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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Aug 22. 2023

12살, 거절하다

너의 의견을 존중해

오늘, 아들이 12살 생일을 맞았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 술에서의 해방일지만을 기록할 생각은 아니었다. 아들 이야기, 피아노 이야기, 원가족 이야기 등을 기록해 나가려고 생각했다.


이미 브런치에 아들 관련 글을 두 편을 작성했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인 아들한테 허락을 안 받았다는 것에 생각이 닿았다. 한 발 늦은 감이 있지만 아들에게 너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써도 되겠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아들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벌써 두 편을 썼다고 하니 어떤 이야기냐고 묻는다.


한 편은 머리카락을 길렀다가 잘라서 기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한 편은 게임에 엄마 카드 썼던 이야기라고 알려줬다. 아들은 처음에는 둘 다 지워달라고 했다. 나는 머리 이야기가 무려 10,000 뷰가 넘은 글이고 현질도 5,000 뷰가 넘은 글이라고 말했다. (나의 다른 글들은 긴 머리 글의 1% 정도의 뷰가 전부이다.)


아들은 만 뷰가 넘었다는 소리에 솔깃해하며 긴 머리 이야기는 그냥 두어도 괜찮지만, 현질 이야기는 삭제하길 원했다. 사실 몇 천 뷰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현질 글의 정보성 때문에 지우기가 아까웠다.  


나는 아들을 설득할 필요를 느꼈다. 아들에게 우리가 현질 사태를 충분히 현명하게 잘 대처했기 때문에 우리의 케이스를 다른 사람들과 나눔으로 인해 생길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어쩌면 더 큰 금액의 현질을 예방할 수도 있고, 현질을 한 어떤 집안의 아들이 덜 혼나고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아들은 실명공개만 하지 않았다면 그런 선의의 정보성 글은 허락해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신과 관련된 글을 쓰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아쉽지만 아들의 뜻을 수용해야 하기에 매거진으로까지 만든 <여름에 태어난 아이>의 이야기는 그의 12살 생일을 맞이하여 굵고 짧게 종결하게 되었다.


나의 글에 아들이 출연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아들에게 생기는 일련의 일들은 개인 블로그에 일기로만 남겨야 할 듯 하다.



너의 의견을 존중한다, 12살 아들아. 생일 축하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너의 미래를 응원할게.


P.S. 생각해보니 브런치에 네 앞으로 편지도 썼네. 그건 내 편지니까 그냥 둘게.






표지그림 : 수원 영통 어느 교회의 화장실에 붙어있던 캘리그래피를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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