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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Apr 08. 2024

결정하는 감정

감정 1


인간관계에서 인연을 지속할지 파기할지 결정해야 할 때가 있다. 결정에 지대한 작용을 하는 것은 상대와의 상호작용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상대에게 번번이 마음이 상할 때 우리는 손절을 결심한다. 그렇게 하나 둘 손절해나가다 보니 주변에 남는 사람이 별로 없어졌다. 


아침에 상한 감정 때문에 다음날 까지 속이 끓을 때가 있다. 하루면 다행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감정 창고에 몇 년이고 케케묵은 불쾌한 감정들이 쌓여있다. 


어떻게 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 조절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내 지나간 삶의 후회스러운 대처들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감정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이 있다.     

 

교사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에세이를 평가하게 했다. A 그룹은 에세이를 읽기 전에 긍정적인 추억을 회상하게 했고, B 그룹은 불쾌했던 기억에 대한 부정적 회상을 하게 했다.      


같은 에세이를 읽었음에도 긍정적 회상을 했던 A 그룹에서는 만점이 다수 나왔고, 부정적 회상을 한 B그룹에서는 점수가 야박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성적인 사람이 감정적인 사람 보다 더 유능하고 우위에 있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이성적인 사람은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정확한 결정을 내린다고 믿는다. 그에 비해 감정적인 사람은 감정에 휘둘려 후회하는 결정을 내릴 거라 생각한다.      


이와 같은 생각은 현대 사회가 되어 형성된 것이 아니다. 고대 철학자들도 이성은 지혜로, 비 이성에 속하는 감정은 욕망이라는 이항대립적인 구조로 보았다.      


하지만 오늘날 뇌신경연구를 통해 이성이 정상이어도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손상되면 의사 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감정은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느낌 또한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자동차 영업소에서 차 문의 손잡이를 따뜻하게 했을 때와 차갑게 두었을 때, 시승을 한 고객이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따뜻한 손잡이를 잡았을 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감정은 정서와도 일맥상통하는 말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대해 인지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감정을 포함한 느낌은 지금 이 순간 경험하는 일에 대한 순간적인 반응이다.      


다마지오의 <느낌의 발견>에서는 정서를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정서는 우리가 생존을 위해 갖춘 생물 조절 장치 중 일부다...... 정서의 생물학적 기능은 유도 상황에 대한 특정한 반응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서는 유기체에게 생존 중심의 행동을 자동적으로 제공한다...... 의식은 느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고 과정에 정서가 침투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므로 사고 과정에서 감정은 어떤 행동을 취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처음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처럼 부정적 감정은 부정적 피드백을 낳는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이 고착화가 되면 역기능적 고통을 경험하게 되고 부정적인 결정을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몇 가지 질문들이 떠오른다. 

  

오늘도 나의 마음을 흙탕물로 만든 상대를 어떻게 처치할까?      


이런 끓어오르는 우리의 감정은 조절이 가능할까? 


지금 올라오는 이 화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관점의 전환으로 진정시키는 일이 가능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감정을 잘 사용하는 기술을 터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고 상당한 노력과 연습을 해야 하며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만큼 자기의 감정에 대한 관심이 뒷받침 되어주어야 한다.      


<감정 2> 에서 계속......


 


표지그림 : Mercedes Lagunas, <Flower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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