알게 된 한 엄마와 몇 년 전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다. 이민 가족으로 남편과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나의 아들이 이제 곧 사춘기도 올 텐데 아빠가 없으면 엄마 혼자 어떻게 감당을 하냐고 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얼마 전에 나를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난 자기가 너무 부러워. 나도 자기처럼 애 아빠 없이 혼자 애들만 키우고 싶어!!”      


몇 년 전에는 맞았고 지금은 아니게 되었다. 


그녀의 입에서 실타래 풀리듯 흘러나온 말들은 좀 놀라웠다. 어쩜 그렇게 나의 과거의 부친과 비슷한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이미 내가 겪을 만큼 겪었고 엄마에게 들을 만큼 들었던 이야기들을 전혀 관계가 없는 타인에게서 듣고 있자니 나도 심경이 복잡해졌다.     

 

육아관이 완벽하게 맞는 부부가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라온 환경이 모두 다르고 그 부모들이 자라온 환경도 다르니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육아방식의 조합이 존재할 것이다.   

   

그녀가 말한 남편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풀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몇 가지 핵심적인 상태를 전하자면 다음과 같다.      


-마음에 안 드는 자녀 투명인간 취급하기

-이중구속 메시지 전하기

-표적 갈굼(가족 구성원 중 그날 걸린 한 명을 종일 잡음)

-자기 정도면 괜찮은 아빠라고 스스로 여김

-아이랑 잘 놀다가 갑자기 화내고 혼냄    

 

나의 외국 생활을 부러워한 여성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한 가지이다. 남편이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나르시시스트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였다.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후로 아빠들도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한다. 요즘 아빠들은 육아에 적극적이고 자녀들의 정서에도 관심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부모가 많다. 캐나다 지인의 남편과 같은 사람은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하고 그는 자신의 상태를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    

  

비단 아빠뿐 아니라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부모는 ‘가해자’라는 말을 어디에선가 보았다. 그렇게 남편을 비난하던 그녀도 내가 보기에는 아이들에게 충분하리만큼 상처를 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자기 객관화’가 아닐까 싶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고생이 많아, 

나도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너무 잘 알아.

대학 등록금을 보태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도,

아이들이 자라면 꼭 심리상담받을 수 있게 

적금을 하나 들어둬. 


부모들은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잘하려고 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표지그림 : Nicolas Party, <Still Lif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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