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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Jul 25. 2023

금쪽같은 내 중독가족 2

내가 망쳤다고? 


 인에이블러라는 말이 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망치게 하는 사람이다. 


중독자 가족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더니 내가 그 사람을 망쳤다고? 


 피가 거꾸로 솟을 모함쯤으로 느껴질 만한 가혹한 말이다. 


 가족 중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중독에 빠지면) 내 탓이라는 무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중독자를 도와주게 되는 것이다. 


 공동의존자의 특징 중 하나는 ‘통제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희생정신’이다. 

 인에이블러에게는 자기만의 대본이 있는데 ‘남편은, 아내는, 아이는, 부모는’ 이래야 한다는 규정을 지어놓고 그 틀에 사람을 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분명히 걱정을 하고 성심성의껏 돌봐주는 거 같지만 사실은 자기가 원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지 못한 가족을 어떻게든 자신이 만든 모습의 틀에 맞추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통제할 수 없다. 계속 돕고 베푸는 것으로 삶의 많은 것을 할애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타인으로부터 뭘 했냐는 비난을 받을 때 통제 불가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그 사람을 구원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뒤따른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느끼는 죄책감은 비합리적 죄책감이다.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자신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상황에 대해 통제력이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지나치게 책임감이 강한 사람과 지나치게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은 퇴행의 완벽한 한 쌍이다. 퇴행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려면 그 사람이 퇴행에서 빠져나와 성인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래야 책임 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모든 문제가 다 내 탓은 아니다. 누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의무가 나에게는 없다. 잘못된 상황은 그 상황을 통제하는 힘을 가진 사람, 즉 본에게 책임이 있다. 어떤 문제의 원인이 딱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므로 상황에 따른 결과를 보호자 한 명이 혼자 모든 책임을 떠맡을 이유가 없다.


 알 아넌Al-anon이라고 하는 중독자 가족 모임이 있다. 이곳에 참석했던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가족들은 모두 하나같이 안색이 파리하고 말 그대로 집에 우환이 있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단다. 왜 아니겠는가. 중독자 가족에게 삶을 파괴당하고 있는데 생활전반 어디에서도 맑음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독자 가족은 자신의 삶을 밝게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중독자 한 명을 위한 자기희생을 멈추고 자기 돌봄을 실천해야 한다. 


 *중독의 역설은 중독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중독자의 회복을 돕는 과정을 통해 나의 인생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가족의 중독 문제에 무력했음을 인정하고 중독자보다 나 자신의 상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중독자와의 정서적 ‘분리’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다.   


 비행기를 타면 비상상황 대처 안내를 이륙 직전에 해준다. 산소마스크가 위에서 떨어지면 유소아를 먼저 씌워주라고 하지 않고 보호자가 먼저 착용을 한 후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우라고 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먼저 호흡을 제대로 해야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독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알 아논과 같은 가족 모임이나 사회복지관, 중독 상담기관, 병원 등등을 통해 본인의 돌봄을 위한 상담과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 삶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      










표지 그림 : 마티스 <가족>, 1911년, 러시아 에르미타주 뮤지엄 소장

평온을 위한 기도 : 햇살콩 캘리그래피 facebook


*중독의 역설 

기존에는 가치없던 삶을 중독의 고통을 극복하여 회복해 가는 과정에서 소중하게 느끼게 되는 것


중독자 가족을 위한 모임 알 아넌 홈페이지

www.alanonkorea.or.kr


참고한 책

<사랑하는 사람이 중독에 빠졌다면> 제프리 푸트 외

<나는 왜 나를 함부로 대할까> 문요환 (자기돌봄)

<나는 내가 먼저입니다> 네드라 글로버 타와브 (바운더리)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엔젤린 밀러 (인에이블러-공동의존)


참고한 영상

<심리북튜버 공동의존자 더 이상은 없다> 심리북튜버 쏭아지네

<중독자의 가족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정신의학 신문 -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

<공동의존에서 벗어나기> 성남시 중독관리 통합지원센터 - 김선민


참고하면 좋을 책

<오제은 교수의 자기 사랑 노트> 오제은

<공동의존자 더 이상은 없다> 멜로디 비에티

<관계 중독 - 수치심과 결별하고 공의존에서 탈출하기> 달린 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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