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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Jul 24. 2023

금쪽같은 내 중독가족 1

가족의 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나는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살았기에 가족들은 나의 술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특히나 남편은 내가 그렇게까지 술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지금도 모른다.


 내가 한국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해 본다. 남편이 옆에 있으니 진작에 술을 조절을 했을까? 아니면 반대로 오히려 더 나빠져서 병원에 입원을 했을까?


 술을 끊자는 목적의 카페는 '나는 알콜중독자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독자가 주로 가입하는 카페 외에 중독자의 가족들이 주로 모이는 카페도 있다.


 나는 카페에 알코올 중독과 관련된 다양한 조사를 해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5월 가족의 달을 맞이하여 중독자의 가족들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가족 카페에 가입을 했다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단주 카페에서 중독자들은 어떻게든 회복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활동을 한다. 회원들과 글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 사람들이 정말 중독자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멀쩡하고 유머감각도 풍부하다.


 하지만 가족들이 모인 카페에서 느낀 온도차이는 내가 있는 곳과는 정 반대였다. 마치 적도와 남극의 차이 정도였다. 가족들은 모두 분노하고 있었다. 중독자들끼리 카페에서 희희낙락 댄다는 비난의 글도 보았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서로 응원을 하는 것뿐이었는데 가족들이 당한 피해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된 것인가 하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중독자일 때 이는 한 가정의 비극이자 극비사항이 된다. 중독의 문제는 중독이 된 본인의 문제를 넘어서 자신이 속한 가정을 파괴시키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다.


 배우자, 부모, 형제, 자녀와 같은 0촌이나 혈연관계인 중독자의 존재는 내칠 수도 없고 품자니 내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고통을 일으킨다. 가족들은 어떻게든 중독 이전의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옆에 붙어서 감시하기, 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기, 끝없이 약속과 다짐을 받아내기. 그러나 중독자들은 헛물켜지 말라는 듯이 모든 덫을 피해 다시 중독물질에 손을 대고야 만다.


가족 중에 중독자가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공동의존'이라는 말이다. 가족이 공동으로 알코올 중독이 되고 도박 중독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공동의존은 미국의 1940년대 AA에서 중독자들의 가족, 특히 배우자들에게서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낸 것이 그 개념의 시작이다. 동반 의존이라고도 한다. 공동의존자는 중독자를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작용을 한다.


  안타깝게도 가족 중에 과도한 음주로 문제를 일으키는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알코올 중독이 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다. 왜? 어떤 경위로? 알코올 중독이 되었는가?


 대부분의 중독자는 술을 마시고 사고를 쳐도 술이 과해서 그랬을 뿐이지 자신이 중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반복해서 같은 문제를 끊임없이 일으킨다. 강제로 입원이라도 시키려고 하면 엄청난 반발과 육탄전을 치러내야 한다.


 이미 인정을 한 뒤에 입원치료나 통원치료를 받더라도 재발은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절망은 골이 깊어진다. 이럴 경우 중독자의 가족들은 인연을 끊거나 중독자가 죽어야 끝이 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게 된다.


중독에서의 회복은 더디기가 모래를 한 자루 쏟아놓고 하나하나 개수를 세는 것처럼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공동의존이 되는 데에는 바운더리의 설정, 통제 욕구, 문제에 대한 책임, 문제에 대한 반응 등과 같은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


 공동의존자는 중독자의 문제적 행동에 예민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이는 중독자로 하여금 술을 마시고 싶게 만드는 트리거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또 마셨어? 내가 못살아!!"와 같은 반응이다.


 이때에는 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도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치트키라고 한다.


 무기력하게 술에 굴복하는 가족을 보면 내가 무엇이라도 해서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 가족의 마음이다. 그래서 가족들은 자신도 모르게 문제를 대신 책임져 주려고 한다.


 남편이 고주망태가 되어 들어와서 화장실을 토사물 범벅으로 만들고 다음날 숙취로 출근을 못한다면 그것은 모두 남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욕을 할지언정 수발을 들어준다.


 토사물을 깨끗하게 치우고, 아침에 해장국을 끓여주며, 회사에 전화를 해서 몸이 많이 아프다고 결근 보고 까지 해준다. 이러한 행동은 중독자가 직면해야 하는 문제를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이다.


 중독자가 술로 인해 저지른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것을 '조용한 직면'이라고 한다. 술 값을 대신 갚아주거나 문제 행동을 감싸주지 않고 당사자가 난동을 부리더라도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식으로 수위가 높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집을 떠나야 한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표지그림 : 블라디미르 마코프스키 '못 들어가요!!', 1982년, 러시아 박물관


중독자 가족을 위한 모임 알 아넌 홈페이지

www.alanonkorea.or.kr


참고한 책

<사랑하는 사람이 중독에 빠졌다면> 제프리 푸트 외

<나는 왜 나를 함부로 대할까> 문요환 (자기 돌봄)

<나는 내가 먼저입니다> 네드라 글로버 타와브 (바운더리)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엔젤린 밀러 (인에이블러-공동의존)


참고한 영상

<심리북튜버 공동의존자 더 이상은 없다> 심리북튜버 쏭아지네

<중독자의 가족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정신의학 신문 -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

<공동의존에서 벗어나기> 성남시 중독관리 통합지원센터 - 김선민


참고하면 좋을 책

<오제은 교수의 자기 사랑 노트> 오제은

<공동의존자 더 이상은 없다> 멜로디 비에티

<관계 중독 - 수치심과 결별하고 공의존에서 탈출하기> 달린 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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