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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Jul 07. 2019

내 지난 젊음의 흔적

캠퍼스, 아련한 이름

업체 방문이 있어 외근 나갔다가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다. 집과 떨어져 있어 졸업이후 거의 들러보지 못했던 곳이다. 아직 뜨거운 한여름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방학의 캠퍼스가 문득 그리워졌다. 그리고 궁금하기도 했다. 얼마나 변했을지...
 
표지판을 따라 한참 차를 몰고 달려가니 표지판이 사라진 그곳에 정문이 떡하니 있다. 예전에는 버스를 타고 내려 한참을 걸어들어가야만 했던 곳인데... 새로 길이 났다는 이야기는 후배들을 통해 들었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에서의 접근이 놀랍기만 하다. 
 
천천히 입구에서부터 들어가니 정문 가장 가까운 곳에 상경대 건물이 있다. 항상 입구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그 너머로는 관심조차 갖지 않은채 학교앞 술집으로 달려갔던 대학시절 생각이 난다. 건물은 여전히 멋없고 이젠 낡기까지 하다. 단과대 입구 계단에서의 지난날들의 모임과 그리고 쉬는 시간에 담배피는 선배들 옆에 서서 조잘거리며 웃던 어린시절의 내 모습이 보인다.
 
많이 변했다. 
상경대 건물뒤로 멋진 신방과 건물이 들어섰고 예전 같은 과 선배와 잠시 연애했던 언니가 선배와 주행연습했던 뒤운동장엔 농구장이 깔끔하게 들어섰다. 산미대 건물뒤로는 디자인연구소건물이 등장했고, 한참을 돌아가니 높다란 기둥으로 둘러싸인 그물사이의 완공된 골프장이, 여전히 썰렁해 보이는 대운동장이 보인다. 반쯤 돌고난 저멀리로 보이는  건물에 놀라바라본다. 커다란 신축 아파트 두동이 들어선 그곳은 기숙사 건물이겠다. 20층  높이는 되어보이는 신식 건물에 옆으로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한다. 두 동이 사이좋게 있는 건, 남.녀기숙사이겠고 1학년 '하우스오픈'때 룸메이트와 풍선으로 꾸몄던 우리들의 방이 생각나 웃음짓는다. 
 
기숙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또한번 웃음이 난다. 1학년때 처음으로 막걸리 진탕 마시고 취해 혼자 걷던 아스팔트길에서 진짜 아스팔트넘이 덤비던 기억이 생생하다. 몇번을 고꾸라지며 책을 껴안고 갈지자로 걸어오던 내게 길가에 앉아 같은과 친구와 담소를 나누던 친구의 어이없어 하며 나무랬던 기억.... 
 
공대건물도 몇개나 더 들어섰다. 예전 가장 크고 멋지게 보였던 도서관 건물이 이제는 낡고 좁아보인다. 3학년 가을에 만나 졸업때까지 떠들썩하게 연애했던 그와의 추억도 떠오른다. 도시락을 싸와 함께 먹던 도서관 앞 잔디밭, 그의 자취방으로 걸어가던 담벼락 개구멍도 기억난다. 
 
이제 건물들은 변했고, 학교 한가운데는 호수까지 들어섰다. 학창시절 10년 플랜 조감도를 보며 모두 비웃음을 흘렸던 기억... 
'언제 이렇게 만들겠어? 이대로만 되면 서울대 저리가라네..' 
그런데 끝내 해냈다. 차근차근 하나씩 약속을 지켜간거다. 감회가 새롭다.
 
뜨거운 방학, 캠퍼스는 휑하다.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사랑하지 않는가 부다. 강남역 골목, 신천 술집, 압구정 커피숍엔 그때처럼 지금도 대학생들이 바글거린다. 그리고 여전히 학교는 황량하다.
 
학교를 한바퀴 돌고 정문을 돌아나오는데 울컥 눈물이 솟구친다. 슬픔의 이유를 생각해본다. 그 시절이 그리워 눈물이 나는건 아니다. 지나간 내 젊음이 아쉬워 나는 눈물도 아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 그동안 한번도 헛되이 살았다 생각지 않았던 내 자신에게 지나간 내 젊음에 부끄럽지는 않았는지 문득 자신없어짐에 울컥하는 서글픔이다. 내 젊음에 나는 과연 얼마나 충실했던가? 누구보다 반듯하게 바르게 그리고 실패없는 삶을 살겠다던 내 젊음의 각오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각오대로 살지 못했던 내 자신에 대한 회한의 눈물이다.
 
왠지 다시는 찾아갈 수 없을 곳인 것만 같다. 정문을 빠져나오며 혼잣말이 흘러나온다. 
"안녕 나의 추억들, 그리고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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