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이 식습관을 결정한다
브런치에서 '48kg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한 글을 읽었다. 키에 비해 48kg는 정말 마른 몸이다.
이 작가님이 저체중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신적인 영역의 보호였다. 감정과 기분 그리고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음식을 통제하여 마른 몸을 유지하고, 스스로의 몸을 온전히 느낄 때 깨어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속이 비고 허기가 질 때 더 영민해지고 예리해진다는 작가님의 글을 읽고 한 친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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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중 하나가 얼마 전 카톡을 하는데 자기 자랑 좀 하겠다고 한다. 실컷 해 보라고 판을 깔아줬다. 최근 친구가 운동 센터에서 인바디를 받았다. '근육량이 많고, 체지방이 적고 어쩌고' 하며 PT 선생님이 이 나이에 이런 바디 구성이면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을 했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내 친구는 몸매 관리에 진심이다. 식탐이 많은 편이 아니기도 하지만 친구에게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맛있는 걸 먹는 거보다
예쁜 옷을 입는 게 더 좋아
이런 뚜렷한 가치관을 가진 친구는 같이 점심을 먹을 때에도 탄수화물 파티를 피했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와 즉석떡볶이에 라면사리를 추가해서 먹은 기억이 없다. 친구는 주로 샐러드를 먹었고, 탄수화물을 먹게 되면 절식을 했다. 물론 아이스크림 같은 고지방 디저트는 거들떠도 안 봤다.
어느 날 내가 말레이시아의 한 쇼핑몰에서 서브웨이의 샐러드를 먹다가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렇게 남의 나라에서 혼자 풀을 아구아구 먹고 있으니 '말레이시아산 소'라도 된 기분이야.
그래? 난 가볍게 먹고 살짝 배고플 때 날씬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던데.
펫토크 Fat Talk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제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펫토크를 하게 된다. 이제는 단순히 몸매 관리나 다이어트를 주제로 하는 펫토크가 아닌 건강관리 차원에서의 펫토크가 되었다. 건강한 몸이란 지방과 당분에 크게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분명히 나도 약간 배가 고픈 상태에서의 가벼움, 날렵함, 속이 부대끼지 않는 편안함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 아닌 '뇌가 고파서 먹는' 형태의 섭식이 많았다.
술을 마실 때는 안주를 든든히, 숙취를 해소할 때는 떡볶이, 피자 같은 고칼로리 음식이 최고였다. 술을 끊고 나니 갈망을 잠재우기 위해 배를 든든히 해야 했으므로 머슴밥을 먹었고, 교차중독으로 쿠키와 비스킷을 탐닉하게 되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내 몸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했다. 본격적으로 중년의 여성 대열에 합류하는 대혁명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몸의 변화에 대한 걱정이 되어서인지, 기말고사의 압박 때문인지, 여름 방학의 계획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입맛이 많이 줄어들었다. 매일같이 먹던 무차별적으로 달콤한 놈들 앞에서 주저하는 나의 모습이 보인다.
단일 요인은 아니고 복합요인일 것이다. 안 그래도 내가 먹는 것이 정말 에너지가 필요해서 먹는 것인지 쾌락을 위해서 먹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던 참에 잘 되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답은 뻔하다 - 즉각적인 쾌락 충족)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몸뿐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자연의 섭리나 특정한 병은 내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대한 통제는 오로지 나의 몫인 것이 맞다.
사람이 행동하고 행위하는 것의 근간에는 결국 그의 가치관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내 친구의 가치관과 반대로 '예쁜 옷보다는 배가 가득 찬 포만감이 더 큰 행복을 준다'라고 믿는 사람은 더 많이 먹을 것이다.
지금 세상은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닌 먹기 위해 사는 분위기이다. 먹는 즐거움은 인생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건강한 삶의 바탕에는 결국 '건강하게 살기 위해' 먹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어떻게 먹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명상록에서......
너를 괴롭히고 고통을 안겨주는 것들 중에서 많은 것들은 전적으로 너 자신의 판단에 기인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너는 그런 불필요한 괴로움이나 고통을 스스로 제거할 수 있다. -명상록
표지그림 : Leah Gardner, <Iridescent>
<48kg을 유지하는 이유>
https://brunch.co.kr/@candlea/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