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UX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 중요할까요?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업은 서비스를 제공할 때 "긍정적인 경험"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철저한 브랜딩, 유려한 디자인, 편리한 UX 등 많은 업무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위해 설계되고 실행됩니다. 이 경험이 곧 "고객 평생 가치(LTV)"를 만들어내고, LTV는 기업의 수익활동이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UX는 매우 중요합니다. "구매 완료"를 위한 고객의 여정을 더 짧게 만들 수 있다면 UX는 즉각적인 이익을 회사에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LTV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UX의 중요성은 고객 여정을 기반으로 다양한 효과를 기업에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UX는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세 번이나 강조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서비스 기획자는 UX에 매몰되어서는 안 됩니다. 서비스의 화면을 기획하다 보면,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서비스 기획자는 UX의 달콤한 유혹에 걸려들곤 합니다. 맞습니다. 저의 이야기입니다.
서비스 기획과 UX 기획을 물과 기름처럼 분리해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만들고자 하는 기능이 나온다면 사용자로 하여금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과정에는 UX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기능에 대한 피드백 또한 대부분 UX개선으로 이루어집니다. UX의 달콤한 유혹은 이렇게 가시적이며, 필연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서비스 기획자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UX와 서비스 자체를 분리하여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저의 경험상 한 가지를 기억하면 이 노력이 한층 수월해집니다. "목적"입니다. UX의 궁극적인 목적이 LTV를 향상하는 것에 있다면,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업의 목적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대부분 사업의 목적은 "매출 향상"입니다. 물론 단순히 매출 향상보다는 발전 단계에 따라 구체적이며, 계획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비스의 목적은 사업의 목적과 언제나 일치합니다.
예를 들어 사업의 목적이 매출의 향상이라면, 매출을 향상할 수 있는 서비스와 기능을 개발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단계를 구분하여 지금의 시기에 MAU를 향상하는 게 사업의 목적이라면, 서비스 또한 MAU를 확보할 수 있는 기능과 서비스 기획에 집중하게 됩니다. 반면에 UX는 여전히 사용자 경험 그 자체에 집중합니다.
일견, 당연하고 쉬운 말처럼 보이겠으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한 수 없이 많은 서비스들이 그 증거입니다. 서비스 기획자는 서비스의 본질, 사업의 본질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됩니다. 그 대표적인 예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쿠팡의 "로켓 배송"입니다.
2년 전, 처음으로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0'부터 기획하게 되면서 "전자상거래"를 이해하기 위한 데스크 리서치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전자상거래는 어떻게 보면 가장 만들기 쉬운 서비스입니다. 선례가 매우 많기 때문이며, 오랜 시간 다양한 이들의 경험이 축적되어 어느 정도 완성된 형태를 갖췄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특출난 서비스를 만들기 매우 어렵기도 합니다. 잠깐 이야기가 샜지만, 과거의 전자상거래에 대해 검색 중 '소셜커머스 앱에서 정보구조(IA)의 차이에 따른 사용성 비교연구(2015)'라는 논문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큰 의미 없지만, 이 당시에는 타임 커머스와 다양한 SNS와의 연계를 바탕으로 소셜 커머스라는 명칭이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논문은 티몬, 위메프, 쿠팡의 모바일 정보구조와 UX/UI를 정량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교하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길지 않으니 직접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표를 통해 제가 주의 깊게 본 부분을 소개합니다.
이 시기의 쿠팡은 다른 서비스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쿠팡은 다른 두 커머스에 비해 고객의 탐색(카테고리, 위치)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더 많은 단계(Level)를 거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제가 보기에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오류 발생빈도입니다. 이 실험에서 쿠팡의 오류 발생빈도는 매우 높은 편이었는데, 논문을 이용하자면 대부분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자는 해당 카테고리 메뉴를 선택하는 것으로 해당 카테고리에 대하여 소분류 결과가 정리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였으나 실제 노출된 결과는 하위분류가 포함된 새 로운 카테고리 화면이기에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하여 이전 깊이로 되돌아가.."
기능적인 오류라고 보기는 어렵고, 사용자의 기대와 다른 결과를 제공하는 구조설계가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전형적으로 발생빈도가 높고, 해결 가능한 UX 문제입니다. 작년(2022년) 3분기를 기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네이버 까지 재끼며 독주중인 쿠팡의 지금 모습을 생각하면, 뭐랄까... 조금 재미있죠? 그런데 재미있게도 쿠팡은 이 연구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이미 3사 중 압도적인 거래액을 달성한 상태였습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론칭합니다. 2013년까진 소셜 커머스 3인방 중 가장 후발주자로써 티몬과 위메프를 좇던 쿠팡이 순식간에 이 둘을 추월해 버립니다. 이 정도면, 서비스의 기능적 불편함과 서비스로 인한 삶의 편리함 사이에서 "서비스 자체의 편리함"이 승리한 상태라고 봐도 될까요?
물론, 단순히 'UX가 뒤떨어져도, 서비스가 우수하면 성공할 수 있다.'로 정의할 수 있는 문제는 절대 아닙니다. 로켓 배송처럼 거대한 풀필먼트 구축이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내라는 이야기는 더욱 아닙니다. UX에 관심을 갖지말라는 말은 더더더욱 아닙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UX에 매몰되지 않고, 계속해서 서비스 그 자체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업"에 대한 이해도로부터 비롯됩니다. 기업의 대표자나 사업전략부서의 업무를 뺏거나 월권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들이 바라보는 것을 서비스 기획자도 함께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원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참고해두어야 하는 점
-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론칭하고 획기적인 매출 신장을 이뤄냈습니다. 2015년은 급격한 서비스의 변화와 더불어 사용자 급증으로 인해 UI/UX 및 기타 오류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 쿠팡이 특히 정보구조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위치기반 검색이었습니다. 과거 소셜커머스 들은 티켓 등의 위치기반 상품을 통해 재미를 보고 있었는데, 티몬과 위메프는 이 부분에서 확실한 강자로 자리매김 중이었습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에 힘을 주는 과정에서 위치 기반을 서서히 배제하는 과정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 녹화에 의한 테스트로, 특히 과업완료에 소요된 시간은 피실험자가 상품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이번 표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현대 미술가 '폴 매카시 (Paul McCarthy)'의 백설공주 연작의 일부인 난쟁이들입니다. 폴 매카시는 다양한 가치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가진 예술가입니다. 현대 미술, 폭력과 부조리, 물질 만능주의 등에 대해 그는 이빨을 숨기지 않습니다. 부수고, 불태우고 녹이는 듯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앙갚음합니다.
그런데, 그 형태가 보기에 썩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애잔하거나 친근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이것이 폴 매카시가 "예술"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끼워 맞춘 것 같다고요!? 네 맞습니다만..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하지 않나요? 그럼 다음에 또 다른 서비스 기획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